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한복 벗은 창작 뮤지컬, 또다른 한류 일으킬까

등록 2014-03-20 19:56수정 2014-03-21 20:01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백번의 수정을 통해 무대 디자인을 다듬었다. ‘인간캡슐’, ‘프랑켄슈타인의 실험실’ 등 그동안의 창작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장치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충무아트홀 제공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백번의 수정을 통해 무대 디자인을 다듬었다. ‘인간캡슐’, ‘프랑켄슈타인의 실험실’ 등 그동안의 창작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장치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충무아트홀 제공
[문화‘랑’] 뮤지컬계에 부는 새 바람
제작비 42억원이 투입된 <프랑켄슈타인>은 개막과 동시에 한국 ‘창작 뮤지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란 평가까지 받고 있다.

한국인이 아닌 익숙한 해외 캐릭터를 내세워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우리 뮤지컬의 새로운 길을 열 것인가.

<살짜기 옵서예>(1966), <명성황후>(1995), <영웅>(2009), <서편제>(2010), <해를 품은 달>(2013)….

한국에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등장한 지 50년. 그동안 무대에 오른 대형 창작 뮤지컬들은 대부분 ‘한국적 소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창작 뮤지컬은 한국의 정서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공식이 불문율처럼 자리 잡았던 까닭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한 원작 콘텐츠를 바탕으로 뮤지컬을 만들어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달 막이 오른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이나 <프랑켄슈타인>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 등
한국적 소재 대신 외국 원작 바탕
큰돈 들여 완성도 높은 작품 제작
원정 공연 아닌 라이선스 수출 노려

‘프랑켄슈타인’ 관객·평단 호평 속
중·일 등서 거액 계약 문의 잇따라

‘한복’에 갇힌 창작 뮤지컬의 한계를 넘어라

<셜록홈즈>와 <프랑켄슈타인>의 제작진은 모두 ‘전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의 힘’을 작품의 가장 큰 무기로 내세운다. 이들이 이런 소재에 눈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시장의 협소성 탓이다. 연간 뮤지컬 관객 1000만명 시대라고는 하지만,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극장 창작 뮤지컬의 특성상 국내 시장만 겨냥해 ‘수지타산’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이나 중국에서 ‘뮤지컬 한류’라는 말이 유행하며 뮤지컬이 케이팝의 뒤를 이을 대표적 문화 상품으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실제로 인기를 끈 작품들은 라이선스 뮤지컬에 아이돌 등 스타 캐스팅을 더한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뮤지컬계에서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유명 작품들처럼 지명도 있는 소재를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창작 뮤지컬을 제작해 해외에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새로운 전략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교수(순천향대)는 “창작 뮤지컬이 꼭 한복을 둘러야 한다는 편견은 전형적인 공급자 마인드”라며 “더 넓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와 정서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 없이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소재의 발굴은 필수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뮤지컬계에서도 최근 들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명작 <제인 에어>를 뮤지컬로 만들었고, 이에 앞서 일본 역시 오스트리아와의 합작으로 <마리 앙투아네트>를 제작해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두 작품은 올해 9월과 10월 각각 한국 무대에서도 선을 보일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창작 뮤지컬은 ‘한국의 정서를 담아야 한다’는 기존 창작 문법을 따라왔다. <서편제>의 공연 모습. 회사 제공
지금까지의 창작 뮤지컬은 ‘한국의 정서를 담아야 한다’는 기존 창작 문법을 따라왔다. <서편제>의 공연 모습. 회사 제공

아시아 무대에서 가능성을 보다

일부 제작사들의 ‘글로벌 소재 전략’은 아시아 시장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들을 데리고 원정 공연을 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브로드웨이처럼 라이선스를 판매해 작품을 수출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의 경우, 한국 무대에 작품이 오르기도 전에 중국과 일본 등에서 라이선스 계약 문의가 쇄도했으며, 계약을 눈앞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왕용범 연출은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과 일본의 굴지의 기획사가 브로드웨이 작품과 동일한 조건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제안해 왔다는 것”이라며 “40억원이 넘게 든 이 작품이 수출될 경우, 라이선스 비용을 포함해 60억~80억원 규모가 되는데도 선뜻 계약 의사를 밝힌 것은 그만큼 상업적 가치를 인정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 역시 시즌1에 이어 일본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앞서 <셜록홈즈1: 앤더슨가의 비밀>은 일본의 유명 뮤지컬 제작사 도호예능과 라이선스 판매계약을 맺어 지난 1월17일~2월27일 일본 7개 도시에서 공연됐다. 공연 막바지에는 입석까지 만들어지는 등 평균 좌석점유율이 90%에 이를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 도호예능 프로듀서가 한국을 방문해 시즌2를 관람했으며, 판권 계약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셜록홈즈2> 제작사인 알앤디웍스 쪽은 1편의 흥행에 대해 “셜록이라는 글로벌 캐릭터, 치밀하고 세련된 전개 등 작품의 매력에 일본 뮤지컬계의 국민배우인 하시모토 사토시(홈즈 역)와 이치로 마키(왓슨 역)가 결합돼 시너지를 냈다는 분석이 많다”며 “특히 브로드웨이 작품과는 달리 일본 관객의 특성을 감안해 일부 음악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열린 자세를 취한 점도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해를 품은 달>의 공연 모습. 회사 제공
<해를 품은 달>의 공연 모습. 회사 제공

창작 뮤지컬의 새 장 연 <프랑켄슈타인>

그동안 창작 뮤지컬은 라이선스에 비해 작품의 질이 떨어져도 ‘창작이니 따뜻한 시선으로 봐야 한다’는 온정적 평가에 기대온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한국 뮤지컬의 세계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부터 작품성에 기반을 둔 냉정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애초 국내 시장만이 아닌 해외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42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평가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 11일 프리뷰 공연의 막이 오른 뒤 관객과 평단은 일제히 ‘창작 뮤지컬계에 한 획을 그을 작품’이라는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일단 <프랑켄슈타인>은 얼핏 보면 해외 라이선스 작품과 구별이 되지 않을 만큼의 세련미와 완성도를 자랑한다. 2년 넘는 시간을 들여 왕용범 연출이 직접 쓴 대본은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경계’,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휴머니즘’ 등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잘 담아낸다. 여기에 1억원을 넘게 들인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실험실 등 정교하고 공들인 무대장치도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서숙진 무대디자이너는 “실험실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려 한 프랑켄슈타인의 욕망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바벨탑’을 모티브로 제작한 세트”라며 “작품 안에 모두 30여차례의 무대전환이 등장하는데, 모든 세트는 배우들의 동선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해 제작했다. 1년 넘게 준비를 해 온 덕분”이라고 자랑했다. 전체적으로 웅장미와 비장미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장면에 따라 록, 왈츠, 펑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20여곡의 넘버, 주·조연 배우 전체가 1막과 2막에서 상반된 연기를 펼치는 1인2역 등도 작품의 감동과 재미를 더한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뮤지컬학과)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 구조, 입체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캐릭터가 빚어내는 시너지가 매우 큰 작품”이라며 “매력적인 음악과 배우들의 호연까지 어우러져 창작 초연작임에도 높은 완성도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왕용범 연출은 “그간 창작 뮤지컬은 라이선스에 견줘 투자나 공연장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프랑켄슈타인>이 꼭 성공해 창작은 수준이 떨어진다는 편견, 라이선스가 더 훌륭하다는 일종의 ‘사대주의’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