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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장미여관 “팀워크 비결은 뽀뽀”

등록 2014-01-28 20:04수정 2014-01-29 09:49

밴드 ‘장미여관’의 강준우(왼쪽)와 육중완(오른쪽)이 〈한겨레談〉에 출연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박성영  기술감독
밴드 ‘장미여관’의 강준우(왼쪽)와 육중완(오른쪽)이 〈한겨레談〉에 출연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박성영 기술감독
[한겨레談] 안 생겨도 유쾌한 오빠들, ‘장미여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잘 되니까 마냥 즐거운 삶” 

 ‘더티 섹시 비주얼 밴드, 아저씨 밴드, 오빠 밴드….’

노래하는 밴드 ‘장미여관’ 앞에 붙는 수식어들은 썩 유쾌하지 않다. 그러나 장미여관은 무대에 오르면 늘 유쾌한 반전을 선물한다. 보라색 정장을 맞춰 입은 단정함은 기본이요, 손바닥만 한 하얀 장미꽃 장식을 가슴에 달고 말쑥한 차림으로 무대를 종횡무진 누빈다. 평균 나이 서른다섯살에 걸맞지 않은 해맑은 웃음, 솔직한 가사와 감미로운 목소리, 농익은 무대 매너는 이 밴드를 ‘떠오르는 별’의 지위에 올려놓았다.

안 생겨도 유쾌한 오빠들, '장미여관' [한겨레談 #05]

얼굴을 보면 10년 사귄 친구를 만난 것처럼 친숙하지만, 이 밴드가 세상에 나온 게 불과 2년째다. 2012년 가을, 한국방송 <탑 밴드 2>에 나와 ‘봉숙이’로 눈길을 끌었고, 2013년 4월 1집 <산전수전 공중전>과 11월 이피(EP)앨범 <장가가고 싶은 남자 시집가고 싶은 여자> 등 두장의 앨범을 내놓은 게 전부다. 그러나 개성 넘치는 외모와 독특한 음악 색깔로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거기에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불후의 명곡>, <장미테레비> 등을 통해 절정의 예능감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곳저곳 부르는 곳이 너무 많아 “24시간이 모자라다”는 장미여관은 요즘 인기 연예인만 겪는다는 ‘쪽잠 투혼’ 중이다. 눈 뜨면 노래를 하거나 웃기고, 눈 감으면 그대로 잔다. <한겨레談>이 섭외를 시작한 뒤 무려 60여일을 목 빠지게 기다린 끝에 지난 20일 합정역 근처 합주실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는 직장인 밴드 ‘남의 집 이불 속’의 밴드 마스터이자 싱어송 라이터인 <한겨레> 최원형 기자가 맡았다. 최 기자는 장미여관 여섯번째 멤버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장미여관 속에 유쾌하게 녹아들었다.

  

힘들었던 서울살이, 촌놈들의 노래를 향한 꿈 

 “키와 얼굴을 맡고 있는 장미여관 베이스 윤장현입니다.”

 “안녕하세요! (손바닥을 앞으로 쭉 내밀며) 장미여관 육중완이에요.”

 “기타·보컬, 밴드 마스터를 맡고 있는 강준우입니다.”

 “장미여관에서 기타를 치고, 선물의 아이콘 배상재입니다.”

 “드럼 치는 임경섭입니다.” 

다섯 남자는 시작부터 왁자지껄하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다. 밴드가 어떻게 결성되었는지, 멤버들의 ‘신상’부터 털었다. 부산, 마산, 해남…. 장미여관에는 남쪽 지방을 지역기반으로 둔 멤버가 많다. 촌놈들이 서울에 와서 결성한 밴드다. ‘촌 장미’들의 서울살이는 어땠을까? 장미여관 1집, <산전수전 공중전>에는 ‘서울살이’란 곡이 있다. 가사는 멤버들이 겪은 자전적인 이야기에 가깝다. ‘만만치가 않네/ 서울 생활이란 게/ 이래 벌어가꼬 언제 집을 사나/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나오네/ 월세내랴 굶고 안 해 본 게 없네/ 이래 힘들라꼬 집 떠나온 것은 아닌데/ 점점 더 지친다/ 이놈에 서울살이(이하 중략)’

