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왼쪽), 오넬컴퍼니(가운데), 고양문화재단은 11~12월 각기 다른 3색의 <카르멘>을 공연한다. <카르멘>은 입체적 캐릭터와 이국적인 음악, 화려한 의상과 무대장치 등으로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로 꼽혀왔다. 이번에는 두 편의 오페라와 뮤지컬 <카르멘>이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유혹한다. 각 단체 제공
집시 여인 비극적 사랑 이야기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품 꼽혀
국립오페라단·고양문화재단…
웅장한 선율·현대 감각 ‘차별화’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품 꼽혀
국립오페라단·고양문화재단…
웅장한 선율·현대 감각 ‘차별화’
작열하는 태양과 환호하는 관중, 붉은 물레타(투우사의 천) 위에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검은 소, 그리고 승리를 자축하는 투우사의 합창과 집시의 관능적인 춤….
초겨울 문턱 한국 공연무대에 뜨거운 남국의 열정이 밀려온다. 세 공연예술단체가 11~12월에 걸쳐 3색의 <카르멘>을 공연한다. 국립오페라단은 오는 21~23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올린다. 고양문화재단도 자체 제작 오페라 <카르멘>을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경기도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공연한다. 여기에 오페라와 소설을 모티브로 한 체코 뮤지컬 <카르멘>이 가세해 다음달 6일~내년 2월23일까지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무대를 꾸민다. 가히 카르멘 붐이다.
본래 <카르멘>은 프랑스 역사학자이자 소설가인 프로스페르 메리메(1803~1870)의 원작 <카르멘>(1845)을 바탕으로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1838~1875)가 1875년 곡을 붙인 3막2장의 오페라다. 19세기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도시 세비야(세빌리아)를 무대로 펼쳐지는 정열의 집시여인 ‘카르멘’과 순진하고 고지식한 하사관 ‘돈 호세’와의 비극적인 사랑과 파멸을 다룬 이야기다. <카르멘>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며 큰 사랑을 받는 오페라 가운데 하나다. 국립오페라단이 지난해 창단 50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로 선정된 바 있다.
한국인들은 왜 <카르멘>을 좋아할까? 정은숙 고양문화재단 예술감독은 “<카르멘>은 드라마틱하게 잘 짜인 이야기와 이국적이면서 서정적이고 활기찬 음악이 매우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카르멘>이 연이어 공연되는 이유를 “살기 힘들고 고민도 많고 날씨마저 쌀쌀해 움츠려지는 이때에 집시여인 카르멘의 자유와 열정적인 사랑이 활기를 불러일으켜 마음에 힐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뮤지컬 <카르멘>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한국인은 유독 러브 스토리를 좋아하는데, 이상적으로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강조하지만 실제 현대 여성은 자유분방하다”며 “요구되는 미덕과 마음속 욕망이 충돌하는 한국 여성들에게 카르멘의 캐릭터가 대리만족을 주는 것 같다”고 분석한 바 있다. 뮤지컬 <카르멘>의 김동연 연출가는 기존의 평범하고 단선적인 전개를 넘어선 입체적인 사랑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뮤지컬은 자유분방하고 욕망에 충실한 카르멘, 절제와 욕망의 기로에 선 호세, 소유욕의 화신 가르시아, 정숙한 숙녀 카타리나의 서로 다른 사랑이 얽히고설키며 긴장감 넘치게 진행되는 점이 매력”이라는 것. 더불어 다채로운 오케스트라의 선율, 이국적인 리듬의 음악과 노래, 눈이 부실 만큼 화려한 의상과 무대장치 등 다양한 볼거리도 한국인의 취향에 잘 맞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 예술단체는 다른 작품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먼저 국립극단은 지난해 ‘전석매진’의 기록을 세운 그 <카르멘>을 재현한다. 프랑스 메츠메트로폴 오페라극장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한 폴 에밀 푸흐니가 연출을 맡고 1997년 러시아 국립교향악단에 외국인 최초 부지휘자로 발탁돼 화제가 된 박태영씨가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지난해 매혹적인 카르멘을 선보인 메조소프라노 케이트 올드리치와 2008년 국립오페라단 <카르멘>으로 데뷔했던 백재은씨가 번갈아 무대에 선다. (02)586-5282.
고양문화재단의 <카르멘>은 원작의 배경인 19세기가 아닌 현대 스페인을 배경으로 극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돈 호세는 19세기 제복 대신 현대 군복을 입고 카르멘과 집시들은 현대의 바(Bar)나 클럽에서 플라멩코를 춘다. 또 돈 호세가 도망쳐 가는 산적촌은 캠핑카와 텐트들이 펼쳐져 있는 캠핑촌이고, 투우사 ‘에스카미요’는 기자회견도 하고 동영상도 찍고 레드카펫을 밟는 현대 아이돌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1577-7766.
뮤지컬 <카르멘>은 플라멩코, 서커스, 매직, 애크러배틱 등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세계적 수준의 마술사 이은결이 동참했다. 카르멘의 운명을 상징하는 원형무대에 세워진 6개의 3면 기둥이 끊임없이 무대를 전환시켜 역동성을 주며, 집시풍의 이국적인 그림, 유럽의 주술이나 전설에서 영감을 얻은 상징물들로 채워진 무대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뮤지컬 스타 바다·차지연이 카르멘 역에, 류정한·신성록이 경찰로 설정된 호세 역에 캐스팅됐다. 1577-3363.
유선희 기자, 정상영 선임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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