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예술극장서 ‘음악극’으로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빨리 이 세상에 온 사람.”
22일부터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 음악극 <에릭사티>는 19세기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를 배경으로 예술계의 ‘이단아’로 불린 천재 작곡가 에릭 사티의 삶과 음악을 다룬다.
작품은 다소 몽환적이고 판타지적이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며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에서 고민하던 태한이 1917년 프랑스 파리로 시간 여행을 하면서 에릭 사티를 만난다는 설정이다. 에릭 사티가 시인이자 극작가인 장 콕토, 화가 파블로 피카소, 안무가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와 협업했던 발레극 <파라드>의 창작과정, 그리고 당시 만인의 연인이었던 화가 수잔 발라동과 사티의 사랑이 보태진다.
작품이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연극이나 뮤지컬이 아닌 그 중간 쯤인 ‘음악극’이란 새 형식을 택한 점이다. 작품 전체에 에릭 사티의 음악을 입히고, 중간 중간 적절한 대사와 노래를 배치했다. 또 사티가 총소리·비행기 소리 등을 삽입해 큰 파란을 일으켰던 발레극 <파라드>를 오마주한 장면도 등장한다. 복잡한 구성 때문에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새로움과 신선함을 찾는 관객들에게는 눈길 끌만한 실험적 작품이다. 세련되고 섬세한 연기로 에릭 사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배우 박호산, 수잔 발라동 역을 맡아 노련한 연기를 펼친 뮤지컬 배우 배해선이 완성도를 높였다.
편안하면서도 신비한 느낌을 주는 사티의 대표곡 <짐노페디> <그노시엔> <벡사시옹> 등을 실제 연주로 들을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에릭 사티를 모르는 사람들도 들으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광고·드라마·영화 배경음악으로 쓰인 곡들이다. 음악을 들으며 극을 보노라면 19세기 파리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던 ‘카바레 검은고양이’나 ‘카페 라 로통드’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12월1일까지. (02)333-3626.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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