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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질풍노도의 자우림

등록 2013-10-14 20:20수정 2013-10-14 20:45

2년 만의 새 앨범인 9집 <굿바이, 그리프>로 돌아온 록 밴드 자우림 멤버들. 왼쪽부터 이선규(기타), 김진만(베이스), 김윤아(보컬), 구태훈(드럼) . 사운드홀릭 제공
2년 만의 새 앨범인 9집 <굿바이, 그리프>로 돌아온 록 밴드 자우림 멤버들. 왼쪽부터 이선규(기타), 김진만(베이스), 김윤아(보컬), 구태훈(드럼) . 사운드홀릭 제공
9집 앨범 ‘굿바이, 그리프’

첫사랑의 아련함 회고하고
버림받은 자식이 울부짖듯
폭풍처럼 몰아치는 사운드
화려하고 풍성한 편곡 빼곡
“데뷔 17년, 와닿지 않는 숫자…
재미있고, 계속 성장하고 있어”
록 밴드 자우림이 2년 만의 새 음반인 9집 <굿바이, 그리프>로 돌아왔다.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이 우거지기 시작한 게 1997년. 영화 <꽃을 든 남자> 삽입곡 ‘헤이 헤이 헤이’와 1집 <퍼플 하트>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자우림은 어느덧 데뷔 17년차의 중견 밴드가 됐다.

9일 서울 홍대앞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선규(기타)는 “어렸을 때 9집 하면 막연한 느낌이었다. 레전드급 뮤지션이나 낼 수 있는 앨범인데…”라며 실감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진만(베이스)은 “2년 전 8집을 낼 즈음 ‘이제야 뭘 좀 알 것 같다’고 말했었는데, 사실은 아직도 모르겠다”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자우림이 거둔 성취는 상당하다. 지난 16년 동안 꾸준히 앨범을 내며 ‘일탈’, ‘매직 카펫 라이드’, ‘하하하쏭’ 등 많은 히트곡을 냈다.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거머쥐며 주류 가요계에서 입지가 점점 좁아져온 밴드 음악 영역을 굳건히 지켜왔다. 그렇게 쌓아온 자우림만의 색깔과 내공을 응축한 결과물이 이번 9집이다.

“1~3집 때는 적은 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꽉 찬 사운드를 추구했어요. 그러다 4집부터는 사운드를 빼면서 날것으로 즐겨보자고 마음먹었죠. 지난 8집까지 이어진 ‘빼기 작업’에 어느 정도 만족했기에 다시 ‘채우기 작업’을 하고 싶어졌어요. 9집에서 꽉 찬 사운드의 편곡을 시도했는데, 1~3집 때 잘 모르고 했을 때와는 분명 다를 거라고 자부해요.”

김윤아(보컬)의 말마따나 이번 앨범은 화려하고 풍성한 편곡이 지배한다. 먼저 공개한 ‘이카루스’는 드러머 구태훈이 운영하는 같은 소속사의 일렉트로닉 듀오 글렌체크가 프로그래밍을 맡아 사운드 영역을 넓혔다.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자식이 울부짖듯 노래하는 ‘안나’, 부모에게 사랑을 원했건만 돌아온 건 부모 자신의 욕망을 투영한 사교육의 굴레뿐인 자식의 무기력한 하소연 ‘디어 마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템페스트’ 등은 뒤로 갈수록 울림이 깊어지는 점층적 구조로 비장미를 더한다.

타이틀곡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젊은 날의 사랑을 아련하게 되돌아보는 노래다. 애틋한 첫사랑의 추억을 그린 영화 <건축학개론>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는 아이 엄마가 된 김윤아가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본 벚꽃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의 벚꽃을 10년째 보는데, 매번 느낌이 다른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자우림은 2011년 <문화방송> 가수 경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며 많은 걸 깨달았다고 했다. 당시 자우림은 실험적인 보컬을 들려주는 백현진과 협업을 하고, 사물놀이와 접목한 무대를 선보이는 등 여러 다채로운 시도를 했다. 김윤아는 “‘이러이러한 코드로 다가가면 대중이 좋아한다’라는 업계의 공식이 있는데, 나가수 무대에서는 그게 다 깨졌다. 결국 좋은 음악, 감동을 주는 음악에 대중이 반응하는 걸 보고 자신감을 얻었고, 이번 앨범 작업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레드 제플린의 공식적인 마지막 앨범이 9집이었어요. 사실 9집쯤 낼 때면 재미가 없어질 무렵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재미있고,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데뷔 17년차라지만 숫자가 그다지 와닿지 않는 이유겠죠.”(이선규)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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