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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동문들의 ‘합창’으로 유재하가 살아났다

등록 2013-11-25 19:31수정 2013-11-25 21:13

현장 l 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24일 저녁 서울 한양대학교 백남음악관에서 열린 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더욱 각별한 자리였다. 후원기업이 나서지 않아 무산될 뻔했다가 같은 대회 출신 가수 ‘동문’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해 어렵사리 성사된 무대였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케이> 우승자 출신인 로이 킴이 “예전부터 나가고 싶어했던 대회”라며 3000만원을 쾌척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공연기획사 무붕기획단은 재능 기부를 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티켓 부스에선 남성 듀오 원모어찬스의 박원(19회)이 앉았고, 스윗소로우(16회)와 노리플라이(17회)는 앨범을 팔고 포스터를 나눠주고 있었다. 사회는 가수 심현보(4회)와 오지은(17회)이 맡았고, 심사위원석에는 초창기부터 심사를 맡아온 정원영·김현철과 고찬용(2회)·강현민(3회)·이한철(5회)·이승환(5회·교수)이 자리했다. 원모어찬스의 정지찬(8회)은 심사위원석을 오가며 서류 등을 날랐다.

역대 최대 규모인 482팀 1500여명 지원자 중 예선을 통과한 10팀이 무대에 올랐다. 피아노나 기타 한대의 소박한 연주 위로 차분하게 노래하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최신 유행과는 거리가 있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랑받을 법한 노래를 지향하고 있는 듯했다. 그들은 유재하를 닮고 싶어하는 듯했다.

대상인 유재하 음악상은 실제로는 부산 여자이면서 ‘서울여자’라는 노래를 부른 민주(강민주·국제예대 실용음악과)에게 돌아갔다. 통기타를 연주하면서 진성과 가성을 넘나들며 부른 노래에선 흥겨운 그루브와 끈끈한 블루스의 느낌이 동시에 묻어났다. 금상은 이설아, 은상은 여성 듀오 일상다반사에게 주어졌다. 동상에는 홍이삭·다방·김다수, 장려상에는 유보영·영원·아몬드·이예린이 선정돼 10팀 모두가 입상했다.

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민주(가운데 기타 든 이)를 비롯한 입상자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제공
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민주(가운데 기타 든 이)를 비롯한 입상자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제공

기업후원 끊겨 무산위기 몰리자
동문들 나서 기획부터 진행까지

대상은 민주의 ‘서울여자’
신설 ‘유재하 동문회상’엔 홍이삭

뒤풀이 축제 새벽까지 이어져
“미흡했지만 더 많은 걸 얻었다”

이번 대회에선 특별한 상 하나가 신설됐다. 동문들의 투표로 뽑는 유재하 동문회상이다. 홍이삭이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상금 200만원을 받았다. 상금은 이전에 동문들이 열었던 공연 수익금으로 마련한 것이다. 동문들은 이날 축하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70여명의 동문들이 티셔츠를 맞춰입고 무대에 올라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합창했다. 대회에 닥친 위기가 오히려 흩어져 있던 동문들을 똘똘 뭉치게 한 듯했다. 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이한철은 “대회 출전 이후 통 못 보다가 이번에 10년 만에 재회한 동문도 있다”고 말했다.

대회가 끝난 뒤 한양대 동문회관에서 뒤풀이가 열렸다. 음식과 술을 나누며 회포를 푸는 모습이 여느 동문회와 다르지 않았다. 음악을 계속하는지 여부는 아무런 장벽이 되지 못했다. 아기를 업고 온 엄마도, 현직 라디오 피디도 있었다. 새롭게 동문이 된 24회 입상자들이 차례로 앞으로 나가 인사를 하고 노래를 불렀다. 금상을 받은 이설아는 긴장이 풀리고 편안해졌기 때문인지 경연 때보다 더 나은 기량을 뽐내 큰 박수를 받았다. 22회 대상 수상자인 김거지가 답가로 새내기들을 환영했다. 동문들의 축제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정지찬은 “음악인들이 직접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어렵고 미흡한 면도 있었지만,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한철은 “내년에 좋은 후원자가 생겨 사정이 나아지더라도 동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떤 식으로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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