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여성만을 위한 공연인 <미스터 쇼>의 총연출을 맡은 박칼린씨는 “남편과 오기보단 또래 동성 여성끼리 와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쇼”라며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라고 말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칼린 연출 ‘미스터쇼’
‘성인 여성만을 위한 쇼’ 콘셉트
27일 롯데카드아트센터 첫 공연
근육질 모델·운동선수 등 9명 배우
대사·노래 없이 검무 퍼포먼스
사회자 입담으로 관객참여 유도
“특정 잣대·색안경 끼는 관객 거부
섹시바와 퀄리티 다른 건강한 쇼”
‘성인 여성만을 위한 쇼’ 콘셉트
27일 롯데카드아트센터 첫 공연
근육질 모델·운동선수 등 9명 배우
대사·노래 없이 검무 퍼포먼스
사회자 입담으로 관객참여 유도
“특정 잣대·색안경 끼는 관객 거부
섹시바와 퀄리티 다른 건강한 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리오호텔에서 공연되는 <치펜데일>쇼에서는 12명의 근육질 남성 배우들이 상의를 벗은 채 오직 나비 넥타이만 두르고 춤을 춘다. 객석 가운데까지 내려와 여성 관객들과 대담한 스킨십과 댄스를 펼치는 이 공연은 ‘성인 여성들을 위한 화끈한 쇼’를 내세우는데, 라스베이거스 여행객들이라면 꼭 경험해야 할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개념의 쇼가 등장했다. 오는 27일 개막하는 박칼린 연출의 <미스터 쇼>는 남성들은 입장 불가능한 ‘성인 여성만을 위한 쇼’다. “여성들이여 욕망을 깨워라. 내숭은 집어던져라”라는 다소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문구로 관객들의 흥미를 돋운다.
17일 <미스터 쇼> 연습이 한창인 서울 한남동 삼성 블루스퀘어 연습실을 찾았다. 1m80㎝를 넘는 장신의 배우들이 검을 휘두르며 검무연습에 한창이었다, 연습실에는 물 외에 어떤 음료나 먹을거리도 준비돼 있지 않다. 공연 홍보 관계자는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아 몸만들기에 한창이라 열량이 높은 탄산음료나 간식 등은 일체 반입하지 못하게 한다”며 “피부 태닝은 물론 지속적인 운동을 바탕으로 고강도의 안무를 연습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미스터 쇼>는 기존의 어떤 공연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공연임을 내세운다. 화려한 식스팩(복근)을 가진 모델, 트레이너, 운동선수 등 다양한 출신성분의 배우 9명이 나와 8개의 섹션으로 나눠진 공연을 펼친다. 대사도 노래도 없다. 그대신 개성파 뮤지컬 배우 김호영과 정철호가 엠시(사회자)를 맡아 화끈한 입담을 펼쳐놓는다. 약 70분 동안의 공연에서 배우들은 정장 차림 혹은 흰 셔츠 차림, 상반신 탈의를 한 채 나와 춤을 추기도 하고, 관객들에게 화려한 색깔의 칵테일을 나눠주기도 한다. 또 때로는 근육질의 검객으로, 때로는 남자 고등학생으로 변신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연출한다.
엠시를 맡은 김호영씨는 “사회자는 각 섹션 사이에 나와 브릿지(다리)역할을 하며 공연을 소개하기도 하고,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며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반응이 왜 이래? 다들 감성이 메말랐어?’라는 식의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고 전했다. 김씨는 “아무래도 익숙지 않은 형식의 공연이다 보니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화끈하게 놀아보자고 제안을 하는 셈”이라며 “내숭과 체면은 집에 두고 오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칼린 연출가는 이번 쇼가 퇴폐적인 욕망이 아닌, 건강한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재미있는 쇼’라는 점을 강조했다. 배우들이 상의 탈의를 하더라도 공연 속에서 맥락과 테마를 가지고 진행되니 단순한 노출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내가 돈 내고 구경왔으니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심정으로 팔짱을 끼고 보거나 특정한 잣대나 색안경을 끼고 보는 관객들은 거부한다”며 “공연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오면 쇼를 즐기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고 당부했다.
일부에서는 지금까지 여성들을 ‘눈요깃감’으로 전락시킨 성인 남성들을 위한 쇼처럼, 정반대의 입장에서 여성들의 관음증적인 시선을 충족시키는 공연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박 연출가는 “남성들만을 위한 진정한 공연이 있었는지부터 되묻고 싶다. 룸살롱이나 섹시바 등에서 이뤄지는 끈적끈적한 춤은 공연이 아니지 않느냐”며 “우리 공연은 수준 자체가 다른 건강하고 아름다운 쇼”라고 잘라 말했다.
10년 전부터 이런 개념의 공연을 구상해왔다는 박 연출가는 ‘성인 쇼’라는 명칭 자체도 분류할 만한 공연 장르가 없어 붙여진 듯하다고 했다. 그는 “단지 우리는 공연장에서 같은 성별, 비슷한 연령대의 관객이 모여 끼리끼리 편하게 볼 수 있는 공연을 추구한다는 표현이 더 옳겠다”고 말했다. “공연을 본 뒤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재밌으니 나랑 같이 또 가자!’고 주변사람들에게 권할 수 있는 쇼를 만드는 것이 목표여요.” 서교동 롯데카드 아트센터. 1544-1555.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미스터 쇼>에 출연하는 한 배우가 지난 17일 한남동 삼성 블루스퀘어 연습실에서 검무 연습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