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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초심’으로 돌아온 베르테르

등록 2013-12-18 19:38수정 2013-12-18 22:33

창작 뮤지컬 <베르테르>가 이번 시즌 초연 당시의 절제된 연출로 돌아갔다. 간결한 무대와 의상, 주인공들의 감정연기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씨제이이앤엠 제공
창작 뮤지컬 <베르테르>가 이번 시즌 초연 당시의 절제된 연출로 돌아갔다. 간결한 무대와 의상, 주인공들의 감정연기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씨제이이앤엠 제공
리뷰 l 순수 창작 뮤지컬 ‘베르테르’
번잡했던 무대 절제미 살리고
대사선 군더더기 덜어내
10년만에 복귀한 조광화 연출
<위키드> <고스트> <카르멘> 등 100억원 이상을 투입한 대작들이 연말 뮤지컬 시장을 달구는 가운데, 탄탄한 작품성으로 무장한 순수 창작뮤지컬 <베르테르>가 다시 관객들을 찾아왔다. <베르테르>는 2000년 초연 이후 ‘베사모’(베르테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팬클럽까지 만들어질 만큼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시즌 <베르테르>가 화려한 ‘볼거리’ 위주의 연말 공연과 맞서기 위해 택한 전략은 바로 ‘단순함’. 초연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로 대작들 사이에서도 꾸준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절제미를 살린 무대다. 아기자기하고 고풍스러운 장식이 많아 따뜻하지만 다소 번잡한 느낌도 줬던 무대는 흰색과 회색의 모노톤을 주로 써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재탄생했다. 좌우를 전체적으로 가로지르는 ‘다리’는 무대를 위와 아래, 둘로 나눠 공간을 이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자칫 답답하게 보일수 있는 단점이 있지만 오히려 무대에 충분한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의상 역시 기존의 레이스 장식 등을 없애고 1920~30년대의 단순하고 실용적인 의상을 콘셉트로 잡았다. 여기에 화훼단지로 설정된 발하임의 공간적 특성을 고려해 베르테르는 해바라기(노란색 조끼), 롯데는 라임과 라벤더(파스텔톤)를 상징하는 인물별 설정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베르테르>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를 원작으로 한다. 너무나 익숙한 이 이야기를 토대로 각 인물들의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잘 살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충실한 아내 역할과 낯선 설렘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롯데의 내면, 그런 아내의 마음을 알고도 모른척 해주면서도 질투 때문에 분열하는 알베르트의 모습 등이 훨씬 더 강조됐다. 초연 때처럼 대사의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감정의 흐름과 그에 따른 인물들의 충돌 양상에 집중한 모양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을 기존의 ‘총소리’가 아닌 쓰러지는 해바라기꽃으로 형상화한 부분은 폭발하는 카타르시스 대신 잔잔한 슬픔을 자아낸다. 2003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연출을 맡은 조광화씨의 연출력이 살아나는 지점이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본래의 넘버에 충실한 담백한 편곡도 귀에 감긴다. 초연 때부터 고수해온 실내악 오케스트라는 이번 시즌 11인조로 새롭게 편성됐는데, 한국인의 감성에 잘 맞는 서정적이고 애절한 음악이 강점이었던 <베르테르>의 무기를 잘 벼려낸 느낌이다.

롯데 역을 맡은 신예 이지혜와 알베트르 역을 맡은 이상현은 연기와 노래 모두 안정감을 준다. 이지혜는 발랄과 고혹 사이를 오가는 롯데를 잘 표현해낸 것은 물론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고음을 뽐낸다. 지난 시즌 알베르트 역을 맡아 실력을 검증받은 이상현 역시 매력적인 중저음과 한층 깊어진 연기를 선보인다. 다만 주인공 베르테르 역을 맡은 엄기준이 과도한 호흡소리와 불안한 고음처리로 공연 내내 아슬아슬한 느낌을 주는 점은 못내 아쉽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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