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크레용팝 /크롬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한해 국내 가요 차트에서 아이돌 음악이 차지한 비율이 무려 82%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특정 장르에 대한 지나친 편중은 우리 대중음악의 지속적인 세계진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15일 서울 와룡동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에서 열린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대중음악사운드연구소(소장 박준흠)와 함께 만든 정책자료집 <케이팝의 특정 장르(아이돌) 편중 현황과 대책>을 공개했다. 이를 보면, 국내 유일의 정부 공인 차트인 가온차트 2012년 결산 결과 아이돌 음악 82%, 팝 8%, 오에스티(OST) 5%, 힙합 1%, 록 1%, 포크 1%, 편집음반 1% 순으로 나타났다. 차트에 든 노래 10곡 중 8곡이 아이돌 음악인 셈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대중음악 차트에선 여러 장르 음악이 골고루 오른 것으로 집계돼 대조를 보였다. 미국 빌보드 차트 2012년 결산을 장르별로 분석해 보면, 팝 31%, 록 26%, 힙합 13%, 컨트리 13% 등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아이돌 음악은 팝의 하위 장르로 분류되는데, 팝의 주류는 레이디 가가, 마돈나처럼 아이돌이 아닌 음악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에서 생각하는 ‘아이돌 음악’의 비중은 10% 미만일 것으로 자료집은 추정했다. 일본 오리콘 차트 역시 팝 35%, 아이돌 35%, 록 20% 등 다양한 장르가 고르게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돌 음악에 지나치게 편중된 가요시장 구조로는 영미권 진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아이돌 음악이 당장 아시아나 세계시장의 소수 마니아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는 있지만, 세계 음악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영미권 음악 소비자층은 연령별·장르별로 다양한 기호의 음악을 찾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문체부와 한류교류협력재단이 미국, 영국, 일본 등 9개 나라 성인 3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류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컨텐츠의 획일성’(20.5%), ‘지나친 상업성’(17.6%) 등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자료집은 한류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대중음악의 다양성 확보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방송이나 음원사이트에서 외면받고 있는 인디 음악 등 아이돌 이외의 음악에 대해 안배하는 ‘쿼터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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