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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막이 오르자, 예상못한 ‘두 마녀’가 떴다

등록 2013-12-05 20:11수정 2013-12-05 21:18

뮤지컬 '위키드'
뮤지컬 '위키드'
뮤지컬 ‘위키드’ 주역 김보경-박혜나
‘옥주현-정선아’에 쏠린 시선 극복
찌를듯한 고음·특유의 귀여움으로
‘새로운 배우 발견’ 찬사 이끌어내
“옥-정 두 마녀와 경쟁하냐고요?
동병상련…오히려 위로되는 존재”
지난해 관객 23만명을 동원하며 26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한국 공연 역사를 다시 쓴 <위키드>가 올해 한국어로 공연하기로 확정됐을 때, 모든 관심은 ‘옥주현(엘파바)-정선아(글린다)’ 캐스팅에 쏠렸다. 두 사람 모두 국내 최정상급 배우인데다, 올 초 공연 전문 미디어의 조사에서도 <위키드>의 두 마녀 역할에 가장 어울릴 배우로 꼽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막이 오르자 ‘반전’이 시작됐다. 무명에 가까웠던 박혜나(엘파바)와 <미스 사이공> 등에서 주역을 꿰차고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김보경(글린다)이 단연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중력을 거슬러’를 부르며 하늘을 찌를 듯 고음을 내지르는 박혜나와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로 깜찍하고 귀엽게 ‘포퓰러’를 부르는 김보경의 모습에 관객들 사이에서는 “박혜나·김보경의 재발견”이라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4일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두 배우를 만났다.

“앙상블부터 시작해 오디션을 5번 거쳤어요. 엘파바 역을 따낼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죠. 경력 8년인데도 인지도가 높지 않다보니 신인 같은 풋풋함이 있어 가능성을 봐주셨나봐요.”(박)

“오디션 볼 때, 막대걸레에 초록색 포장지를 입혀 마술 지팡이를 만들어 갔어요. 연출과 음악감독이 막 웃어주셔서 긴장이 풀려린 덕분에 오디션을 잘 본 것 같아요.”(김)

두 배우는 각자의 오디션 비화를 털어놓으며 “실력보단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했다.

워낙 쟁쟁한 옥주현-정선아와 함께 캐스팅 되다보니 경쟁심도, 걱정도 많았을 법 하다. 하지만 두 배우는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연습이 너무 힘들어 다른 사람 신경 쓸 틈이 없었어요. 그런데 같은 질문을 계속 받으니, 무명이라는 타이틀, 기대보다 잘한다는 평가가 좀 버겁네요.”(박) “주현 언니도, 선아도 경쟁보단 위로가 되는 존재예요. 동병상련이랄까? <위키드>라는 대작을 하는 중압감을 아는 사람은 우리 넷 밖에 없잖아요.”(김)

82년생으로 31살 동갑내기인 두 배우는 엘파바와 글린다처럼 성격부터 달라도 너무 다르다. 김보경은 학창시절 ‘글린다 판박이’였단다.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친구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길 즐겨 인기가 많았어요. 글린다가 부르는 ‘포퓰러’의 가사처럼. 성악과 발레를 해서 그런지 부끄러움이 없었어요.” 반면 박혜나는 조용한 모범생이었다. “있는 듯 없는 듯 한 존재? 고등학교 축제에서 춤추며 노래 불렀을 때 선생님과 친구들이 ‘어떻게 쟤가’라며 경악했을 정도로요. 히히.” 너무 다른 둘이지만 <위키드>를 하며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 “둘이 딱 하나 똑같은 점이 있어요. 천상 배우라는 점, 그래서 작품에 대한 욕심이 어느 누구보다 크다는 점.”(김)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뮤지컬 <위키드>의 주역 박혜나(엘파바 역·오른쪽)와 김보경(글린다 역). 동갑내기 두 배우는 “뮤지컬 속 캐릭터처럼 취향도, 성격도 너무 다르지만 작품을 하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며 웃었다. 사진 설앤컴퍼니 제공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뮤지컬 <위키드>의 주역 박혜나(엘파바 역·오른쪽)와 김보경(글린다 역). 동갑내기 두 배우는 “뮤지컬 속 캐릭터처럼 취향도, 성격도 너무 다르지만 작품을 하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며 웃었다. 사진 설앤컴퍼니 제공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엄청난 대사량과 고난이도 노래 탓에 실수도 잦지만, 그 때마다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절 가사 몽땅 빼먹고 2절부터 부른 적도 있고, 긴 치맛자락을 밟아 넘어질 뻔 한 적도 있어요. 그래도 뻔뻔하게 뭉개고 넘어가는 게 요령이랄까요? 하하.”(김) “제가 실수한 티를 내면 상대가 더 긴장 하니까 차라리 더 당당하게 연기하자고 서로 다독여요.”(박)

공연에 돌입하며 두 배우가 실수보다 더 걱정했던 점은 ‘살 찌는 것’이었단다. 가뜩이나 몸에 꽉 끼는 의상이 안 맞을까 두려워서다. “괜한 노파심었죠. 몸에 딱 맞는 36겹짜리 드레스를 입고 무대를 휘저으면 1회 공연에 1㎏씩은 빠져요. 체력소모가 엄청나요.”(박) “20㎏짜리 버블 드레스도 만만치 않아요. 모래 주머니 끌고 다니는 것 같아요. 저 복근도 생겼어요.”(김)

지금까지는 <위키드>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었다는 두 사람은 이제 꿈을 이뤘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무대든, 텔레비전이든, 영화든 ‘연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면 어디든 도전하고 싶어요. 더 넓은 곳으로 나가아죠.”(김) “나이 들어도 배우로 살고 싶어요. 탐나는 역할을 꼽자면 <위키드>의 모리블 학장? 좀 더 나이 들면 꼭 도전할래요.”(박)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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