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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무대 앞에 앉아있는 듯 ‘들리는 뮤지컬’

등록 2013-11-07 19:59수정 2013-11-07 21:22

이어폰만 꽂으면 어디나 무대가 됩니다.” 팟캐스트 ‘스튜디오 뮤지컬 자리주삼’의 멤버 정현준(왼쪽 앞), 우혜민(왼쪽 뒤), 김연주(오른쪽 앞), 고은령씨. 이들은 “자리주삼과 무대 공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라며 “자리주삼을 통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별한 뒤 무대 위 진짜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가는 관객들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어폰만 꽂으면 어디나 무대가 됩니다.” 팟캐스트 ‘스튜디오 뮤지컬 자리주삼’의 멤버 정현준(왼쪽 앞), 우혜민(왼쪽 뒤), 김연주(오른쪽 앞), 고은령씨. 이들은 “자리주삼과 무대 공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라며 “자리주삼을 통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별한 뒤 무대 위 진짜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가는 관객들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문화'랑'] 나도 문화인
(23) 팟캐스트 ‘자리주삼’ 캐스터들
‘뮤지컬 티켓’이 20~30대 남성들 사이에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로 등장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인터넷에 회자된 적이 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뮤지컬을 한 편 보며 데이트를 즐기려면 1장에 10만원이 넘는 티켓 값에 등골이 휜다는 남성들의 하소연을 말한다. 그만큼 지갑이 얇은 관객들에겐 값비싼 뮤지컬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고자 2012년 1월 등장한 새로운 대안적 문화매체가 있다. 이른바 ‘들리는 뮤지컬’. 국내 최초, 유일의 뮤지컬 팟캐스트 ‘스튜디오 뮤지컬 자리주삼’이다.

지난 5일 ‘자리주삼’ 멤버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 들어서자마자 스탠드 마이크 3대와 녹음시설로 구성된 간이 스튜디오가 눈에 띄었다. “사정상 녹음실을 빌리지 못할 땐 이곳에서 녹음을 해요. 소음 때문에 대본 녹음은 힘들지만, 토크 코너 녹음 정도는 문제없어요.” 대표 고은령(33)씨가 자기 집에 사비를 털어 마련한 ‘자리주삼’ 아지트를 소개했다.

원래 방송국 아나운서였던 ‘고 아나’(고 대표의 애칭)는 공연 관련 프로그램만 3년 넘게 진행한 ‘뮤지컬 골수팬’이었다. 뮤지컬 관련 공부를 더 하고 싶어 방송국을 그만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을 한 그는 뮤지컬계의 현실에 눈을 떠가며 점차 대안매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한다. “관객은 티켓값이 부담스럽고, 창작자는 자유로운 발표 기회가 없고, 제작자는 수익성이 떨어져 힘든 현실을 조금이나마 개선해보고 싶었어요. 당시 ‘나는 꼼수다’ 등 정치 팟캐스트가 무척 인기를 끌었는데, ‘아, 이거다. 뮤지컬 팟캐스트를 만들어보자’ 싶더라고요.”

고 아나는 뜻 맞는 후배들과 석달가량 준비해 2012년 4월 첫 방송을 했고, 이후 조금씩 멤버들이 들고 나면서 현재는 초등학교 교사 김연주(24)씨, 학생 최수진(21)씨, 배우 우혜민(26)·정현준(27)씨 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면서도 “뮤지컬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6명이 한 달에 두 번 방송을 만들고 있다.

