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셜록홈즈2’의 윤형렬
‘노트르담 드 파리’ 꼽추 역
극찬 쏟아져 다른 역 쉽잖아
“흙을 떠 눈앞에 쌓는 기분”
셜록홈즈 형사역 변신에 호평
“지금까지 너무 진지한 역할만…
다음엔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
극찬 쏟아져 다른 역 쉽잖아
“흙을 떠 눈앞에 쌓는 기분”
셜록홈즈 형사역 변신에 호평
“지금까지 너무 진지한 역할만…
다음엔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
14살 때부터 가수를 꿈꿨다. 갓 스물을 넘긴 2003년, 자작곡으로 ‘유재하 가요제’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꿈은 곧 이뤄지는 듯했다. 2006년 첫번째 앨범을 냈다. 하지만 소속사의 경영난에 무대에 한 번 서보지도 못하고 활동을 접어야 했다. 인생의 첫번째 고비였다. 반전은 뜻밖의 곳에서 찾아왔다. 허스키하고 묵직한 그의 목소리를 듣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노담) 제작사가 오디션을 제안해 온 것. 5번의 오디션 끝에 1500명의 지원자를 제치고 2007년 <노담> 첫 한국어 공연에서 주인공인 꼽추 ‘콰지모도’ 역을 따냈다. “콰지모도 역을 위해 태어난 배우”라는 극찬과 함께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뮤지컬 배우 윤형렬(31)의 간단한 이력은 이렇게 정리된다. 얼핏 보면 ‘콰지모도’는 그에게 엄청난 행운을 안겨준 캐릭터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콰지모도’는 그의 인생에 두번째 고비가 됐다. “지난 2월까지 200회 넘게 <노담>을 공연하며 한 삽 한 삽 흙을 떠 눈앞에 산을 쌓는 기분이었어요. 콰지모도는 제게 천운이면서 동시에 넘어야 할 산이에요.” 11일 만난 윤형렬은 그간 어떤 역을 맡든 ‘콰지모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그런 그가 ‘터닝 포인트’로 선택한 것이 바로 창작 뮤지컬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이다. 지난 1일 막이 오른 이 작품에서 윤형렬은 사건의 열쇠를 쥔 형사 클라이브 역을 맡았다. 원작 시리즈에는 없는, 새롭게 창조된 인물로, 명탐정 셜록과 어깨를 견주는 천재면서 동시에 어두운 과거를 지닌 ‘이중적 캐릭터’다. “콰지모도를 넘어서려면 유혈 낭자한 상황을 즐기고 반전의 묘미를 보여주는 센 역할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었어요. 하하하. 나름 잘 어울리죠?” ‘윤형렬의 재발견’, ‘관객을 압도하는 입체적 연기’ 등 평가도 좋다.
그는 클라이브 역에 ‘원 캐스팅’(한 배역을 한 배우만 맡는 것) 됐다.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 대세인 한국 뮤지컬계의 현실에서 ‘용감한 도전’을 한 셈이다. “밀도 높고 쫀쫀하게 스릴러의 정서를 표현해 보자”는 데 연출가와 의견일치를 본 결과다. “열흘 남짓 만에 살이 5㎏ 정도 빠졌어요. 체력관리는 꾸준히 해 별문제 없는데, 감정이 폭발하는 연기가 많아 목소리가 쉴까 걱정이에요.” 목소리를 아껴가며 살살 연기하자고 다짐하지만, 무대에 올라서는 순간 “정신줄을 놓고 몰입을 하게 된다”며 그는 웃었다. 너무 몰입한 나머지 요즘엔 ‘살인마의 심리’와 ‘극적인 살인법 연구’에 골몰하고 있단다.
시즌1이 대성공을 거둔데다, 원조 배우 송용진·김도현(셜록 역) 등이 포진하고 있다 보니 알게 모르게 부담감도 클 법하다. 그는 “서로 돋보이기 위해 말 그대로 ‘블러디 게임’을 벌이고 있다”면서도 “분량으로 보나 존재감으로 보나 시즌2의 주인공은 셜록이 아닌 바로 나”라고 자랑했다.
곱상한 외모에다 데뷔하자마자 스타가 된 탓에 ‘어려움을 모르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말에 그는 “완고한 아버지가 음악하는 것을 반대해 고2 때 가출·자퇴를 하고 자장면 배달, 호프집 알바 등 안 해본 일이 없다”며 “외모로 따지자면 로맨틱 코미디만 해야 하지 않겠냐”고 받아쳤다.
“말이 나와서 얘긴데, 지금까지 너무 어두운 역할만 했어요. 제가 외모도, 목소리도 너무 진지(?)해서 그런가 봐요. 하하하. 다음번엔 끼 넘치는 애드리브도 많이 하는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비비시(BBC)아트센터. 30일까지.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알앤디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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