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챈스>는 어리숙한 외모와는 정반대인 아름다운 목소리로 <브리튼즈 갓 탤런트> 우승을 하며 전 세계를 매료시킨 폴 포츠의 성공실화를 다뤘다. 귀에 익은 오페라 아리아와 함께 펼쳐지는 그의 코믹한 인생반전 스토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작지만 가슴 훈훈한 감동을 안긴다. 호호호비치 제공
오디션 우승해 오페라 가수 된
휴대전화 외판원의 인생 역정
‘판박이’ 주연배우 코믹연기에
친숙한 아리아로 보는 맛 더해
휴대전화 외판원의 인생 역정
‘판박이’ 주연배우 코믹연기에
친숙한 아리아로 보는 맛 더해
“사람들은 흔히 삶을 롤러코스터로 묘사하곤 한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많이 오르락내리락했던 것처럼 느껴진다. 확실히 시작하기 전에 많은 추락이 있었다. (중략) 노래는 나의 유일하고 온전한 탈출구였다. 나는 노래를 그저 내 것으로 하기 위해 싸웠고, 또 지속적으로 노래를 하기 위해서도 싸웠다.”(폴 포츠 자서전 <원챈스> 중에서)
영화 <원챈스>는 2007년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우승해 일약 세계적 스타덤에 오른 폴 포츠(44)의 성공 실화를 다룬 영화다. 아둔해 보이는 외모 탓에 어린 시절 친구들한테 왕따를 당하고, 시도 때도 없는 음악사랑에 아버지로부터도 면박만 당하던 그는 어떻게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로 성공을 거뒀을까?
영화는 최근 발간된 폴 포츠의 동명 자서전을 압축하면서도 그 안에 담겨진 다양한 에피소드를 영화적 문법을 통해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모든 성공신화가 그렇듯 그의 도전, 실패, 수난, 극복, 성공의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하고 발랄한 코미디적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교회 성가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오페라 가수를 꿈꿨던 폴 포츠(제임스 코든)는 학교에 들어가면서 캄보디아의 독재자 폴 포트와 비슷한 이름과 뚱뚱한 외모 탓에 놀림거리가 된다. 순탄치 못한 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된 그는 휴대전화 판매원으로 일하지만 여전히 노래를 희망 삼아 꿈을 키워나간다. 그러던 중 그는 채팅을 통해 사랑을 키운 첫사랑 줄스(알렉산드라 로치)와 어머니(줄리 월터스)의 응원에 힘입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텔레비전 오디션에 나가 우승을 차지하며, 영국은 물론 전세계에 감동을 안긴다는 줄거리다.
미디어를 통해 잘 알려진 인물의 이야기지만 영화는 그가 베네치아 오페라학교에서 우상인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만난 일화, 오페라 <아이다>의 주인공 역에 캐스팅됐다 맹장수술로 무대에서 쓰러진 일화, 종양이 생겨 오페라를 그만둘 뻔한 일화 등 삶 뒤편, 잘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에피소드들을 잘 버무려 놓는다. 이 에피소드들은 “인생이 위성항법에 따라 운행되지는 않아 가끔씩 잘못된 길로 가지만, 계속 가고자 하는 의지와 믿음만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자서전 속 폴 포츠의 깨달음을 잘 드러낸다.
영화의 또다른 매력은 귀에 친숙한 유명 아리아를 영화 내내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라 보엠>의 ‘오 아름다운 아가씨’, ‘그대의 찬 손’, <리골레토>의 ‘여자의 마음’ 등이 웨일스의 작은 바와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 결혼식장 등을 배경으로 끊임없이 펼쳐진다. 오페라 영화는 아니지만, 마치 한 편의 오페라 갈라쇼를 본 듯한 느낌이 든다.
어눌하지만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폴 포츠를 그대로 복제한 듯한 제임스 코든의 천연덕스러운 코믹연기도 일품이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그는 폴 포츠를 흉내내기 위해 그의 어리숙한 말투, 표정, 웨일스식 사투리를 연구한 것은 물론 고르지 못한 치아를 표현하기 위해 특별제작한 치아 교정기까지 끼고 연기를 펼쳤다고 한다.
영화 개봉과 책 발간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폴 포츠는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이 제일 큰 성공”이라며 “이 영화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머나먼 성공신화가 아니라 가까운 이웃의 희망담과 소망담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3일 개봉.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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