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준상이 자작곡 7곡을 담은 첫 앨범 <주네스>를 오는 19일 발표한다. 그는 “고등학생 때 ‘언젠가 앨범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는데, 그걸 이제야 이룬 셈”이라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영화·뮤지컬로 바쁜 유준상
감성적 발라드 7곡 담아
고등학생때 꿈이던 음반 내
“노래 만들 때가 내겐 휴식
쉰살땐 오케스트라 지휘 꿈”
감성적 발라드 7곡 담아
고등학생때 꿈이던 음반 내
“노래 만들 때가 내겐 휴식
쉰살땐 오케스트라 지휘 꿈”
배우 유준상(44)은 늘 쾌활하고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지치지 않는 열정을 뽐낸다. 가끔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라도 나오면 ‘조증’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들떠 보인다.
하지만 지난 10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준상은 차분하고 조용한 모습이었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로 인터뷰를 하면 작품 얘기를 주로 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내 얘기를 많이 하게 돼 기분이 색다르다”며 얘기를 조곤조곤 꺼냈다. 오는 19일 그가 첫 앨범 <주네스>를 발표하는 것을 계기로 만난 자리였다.
“고등학생 때 ‘언젠가 앨범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어요. 그걸 25~26년이 지나서야 이루게 된 거죠.”
유준상은 어릴 때부터 피아노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 그렇다고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꾼 적은 없다. 연기자를 꿈꾸지도 않았다. 그저 고3 담임선생님이 “넌 연극영화과가 잘 맞을 것 같다”고 권해서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게 발단이었다. 1995년 연극 무대에 데뷔했고, 같은 해 <에스비에스> 공채 탤런트에도 합격했다. 1997년 <그리스>로 뮤지컬에도 도전했다.
지난해 방송한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귀남’ 역으로 ‘국민 남편’이 된 그는 이후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 <전설의 주먹>, 뮤지컬 <그날들> 등으로 연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요즘 들어 특히 바쁜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데뷔 때부터 방송, 영화, 뮤지컬을 오가며 늘 바빴어요. 사람들이 그런 저를 몰랐을 뿐이죠.”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가 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5년 전. 늘 차에 기타를 두고 틈틈이 만든 노래들을 앨범으로 내려고 3년 전 편곡팀도 꾸렸다. “혼자 있을 때 노래를 만들고 하는 게 내게는 휴식이자 위안이 돼요. 그 노래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앨범을 낼 결심을 했죠.”
7곡을 담은 앨범은 의외로 차분하고 감성적인 발라드로 채워졌다. “연기자로 작업할 때는 일부러 더 ‘파이팅’을 해요. 팀플레이에서 제가 지치거나 힘이 빠지면 모두가 늘어지거든요. 하지만 개인으로 돌아오면 조용히 사색하고 노래를 만들며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져요. 발라드가 그런 개인적 면모와 잘 맞는 것 같아요.”
노랫말 또한 사색적이다. “세월이 흐른다/ 나도 같이/ 세상이 바뀐다/ 나도 같이/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27과 33 그해 여름 사이’)는 식이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쓸쓸하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감성을 노래를 풀어내면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큰 사랑을 받는 걸 기대하지 않아요. 그렇게 안 될 거라는 것도 잘 알고요. 그저 유준상이라는 배우가 진지하게 자기 음악을 만들었구나, 하고 알아만 줘도 만족해요. 배우로서도 마찬가지예요. 대단한 배우, 연기 잘하는 배우보다는 ‘꾸준히 좋은 작품 하며 자기 길을 잘 가고 있는 배우’로 생각해주면 더할 나위 없어요.”
20살 때부터 매년 한권씩 써온 일기와 그림·사진을 모아 책과 아트북을 내기도 한 유준상. “이제는 새로운 일을 더 벌이기보다는 지금 벌여놓은 일들을 꾸준히 잘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자작곡을 다른 객원가수들이 부르도록 하는 앨범을 만들어볼 계획이고, 쉰살이 되면 자신이 만든 곡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도록 지휘하는 꿈도 갖고 있다.
“지금처럼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꾸준히 하다 보면, 뭔가 얻어 걸리는 게 있지 않겠어요? ‘나이는 정말 상관없는 거구나’ 하고 사람들이 느끼게 하고 싶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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