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현석
이현석 데뷔 20주년 기념 음반
1992년 ‘스카이 하이’로 데뷔해
2집 ‘학창시절’로 주목받았지만
홍대클럽 운영하며 비주류 삶
자전적 노랫말 담은 ‘개털이야’
록버전 엘가 클래식곡 ‘위풍당당…’
“다시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1992년 ‘스카이 하이’로 데뷔해
2집 ‘학창시절’로 주목받았지만
홍대클럽 운영하며 비주류 삶
자전적 노랫말 담은 ‘개털이야’
록버전 엘가 클래식곡 ‘위풍당당…’
“다시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그래, 그때는 몰랐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추억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학창시절을 나는 사랑할 거야~.”
1994년, 서태지와 닮은 곱상한 외모로도 화제를 모은 어느 기타리스트의 노래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미성으로 부르는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생활밀착형 노랫말도 좋았지만, 곡 중간에 나오는 기타 솔로는 국내에선 좀처럼 접하기 힘든 비범한 연주였다. 이현석 2집 앨범 수록곡 ‘학창시절’은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 <티브이엔>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첫 회에도 삽입돼 많은 이들의 기억 속 시계를 되돌렸다.
이현석이 최근 데뷔 20주년 기념 음반을 냈다. 데뷔 앨범 <스카이 하이>가 1992년에 나왔으니 애초 지난해 발표됐어야 하지만, 1년 넘게 작업에 매달리며 완벽을 기하느라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 2005년 발표한 5집 <마이셀프>까지의 수록곡 중 ‘스카이 하이’ 등 28곡을 골라 다시 연주하거나 리마스터링을 했고, 신곡 4곡도 추가했다.
신곡 타이틀곡은 ‘개털이야’. 고3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메릴랜드주립대 경제학과에 들어갔지만, 독학한 기타를 놓지 못하고 한국에 들어와 전업 음악인이 됐다. ‘학창시절’의 히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잠깐. ‘한국의 잉베이 맘스틴(정교한 속주로 유명한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이라는 별명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교파 기타리스트라는 명성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비주류 장르 음악인의 처지를 어쩌지 못했다. 이런 자전적 얘기와 요즘 가요계에 대한 풍자를 담아 그는 이렇게 노래한다.
“현실 비관하다가 천재 로커는 외톨이야. 메탈 하다가 우린 완전히 모두 개털이야. … 노래 짜집고 비틀어 붙여서 트렌드 따라가고, 성형 공장엔 미남 미녀를 계속 찍어내고, 기획사 공장엔 멋진 아이돌 계속 생산하는 한류의 열풍. … 라면만 먹고도 할 수 있단 초심은 잃지 않아도, 어느덧 생긴 식솔 걱정에 한숨이 찾아드네. 순간을 외면해버린 세월 아깝다 생각해도, 한번도 나를 변하지 않게 하는 나만의 힘이 있어.”
그는 2008년부터 서울 홍대앞 라이브 클럽 ‘스카이 하이’를 운영해오며 후배 헤비메탈 음악인들에게 무대를 열어주고 있다. 자신 또한 매일 5시간 넘게 기타 연습을 하며 현역 음악인의 길을 꾸준히 걷고 있다. 이번 앨범 발표를 계기로 대외활동을 재개한 그는 내년 1월부터 서울·부산·광주 등 주요 도시를 도는 전국투어를 할 예정이다. 공연만 할 수 있다면 큰 무대든 작은 무대든 가리지 않겠다고 한다.
“어렵게 음반을 만들어도 사람들에게 알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오랜 기간 신보 내기를 주저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걸어온 길을 정리하고 심기일전하자는 의미로 이번 앨범을 냈어요. 이제 힘을 내어 정규 6집 작업에 들어가려고요. 다시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엘가의 클래식 원곡을 록 버전으로 편곡·연주해 5집과 이번 앨범에 수록한 ‘위풍당당행진곡’의 위풍당당하고 가슴 벅찬 울림이 전화기 너머 그의 음성과 겹쳐 들려오는 듯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스카이하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스카이하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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