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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철탑과 망루 노래하는 가수 “은유하기엔 위험한 세계”

등록 2014-03-03 19:22수정 2014-03-03 20:49

포크 싱어송라이터 윤영배가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예스24무브홀에서 열린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반’ 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얘기하고 있다. 한국대중음악상 제공
포크 싱어송라이터 윤영배가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예스24무브홀에서 열린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반’ 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얘기하고 있다. 한국대중음악상 제공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 윤영배

용산참사와 밀양 송전탑 등
사회적 이슈 담은 노랫말
아름다운 선율에 담아 불러

나 따라 이효리 부부 제주로…
강정마을 등 현장에 관심을
“공교롭게도 오늘 아침 신문에서 세 모녀의 비극을 접한 날 이런 상을 받게 됐군요. 기본소득의 중요성을 얘기하라고 상을 줬나 봅니다.”

포크 싱어송라이터 윤영배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지난달 28일 저녁 서울 서교동 예스24무브홀에서 열린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였다. 그는 지난해 발표한 3집 <위험한 세계>로 ‘올해의 음반’ 등 3관왕의 영예를 안으며 이날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치 <한겨레> 1면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동반자살한 세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실렸다. “유럽에선 기본소득에 대한 공론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우선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부터 넓혀야 해요.”

이제 앨범 석 장 냈을 뿐이지만, 그의 음악 이력은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받은 뒤 조동진·조동익 형제를 중심으로 뭉친 음악공동체 ‘하나음악’ 식구로 합류했다. 장필순 등의 음반에 작사·작곡·연주자로 참여하다가 1999년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났다. 2002년부터 제주도 작은 마을에 둥지를 틀고 농사를 지으며 생태주의 삶을 실천해오고 있다.

2010년 뒤늦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음반 <이발사>를 발표했고, 2012년 두번째 음반 <좀 웃긴>을 내놓았다. 높은 완성도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진 못했다. 지난해 발표한 3집에선 이전보다 더욱 직설적으로 우리 사회를 향한 칼날을 벼렸다. 예컨대 첫 곡 ‘자본주의’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몇몇 사람의 난폭한 결정/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틈틈이 틈내 입을 맞추는/ 비밀주의 기회주의/ 눈이 부시게 번쩍거리는/ 형식주의 신자유주의/ 나쁜 사람들 못된 사람들/ 국가주의 기회주의.”

타이틀곡 ‘위험한 세계’ 노랫말에는 “철탑”, “망루”, “구럼비” 등이 나온다. 용산참사, 밀양 송전탑 공사,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 그가 고민하고 동참해온 사회적 이슈들을 차분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에 녹여냈다. 그는 “전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는데, 이제는 다들 거리에서 직설적으로 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 또한 틀을 벗어던지고 직접적으로 노래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개발로 제대로 된 보상조차 없이 내몰리게 된, 홍대앞 작은 용산이라 불린 두리반 칼국숫집 지키기, 제주 강정마을 싸움 등에 지속적으로 동참해왔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노래해온 분들이 많은데, 나처럼 게으르게 노래한 사람이 상을 받아서 미안하고, 또 고맙다”며 “현장을 노래한 내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현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그는 말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두리반 지키기 싸움을 함께했던 음악 동료들과 뒤풀이를 한 그는 다음날인 1일 다시 제주도로 내려갔다. 산에서 나무를 해와 불을 때고 텃밭을 일구는 일상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런 그의 삶에 영향을 받은 기타리스트 이상순·가수 이효리 부부는 그의 집 부근에 신혼집을 차렸다. 이상순은 이번 3집 앨범 작업을 함께하기도 했다.

그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를 한 이들에게 부과된 벌금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24일 제주시에서 후원주점 행사를 열 예정”이라며 “강정마을에도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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