노래 가사처럼 촌 장미들은 하나씩 마음 안에 갈무리한 기억을 꺼냈다. “서울 올라왔을 때, 막막하잖아요. 그런데 꿈을 갖고 올라왔으니까 쉽게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견디고, 참았던 것 같아요.”(육중완)

“22살 때, 기타 하나 매고 새벽 심야 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왔거든요. 며칠 동안 여관방에서 지냈고, 그 다음에 작은 월세 방 하나를 구했어요. 힘든 일도 많았는데,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까 다시 내려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점차 고향에 가는 일이 없어지더라고요.” (배상재)

촌 장미들을 하나로 모은 것은 음악이라는 꿈이었다. 기타와 보컬을 맡아 장미여관의 양대산맥이라고 불리는 육중완과 강준우가 2011년 의기투합해 통기타 밴드를 결성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육중완은 “제2의 유리상자, 통기타 치는 감성 포크 듀오를 만들 생각이었다”고 했으나 강준우는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우린 처음에 ‘플라이 투 더 스카이(Fly to the sky)’를 꿈꿨어요. 그런데, 중완형과 둘이서 노래를 부르니까, 관객들이 저희 노래를 잘 안 듣더라고요. 공연 중에 전화기 만지고, 막 딴 짓 하시고….” (웃음)

출발이 좋지 않았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윤장현(베이스), 임경섭(드럼), 배상재(기타)가 “우리라도 돕겠다”고 나섰고, 지금의 장미여관이 태어났다. 멤버가 늘었으나 뾰족한 수는 없었다. 관객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멤버들은 누구라도 서로를 가리키며 “외모 탓, 행색 탓”이라고 혀를 찼다. 변신이 필요했다. 다섯명이 빨강, 노랑, 보라, 파랑 등의 원색으로 ‘깔 맞춤’한 정장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관객들이 조금씩 장미여관의 움직임에 눈길을 줬다.

“관객들이 저희를 보기 시작하더라고요. 와! 이 시선은 뭘까. 굉장히 놀랐어요. 정장을 입으니까, 저희를 못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재미있거나 즐겁거나 유쾌하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와! 이 콘셉트는 너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육중완)

 
밴드 장미여관. 사진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밴드 장미여관. 사진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10대부터 70대를 사로잡는 ‘아저씨 타령’   

장미여관의 음악을 압축하는 한 단어를 고르라면 아저씨다. 실제로 1집 앨범에 아저씨란 트랙이 있다. 이들의 노래엔 작업 거는 아저씨, 실연당해 술 먹으며 청승 떠는 아저씨, 친구에게 “너 그러다 장가 못 간다”고 타박하는 아저씨 등 ‘아저씨 타령’이 잦다. 멤버들의 실제 삶이 그럴까?

“경섭이 말고는 아무도 장가를 안 갔거든요. 노총각에 대한 생각이나, 또래의 노총각들이 겪는 쓸쓸함, 재미를 음악에 담았던 것 같아요.” (육중완)

장미여관의 정규 1집 앨범은 <산전수전 공중전>이다. 음악을 향해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수많은 이야기를 12곡에 꾹꾹 눌러 담았다. 멤버들 스스로 종합선물세트라고 자부한다. 지난해 11월 발매한 어쿠스틱 사운드의 이피앨범 <장가가고 싶은 남자 시집가고 싶은 여자>에는 4곡을 넣었다. 겨울을 겨냥해 10대부터 70대까지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추운 겨울, 마음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는 난로 같은 음악”이라고 입을 모았다.

먼저, 4번 트랙 ‘마성의 치킨’은 10대와 20대를 위한 노래다. 야식으로 치킨을 먹으면서 즐겨들을 수 있는 곡으로 아주 쉽고, 경쾌한 리듬이 특징이다. 3번 트랙 ‘이별의 변’은 이번 앨범의 야심작이다. 장년층을 겨냥해 30년대 블루스풍으로 잡지도 못하고 놓지도 못하는 이별의 순간을 애절한 멜로디와 창법으로 표현했단다. ‘뽕기’가 충만한 이 노래는 녹음하면서 반응이 좋아 멤버들이 ‘뜰 노래’로 점 찍었으나 아직 못 뜨고 있다. 2번 트랙 ‘장가가고 싶은 남자 시집가고 싶은 여자’는 같은 시대를 사는 나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장가가고 싶고, 결혼하고 싶으면 눈 좀 낮추고, 마음을 열라고 진심으로 충고한다. 1번 트랙 ‘청춘가’는 친구들과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빛났던 과거와 잊었던 꿈을 생각해볼 수 있는 노래다.

