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적의 5번째 음악이야기 ‘외로움’

등록 2013-11-14 20:03수정 2013-11-14 21:26

싱어송라이터 이적
싱어송라이터 이적
새 앨범 ‘고독의 의미’ 발표
홀로 남겨진 이들의 마음 담아
“시간 견디는 음악 하고 싶어”
싱어송라이터 이적의 노래에는 이야기가 살아있다. 평이한 일상의 언어로 삶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선을 세밀하게 포착해낸다. 화려하지 않은 수사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주는 울림은 꽤나 깊다.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 여기 서 있으라 말했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물끄러미 선 채 해가 저물고, 웅크리고 앉아 밤이 깊어도, 결국 너는 나타나지 않잖아. 거짓말 거짓말. 그대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그대 말을 철석같이 믿었었는데. 찬바람에 길은 얼어붙고, 나도 새하얗게 얼어버렸네.”

이적이 15일 발표하는 5집 <고독의 의미>의 타이틀곡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은 이의 심정을 그린 노래다. 그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옷 입히고 놀이공원에 데려가 솜사탕 하나 들리고는 조용히 사라져버리는 사건이 예전에 많았잖아요. 그 아이의 절망과 연인으로부터 버려진 이의 절망이 서로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록곡 ‘숨바꼭질’도 일맥상통한다. “난 무서워져. 놀이터에 혼자 남는 건 너무도 두려워. 장난치지 말고 나타나, 이젠. 제발 돌아와줘. 사라져간 그대. 울음이 터질 것 같아. 당장 내게 달려와서 그대 품 안에 꼭 안아줘.” 술래가 된 아이의 두려움이 연인을 떠나보내고 홀로 남겨진 이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터다.

5번째 음악이야기 ‘외로움’
5번째 음악이야기 ‘외로움’

정인과 듀엣으로 부른 ‘비포 선라이즈’는 이적이 가장 좋아하는 사랑 영화라는 <비포 선라이즈>의 느낌을 담아낸 노래다. “우린 취했고, 그 밤은 참 길었죠. 나쁜 마음은 조금도 없었죠. 실끝 하나로 커다란 외툴 풀어내듯, 자연스러웠던 걸 우린 알고 있어요. … 오랜 뒤에도 이렇게 간절할 거라곤, 그땐 둘 중 누구도 정녕 알지 못했죠.” 때론 몇 소절의 함축적인 노랫말이 장편 영화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때도 있다.

이적의 새 앨범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노래들이 담겼다. 피아노를 치며 쓸쓸히 부른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부터 래퍼 타이거제이케이가 참여한 클럽 음악 분위기의 ‘사랑이 뭐길래’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비틀스에 대한 존경을 담아 비슷한 분위기를 낸 ‘이십년이 지난 뒤’, 록 페스티벌에 잘 어울릴 ‘뜨거운 것이 좋아’, 다소 음울하고 실험성 강한 ‘뭐가 보여’와 ‘병’ 같은 노래도 있다.

음악적 형식은 다양해도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역시 ‘고독’이다. 떠나간 연인에 대한 아픔과 그리움, 광활한 황야와도 같은 인생의 길을 홀로 걸을 때의 외로움과 불안 등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지배한다.

앨범 제목이 된 마지막 곡 ‘고독의 의미’에서 그는 노래한다. “아무것도 몰라요, 라고 하기엔 난 너무 오랜 세월을 그대와 함께했죠. 허나 아무것도 몰라요 난. 곁에 두고 몰라요 난. 어떡해야 그대에 다다를 수 있는지.” 오랜 시간과 관계 속에서 느끼는 본질적 외로움을 그는 담담하면서도 쓸쓸하게 고백한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삶을 제법 살아온 이들에게 더 깊이 와닿을 것 같다. 단번에 귀를 사로잡지는 않아도 곱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그런 노래들. “시차를 두고 오래 좋아해 주는 음악, 시간을 견디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이적의 바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노래들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뮤직팜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