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박주원이 집시·라틴 음악을 담은 3집 <캡틴>을 발표했다. 타이틀곡 ‘캡틴 No. 7’은 축구선수 박지성에게 헌정하는 곡이다. 제이엔에이치뮤직 제공
3집 ‘캡틴’ 낸 기타리스트 박주원
‘축구광’인 라틴음악 연주자
축구사랑 연서 형식 앨범 내
개그우먼 신보라 객원보컬로
“다음엔 박주영 응원가 생각”
‘축구광’인 라틴음악 연주자
축구사랑 연서 형식 앨범 내
개그우먼 신보라 객원보컬로
“다음엔 박주영 응원가 생각”
기타리스트 박주원은 축구를 무척 좋아한다. 재즈 음악인들이 꾸린 축구클럽 ‘에프시(FC) 임프로비제이션’에서 매주 한번씩 공을 찬다. 즉흥연주를 뜻하는 음악 용어에서 이름을 따온 이 팀이 최근 록·포크 음악인으로까지 회원 자격을 넓히면서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도 들어왔다고 한다.
박주원은 우연히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축구화 광고를 봤다. 포르투갈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폭풍 같은 드리블 장면과 함께 플라멩코 기타 연주곡이 흘렀다. 스패니시·집시 기타 연주에 장기를 지닌 그는 ‘호날두에게도 주제곡이 있는데, 박지성이라고 없으란 법이 없지’라고 생각했다. 그는 플라멩코 곡을 만들어 박지성(PSV 에인트호번)에게 헌정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곡이 ‘캡틴 No. 7’. 캡틴은 팀 주장을 맡은 박지성의 별명이고, 숫자 7은 박지성의 국가대표 시절 등번호다. 이 곡을 들으면, 박주원 혼자 연주한 2대의 기타가 마치 ‘2개의 심장’을 가진 박지성처럼 지치지 않고 질주한다. 박주원은 이번에 발표한 3집의 제목도 <캡틴>으로 정했다. 앨범 전체가 박지성과 축구를 향한 연서인 셈이다.
“이런 곡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박지성 선수가 몰라도 상관없어요. 제가 만족하면 그걸로 충분해요. 다음에는 ‘축구 천재’ 박주영 선수의 회복을 기원하는 뜻에서 ‘모나코 왕자’라는 곡을 만들까 생각중이에요. 차붐(차범근)에 관한 곡도 만들고 싶고요.”
스페인 프로축구팀 에프시바르셀로나의 열혈팬인 그는 이번에도 이 팀에 바치는 노래 ‘승리의 티키타카’를 만들어 실었다. 그는 1집 <집시의 시간>(2009)에 ‘나이트 인 캄프 누’를, 2집 <슬픔의 피에스타>(2011)에 ‘엘 클라시코’를 실은 바 있다. 캄프 누는 에프시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이름이고, 엘 클라시코는 에프시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전을 일컫는 말이다.
티키타카는 에프시바르셀로나의 짧고 정교한 패스워크를 뜻한다. ‘나이트 인 캄프 누’처럼 ‘승리의 티키타카’에서도 가수 정엽의 스캣이 악기처럼 어우러진다. 후반부에선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불을 뿜는다. 클래식·어쿠스틱 기타를 주로 연주하는 박주원이 자신의 앨범에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넣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예전에 헤비메탈 밴드 시리우스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룸바 리듬의 ‘그 멜로디’에는 개그우먼 신보라가 객원 보컬로 참여했다. 박주원이 블랙 가스펠 그룹 헤리티지에서 활동하던 시절, 백코러스를 맡는 ‘헤리티지 매스콰이어’ 단원 중 하나가 신보라였다고 한다. 박주원은 “당시에도 노래 실력이 출중해 눈여겨보다 이번에 피처링을 부탁했더니 정말 잘 소화해주었다”고 신보라를 치켜세웠다.
박주원의 상징과도 같은 열정적인 분위기의 곡도 있지만, 서정적인 분위기의 곡도 이전보다 부쩍 늘었다. 시리고 투명한 겨울날의 풍경을 그려낸 ‘겨울날의 회상’, 빌리 조엘의 히트곡을 새롭게 해석한 ‘저스트 더 웨이 유 아’, 박주원이 가장 존경한다는 기타리스트 리치 블랙모어가 이끌던 밴드 레인보의 곡을 뉴에이지풍의 연주곡으로 재탄생시킨 ‘템플 오브 더 킹’ 등이 대표적이다.
박주원은 3집 발매를 기념해 24일 오후 7시와 10시 두 차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단독공연을 한다. 축구와 관련한 곡, 록 트리뷰트 곡부터 집시·라틴 연주로 들려주는 캐럴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마련한다. (02)515-5880.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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