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콕콕] 무대 위 가수 이어폰 왜 끼나
무대에서 라이브로 노래하는 가수들을 보면, 우리들이 노래방에서 노래할 때와 유독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수들 대부분이 귀에 이어폰을 끼고 노래한다는 사실입니다. 가는귀먹고 보청기를 끼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럴까요?
가수들이 노래하는 곳은 노래방처럼 작고 밀폐된 공간은 아닐 겁니다. 넓은 공연장이나 야외인 경우가 많겠죠. 이런 곳에서는 자연적인 소리를 인공적으로 증폭하게 됩니다. 안 그러면 멀리 있는 관객에게 안 들릴 테니까요. 이런 확성 장치를 ‘피에이’(PA·Public Address)라고 합니다.
피에이를 통해 소리가 증폭되면, 무대 위에서는 자신이 노래하는 목소리나 연주하는 악기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습니다. 대형 스피커로 나오는 증폭된 소리가 공연장 벽에 반사되거나 넓게 퍼져나가면서 무대 위에서는 늦게 들리거나 잘 안 들리게 되기 때문이죠.
선천적 청각장애인은 발음기관에 이상이 없는데도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자기 목소리를 자기가 들을 수 없기 때문이죠. 무대에서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면 제 기량으로 노래하기 힘들어지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이에 대비해 무대 위에 ‘스테이지 모니터링 스피커’라는 걸 설치합니다. 무대에서 만들어내는 소리가 객석뿐 아니라 무대 위에도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스피커가 가수와 연주자들을 향합니다. 여기에 가수나 연주자가 ‘스테이지 모니터링 이어폰’을 사용함으로써 이중으로 안전장치를 하는 겁니다.
이어폰 사운드에선 특정 소리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악기 소리는 모두 빼고 자기 목소리만 들리게 해달라는 가수도 있고, 노래 부르기 편하게 피아노 소리만 높여달라고 하는 가수도 있습니다. 정해진 원칙은 없고 보통 자기 편한 대로 음향 엔지니어에게 요청합니다.
스테이지 모니터링 장치가 이상을 일으키면 아무리 노래 잘하는 가수라도 음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만나도 놀라지 말고 가수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세요. 음정은 조금 불안해도 더욱 혼신을 다하는 멋진 무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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