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해직기자인 박성제 피에스제이(PSJ)디자인 대표가 손수 디자인하고 만든 ‘쿠르베’ 스피커 앞에 앉았다. 오계옥 <씨네21> 기자 klara@cine21.com
MBC 기자 해직뒤 목공예 배워 제작
뜨거운 반응에 특허 내고 회사 설립
뜨거운 반응에 특허 내고 회사 설립
동그라미와 곡선으로 아름답게 빚은 모양새, 북유럽산 자작나무를 깎아 만든 울림통, 수천만원대 외국 명품 스피커에 뒤지지 않는 음향…. 독특한 디자인의 수제 스피커 ‘쿠르베’가 작지만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지 1년도 채 안 돼 오디오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프랑스어로 ‘곡선’을 뜻하는 쿠르베 스피커는 박성제 피에스제이(PSJ)디자인 대표의 손에서 태어났다. 특이하게도 박 대표는 <문화방송> (MBC) 기자 출신이다. 20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했고, 노조위원장까지 지냈다. 하지만 그는 2012년 6월 문화방송 파업 도중 김재철 전 사장에 의해 해고됐다. 공정보도를 요구하다 해직 기자가 된 그는 화를 다스리기 위해 목공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공방에 다니며 식탁 등을 만들다 어린 시절부터 관심을 가져온 오디오 스피커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오디오 동호회에서 알게 된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스피커 외관을 직접 디자인했다.
울림이 좋고 변하지 않아 바이올린, 첼로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자작나무로 인클로저(울림통)를 만들었다. 나무를 일일이 손으로 자르고 붙이고 깎아내 만든 원통형 인클로저 3개를 곡선 모양의 아크릴 스탠드에 붙였다. 각각의 원통에는 고음을 내는 트위터, 중음을 내는 미드레인지, 저음을 내는 우퍼를 넣었다. 박 대표는 “일반 스피커에서는 트위터·미드레인지·우퍼를 하나의 사각형 인클로저에 담아 각 음역대 소리가 서로 간섭하는데, 이를 방지함으로써 좀더 완벽한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인클로저를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애초 자신이 쓰려고 만든 스피커를 지난해 3월 동호회 회원들에게 공개하니 반응이 뜨거웠다. 자신감이 생긴 박 대표는 디자인 특허를 받고 1인 회사를 만들었다. 700만원대 고급 모델부터 200만~300만원대 중급 모델, 95만원짜리 미니 스피커까지 6가지 모델을 개발했다. 공방 직원들과 수작업을 하다 보니 한달에 3~4대밖에 못 만들지만, 벌써 20여대나 만들어 판매했다.
“돈 벌려고 이 일 하는 건 아니에요. 복직투쟁을 하는 동안 노조에서 생활비를 빌려주거든요. 내가 즐거워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이들은 합리적 가격으로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닌가요?”
박 대표는 17~19일 서울 한남동 갤러리 페이퍼버스에서 제품 발표회를 연다. 한국에도 이런 스피커가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다. 공교롭게도 발표회 첫날 해직무효소송 1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그는 “희망적인 결과가 나올 거라고 본다. 꼭 문화방송 기자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복직이 이뤄지면 쿠르베 스피커는 더이상 안 나오는 걸까? “쿠르베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제가 복직해도 다른 누군가가 잘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방송사를 퇴직한 뒤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요. 쿠르베를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스피커로 만들고 싶습니다.” 문의 (02)575-9636.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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