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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들국화 꽃잎 하나둘 지는구나

등록 2013-10-21 15:41수정 2013-10-21 20:43

전설적인 록 밴드 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58)
전설적인 록 밴드 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58)
들국화 새앨범 발매 앞두고
드러머 주찬권 세상 떠나자
음악동료들 애도·추모 이어져
전설적인 록 밴드 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58·사진)이 20일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그의 음악인생에 대한 관심과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인 고인은 10대 시절인 1973년 미8군 무대 활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음악인의 길에 접어들었다. 1974년 뉴스 보이스, 1978년 믿음 소망 사랑, 1983년 신중현과 세 나그네 등의 그룹을 거쳤다.

주찬권이 들국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명반으로 꼽히는 들국화 1집(1985) 녹음에 드러머로 참여하면서부터다. 당시 들국화 정식 멤버는 전인권(보컬), 조덕환(기타), 최성원(베이스), 허성욱(키보드)이었다. 여기에 고인과 최구희(기타)가 세션 연주자로 참여했다. 들국화는 방송 활동 없이 라이브 공연만으로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매일 그대와’, ‘세계로 가는 기차’ 등 거의 모든 수록곡을 히트시켰다. 이듬해 발표한 2집에선 미국 이민을 떠난 조덕환이 빠지고 주찬권이 정식 멤버로 합류했다. 2집 수록곡 ‘또다시 크리스마스’는 주찬권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다.

들국화가 1987년 사실상 해체의 길을 가면서 그는 홀로서기에 나섰다. 1988년 발표한 솔로 1집을 시작으로 지난해 6집까지 꾸준히 음반을 내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저력을 과시했다. 2010년에는 신촌블루스 출신의 엄인호, 사랑과 평화 출신의 최이철과 프로젝트 밴드 슈퍼세션를 결성해 거장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들국화는 1995년 3집 <우리>를 발표했지만, 원년 멤버들 가운데서는 전인권만 참여해 팬들로부터 온전한 들국화의 앨범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1997년 슬픈 소식이 날아들었다. 캐나다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허성욱이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들국화는 복귀를 선언하며 1998년 재결성 공연을 했지만, 새 앨범 발표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지난해 들국화는 전인권, 최성원, 주찬권 3인조로 재결성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몇 차례 라이브 공연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연주력을 뽐냈고, ‘노래여 잠에서 깨라’, ‘걷고 걷고’ 등 신곡까지 발표하며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들국화는 올해 안 발표할 새 앨범을 작업 중이었다. 주찬권은 최근 드럼 연주 녹음을 모두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음악 관계자들은 이 앨범으로 들국화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20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전인권은 “믿을 수 없다”며 허탈해했다. 제주도에 머물다 비보를 전해들은 최성원도 21일 빈소를 찾아 안타까움의 한숨을 내쉬었다. 백두산의 기타리스트 김도균, 부활의 보컬 정동하 등 록 음악 동료들도 잇달아 빈소를 찾았다. 영화 감독 장진은 트위터에 “며칠 전 허성욱의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 잠시 울었다. 오늘 주찬권마저 세상을 떠나고 이제 들국화 꽃잎 하나둘 떨어져 하여린 줄기에 추억만 남는다”며 그를 추모했다. 드러머 출신의 인디 음악인 장기하도 “주찬권 선배님. 저는 선배님과 선배님의 드러밍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 맑은 표정과 말투 늘 가슴에 새기고 배우는 자세로 음악 하겠습니다. 한국 로큰롤 정기 이어가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장례식 발인은 22일 오전 11시20분에 진행될 예정이며, 장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스카이캐슬추모공원으로 정해졌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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