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원로가수 3인방, 반세기 돌아 다시 ‘신인’처럼

등록 2013-12-24 19:50수정 2013-12-24 20:45

1960년대 가요계 휩쓸었던
한명숙·안다성·명국환 위해
후배들이 신곡 음반 제작해
“오늘처럼 보람 느끼기 처음”
“난 바람이어라. 작은 바람이어라.”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흐르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무대에서 자신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한명숙(78) 선생의 얼굴이 소녀처럼 밝아졌다. 마치 ‘노란 샤쓰의 사나이’(1961)를 부르던 20대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예쁜 손짓도 했다. 노래를 마친 그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기쁨보다 눈물이 앞서네요. 우리가 즐겁게 살다 가야 하는데,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니 갑자기 슬퍼지고 눈물이 나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 티아트홀에서 특별한 신곡발표회가 열렸다. 1960년대에 황금기를 누린 한명숙, 안다성(83), 명국환(80) 등 원로가수 3명이 50여년 만의 신곡을 발표한 것이다. ㈔한국음악발전소(소장 최백호)가 대선배들을 위해 신곡을 만들고 음반을 기획·제작했다.

<청춘! 그 아름다웠던 날들…>에는 모두 6곡이 실렸다. ‘노란 샤쓰의 사나이’로 큰 사랑을 받은 한명숙이 신곡 ‘바람이어라’를, ‘사랑이 메아리칠 때’(1963)를 부른 안다성이 신곡 ‘그때가 옛날’을, ‘아리조나 카우보이’(1955)로 유명한 명국환이 신곡 ‘거리의 악사’를 불렀다. 여기에 기존 대표곡도 새로운 감각으로 편곡해 다시 불렀다.

“1961년에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난생처음 녹음했어요. 그때는 20대였고 가수로 데뷔한다는 마음에 즐거웠죠. 그런데 이제 여든이 다돼 신인가수로 데뷔하려니 좀 힘드네요. 그래도 이 나이에 노래한다는 게 굉장히 흐뭇하고, 기회를 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한명숙)

안다성 선생은 “50여년 만에 신곡을 받아 신인이 된 기분으로 제 딴에는 열심히 불렀는데, 나중에 녹음한 걸 들어보니 좀더 속삭이며 불렀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명국환 선생은 “가수 생활을 한 지 60여년 됐는데, 오늘처럼 보람을 느끼기는 처음”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인순이, 김흥국, 박상민 등 후배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3명의 대선배들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한국음악발전소의 부소장인 기타 연주자 함춘호, ‘울릉도 트위스트’로 유명한 여성 트리오 ‘이시스터즈’의 김희선, 송순기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장 등 객석을 채운 가요계 관계자들이 뜨거운 박수를 쳤다.

최백호 소장은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감격스럽고 눈물이 났다. 선배의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라는 점을 후배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이번 음반 발매가 좋은 선례로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한국음악발전소는 기부금을 받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다. 2011년 설립 이후 심성락·최양숙 헌정공연을 열었고, 생활이 어려운 원로 음악인들을 위한 복지사업도 벌여왔다. 언더그라운드·인디 음악인을 위한 공연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독립 음악인의 창작기반 마련을 위해 서울 아현동에 건립 중인 ‘음악창작소’의 주관단체로도 선정됐다.

내년에는 2차 원로가수 신곡 제작에 들어갈 계획이다. 3~5월 대상 가수와 작곡·작사가 선정을 마치고 연말께 음반을 발매하는 게 목표다. 금사향, 손인호, 김용만, 송춘희, 박일남, 남상규, 오기택, 박건, 쟈니리 등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국음악발전소 관계자는 “젊은 뮤지션들의 젊은 감각으로 원로가수들께 건강한 삶과 새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신곡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부 문의 (02)786-7865.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