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데이비드 보위와 협업
음울한 감성에 몽환적인 선율로
‘록 음악사에 한획’ 평단 극찬받아
음울한 감성에 몽환적인 선율로
‘록 음악사에 한획’ 평단 극찬받아
“요전날 루 리드와 얘기하는데, 그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첫 앨범이 나온 뒤 5년 동안 3만장밖에 팔리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앨범은 너무나 많은 이들에게 중요한 앨범이 됐습니다. 내 생각엔 그때 3만장 앨범을 샀던 사람들은 모두 밴드를 만들었습니다.” 데이비드 보위와 유투(U2)의 앨범 프로듀서로 유명한 브라이언 이노(65·사진)는 1982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록 음악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얘기할 때면 늘 회자되는 말이다.
록밴드 벨벳 언더그라운의 리드 보컬이자 싱어송라이터 로커로 평가되는 루 리드가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 자택에서 향년 71살로 숨졌다고 미국 <뉴욕 타임스> 등 외신이 전했다. 폭음과 마약으로 간이 망가져 지난 5월에 간 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그는 앤디 워홀과 데이비드 보위 등 당대의 예술가들과 평단에선 격찬과 숭배를 받았으나, 음반을 낼 당시에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리드는 뉴욕 태생으로 1964년 영국에서 현대음악을 배우러 건너온 존 케일 등과 밴드를 결성했다. 이들은 뉴욕 클럽 등에서 연주 활동을 이어가다가 이들의 음악을 들은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프로듀서로 나서 독일 출신 가수이자 모델인 니코와 함께 1967년 첫 앨범인 ‘더 벨벳 언더그라운드 앤드 니코’를 내놓았다. 이는 데뷔작이자 시대의 명반으로 꼽히며 워홀이 직접 앨범 커버로 그려 넣은 바나나 그림이 워낙 유명해서 ‘바나나 앨범’이라고도 불린다. 뉴욕 맨해튼에서 성장한 리드는 음울한 도시적 감성을 배경으로 마약·동성애 등을 소재로 한 시적이면서도 퇴폐적인 노랫말, 우울하고 몽환적인 선율의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리드는 1970년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탈퇴했으며, 이후 데이비드 보위 등이 제작자로 나서 솔로 앨범을 냈으나 발매 직후에는 대중적 관심을 얻지 못했다.
그의 노래는 1990년대 후반 영국 영화 <트레인스포팅>(1996년)과 한국 영화 <접속>(1997년)의 삽입곡이 돼 한국에서도 뒤늦게 인기를 얻었다. 대니 보일 감독과 배우 이완 맥그리거가 스코틀랜드 마약 중독 청춘의 우울한 일상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트레인스포팅>에선 루 리드의 두번째 솔로앨범에 실린 ‘퍼펙트 데이’(1972년)가 읊조리듯 흘러나온다. <접속>에선 각자의 사랑에 갇힌 한석규와 전도연을 이어주는 노래가 벨벳 언더그라운드 세번째 앨범에 실린 ‘페일 블루 아이스’(1969년)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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