무대공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을 귀로 듣는 ‘팟캐스트’로 옮기다 보니 어려움도 많다. 뮤지컬 넘버는 실제 무대 공연 실황을 따서 녹음하고, 배우들을 섭외해 팟캐스트에 맞게 각색한 대본으로 녹음한 뒤 함께 믹싱하는 방식으로 마치 청취자가 무대 앞에 앉아 있는 듯한 생동감을 주려 노력한다. “각색이 정말 중요해요. 눈으로 볼 수 없으니 배우들의 움직임을 해설로 전달해야 되는데, 해설이 너무 많으면 지루하고, 부족하면 이해도가 떨어지니…. 무엇보다 재미있으면서 원작의 의도를 해치지 않아야 하죠.” 각색 담당 우혜민씨의 설명이다. 녹음실 대여, 믹싱 작업 등에 드는 비용은 어떻게 충당할까? 고 아나는 “이 지점에서 대표가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웃으며 “스피치 강의 등을 해서 열심히 돈도 벌고, 출연 배우나 녹음·믹싱 엔지니어 등의 재능기부도 받는다”고 했다.

국내 유일 뮤지컬 팟캐스트
아파트에 ‘간이 스튜디오’ 설치
무대 공연 실황 따서 녹음하고
출연 배우 각색한 대본 믹싱
국내 창작뮤지컬 19편 소개
“청취자들 호응에 성공 예감”

그동안 소개한 뮤지컬만 해도 <여신님이 보고계셔> <번지점프를 하다> <블랙메리포핀스> 등 19편. 모두 한국에서 공연된 창작뮤지컬들이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천편일률적이에요. 유럽 뮤지컬이 인기를 끌면 그쪽으로 쏠리고, 남성 2인 뮤지컬이 히트를 치면 다 비슷한 걸 수입하고…. ‘자리주삼’은 ‘온전히 창작뮤지컬에만 자리를 내주자’고 생각했죠.”(김연주) 방송 첫해엔 공연중인 창작뮤지컬 가운데 한 편을 ‘이달의 뮤지컬’로 선정해 방송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지만, 올해엔 발표되지 않은 신작 창작뮤지컬을 발굴해 소개하는 ‘창작 프로젝트’도 같이 진행하는 등 활동 영역도 넓혀왔다. “미발표 창작뮤지컬에도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이런 기획안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을 신청했는데, 덜컥 당선되는 바람에…. 돈을 받았으니, 올해 안에 꼭 해야 되는 상황에 몰렸죠. 하하하.”(정현준)

‘자리주삼’은 올해 <이상한 나라의 홈리스> <주그리 우스리> <홀연했던 사나이> <안녕…> <고백> 등 모두 5편의 작품을 발굴해 소개했고, 이 가운데 4편은 예그린앙코르, 씨제이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등에서 수상을 하면서 내년에 정식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창작프로젝트 4화 <홀연했던 사나이> 방송 뒤 관객들과 함께한 만남의 자리. 자리주삼 제공
창작프로젝트 4화 <홀연했던 사나이> 방송 뒤 관객들과 함께한 만남의 자리. 자리주삼 제공

이런 노력 끝에 작품별로 최고 2만5000번 내려받기(아이폰 기준)를 기록하는 등 청취자 반응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 창작프로젝트를 하면서 작품마다 20명 안팎의 청취자들과 만남의 자리도 열었다. “‘넘버는 이런 방향으로 바꾸면 좋겠다, 이 부분은 이야기 구성상 설득력이 떨어진다’ 등 전문가 수준의 피드백을 하더라고요. 우리나라 뮤지컬 관객 수준이 이렇게 높으니 어설픈 방송은 하면 안 되겠다 싶어요.”(김연주) 청취자 호응에 힘입어 다음달 16일에는 ‘자리주삼’을 통해 소개된 작품들로 대학로 예그린씨어터(구 학전그린)에서 첫 갈라쇼도 연다. 수익금은 모두 시각장애인용 뮤지컬 시디 제작에 쓸 계획이다.

‘자리주삼’의 목표는 소박하다. 앞으로도 중단 없이 10년, 20년 방송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그 일에 미친 사람, 그 미친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성공한다는 말이 있어요. ‘자리주삼’은 멤버들이 뮤지컬에 미쳐 있고, 도와주는 재능기부자들이 있고, 또 응원하는 청취자들이 있으니 꼭 성공할 거예요.”(고 아나)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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