배성재가 속사포를 날리며 노래 하나하나를 열심히 설명하는데 조용히 앉아있던 육중완이 한마디 날렸다. “그런데 앨범이 썩 많이 팔리 지는 않네요.” (모두 웃음)

 

‘유쾌한 장미여관’…“비결은 뽀뽀랍니다”   

다섯명의 아저씨들은 거리낌없이 떠들었다. 노래할 때도 인터뷰를 할 때도 유쾌한 에너지가 넘쳤다. ‘유쾌한 장미여관’, 밝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이유가 궁금했다.

“긍정적으로 즐겁게 생각하고 살 수 있는 비결은 꿈인 것 같아요. 꿈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다섯명이라 늘 에너지가 넘칩니다.”(육중완)

“하고 싶은 것을 하니까 즐거운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잘 되고 있으니까 마냥 즐거운 거죠.”(배상재)

다섯 남자는 우정도 남다르다. 인터뷰하는 내내 서로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팀워크의 비결이 무엇일까?

“저희 난리 납니다. 팀워크가 좋다 못해서 뽀뽀도 하고 그럽니다. 전 중완이 형 눈에 뽀뽀하는 게 그렇게 좋아요. 저희는 스킨십도 과감합니다. 매주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할까 봐요.”

형님들을 ‘들었다 놨다’ 한다는 막내 강준우가 밝힌 장미여관의 팀워크 비결은 과감한 ‘스킨십’이었다. 그러나 팀워크가 좋다고 팀원 모두가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육중완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세’다. 이곳저곳 부르는 곳이 많다. 혼자만 잘 나가는 멤버에게 샘이 나거나, 섭섭하지 않을까? 부산 사나이 강준우가 구수한 사투리로 시원하게 답했다.

“아이고마! 전혀 그런 거 없습니다. 어차피 누군가 나가서 저희 장미여관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중완이 형이 예능 나가서 샘 난다고 ‘네 하지 마라. 우리도 안 해!’ 이래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중요한 건, 저희는 모든 수익을 똑같이 나누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하지만, 배상재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시기와 질투는 전혀 없지만, 부러움은 조금 있습니다. 10명 지나가면, 1명이라도 저를 알아봐 주면 좋을 것 같은데….”

형님의 질투를 막내는 아무렇지 않게 농으로 받았다. “크게 사고 한번 치고마, 신문 1면에 나가이소.” (모두 웃음)

 
한겨레 최원형(왼쪽) 기자와 장미여관 멤버(윤장현·육중완·강준우·배상재·임경섭)들이 〈한겨레談>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성영 한겨레티브이 기술감독 kidpak@hani.co.kr
한겨레 최원형(왼쪽) 기자와 장미여관 멤버(윤장현·육중완·강준우·배상재·임경섭)들이 〈한겨레談>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성영 한겨레티브이 기술감독 kidpak@hani.co.kr

“세상살이 별거 있나? 욕심을 버리고 눈을 좀 낮추고…”  

장미여관의 노래는 동시대를 사는 친구들에 대한 속삭임이다.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속삭이듯 노래를 한다. 그들의 노래가 또래들에게 공감을 사는 이유다. 노래가 아니라 또래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40대를 바라보는 윤장현은 장미여관과 함께 늙어가는 청년들에게 꿈꾸는 삶을 주문했다.

“계속 꿈을 갖고 그 꿈을 향해 가다 보면 결국 꿈꾸는 방향 쪽으로 가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놓치지 말고 후회하지 말고 쉽게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요. 어차피 이 일을 하든, 저 일을 하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거죠.”

장미여관의 노래 ‘장가가고 싶은 남자 시집가고 싶은 여자’에도 비슷한 속삭임이 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살다가/ 언젠가는 죽어간다는 것을 알아요/ 모두 똑같이/ 욕심을 버리고 눈을 좀 낮추고/ 마음을 비우면 참 쉬울 텐데/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하면 되지/ 세상살이가 뭐 별거 있냐고/ 가고 싶으면 가는 거지 가면 되지/ 우리의 멋진 인생을 위해서.”

글/ 박수진 <한겨레티브이> 피디 jjinpd@hani.co.kr, 사진/ 박성영 기술감독 kid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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