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각)부터 16일까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음악·영화·창조산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서 국내 업체 두 곳이 수요자 참여형 콘서트 플랫폼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부루다콘서트의 신혜영 공동대표가 독일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루다콘서트 제공
수요자 참여형 콘서트 방식
티켓 일정매수 넘어야 공연
흥행실패로 적자 위험 줄이고
팬들은 스스로 공연홍보 나서
국내 2개업체 SXSW 소개 눈길
티켓 일정매수 넘어야 공연
흥행실패로 적자 위험 줄이고
팬들은 스스로 공연홍보 나서
국내 2개업체 SXSW 소개 눈길
관객이 단순히 차려진 공연을 즐기는 수동적 존재에서 벗어나 원하는 공연이 성사되도록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수요자 참여형 콘서트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7~16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음악·영화·창조산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는 ‘긱스 프롬 강남’(강남에서 온 괴짜들)이라는 이름의 전시관이 차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은행권청년산업재단이 마련한 한국공동관으로, 국내 유망 콘텐츠 분야의 신생 창업 10개사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2개 업체가 수요자 참여형 콘서트 플랫폼을 선보여 외국 음악산업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부루다콘서트’는 팬들이 선구매한 티켓 판매금으로 공연을 제작하는 온라인 플랫폼 회사다. 공연이 성사되기에 앞서 먼저 팬들에게 ‘부루다 티켓’을 판다. 기준 매수 이상 판매되면 그 수익금으로 공연을 제작한다. 기준 이상 판매되지 않으면 공연은 취소된다. 흥행 실패로 적자를 떠안을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공연 확정 이후 좀 더 비싼 가격으로 추가 판매하는 ‘간다 티켓’이 모두 팔리면 선구매한 팬들에게 티켓 가격의 일부나 전액을 돌려준다. 때문에 선구매한 팬들이 자발적으로 공연 홍보에 나선다.
광고회사에 다니던 신동익(30)·신혜영(26)씨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공연 일을 해보고자 지난해 회사를 차렸다. 지난해 11월30일 남성 듀오 원펀치의 공연을 처음 이런 방식으로 성사시켰다. 50석을 ‘부루다 티켓’으로 선판매했고, 추가로 100석의 유료 관객을 들였다. 지난해 12월에는 디오션 레이블 콘서트를 진행하려 했으나 선판매 티켓이 다 팔리지 않아 공연을 접었다.
또 지난 1월에는 인디 듀오 십센치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단독공연을 성사시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선판매 방식은 아니었지만, 외국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2월22일~3월2일 여성 싱어송라이터 요조의 전국 카페 투어를 열었다. 광주·전주·여수·대전·수원·일산 등 평소 공연이 잘 열리지 않는 지역의 작은 카페에서 공연을 했다. “우리 동네에 와달라”고 요청하는 요조의 팬들이 적극 나서 선판매 티켓을 사고 공연을 홍보했다. 신동익 공동대표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공연을 성사시키는 방식이기에 지방의 작은 공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XSW에서는 외국 공연 프로모터, 공연기획사 등 30여곳에서 이런 방식에 관심을 보였다. 영국, 프랑스, 칠레 등의 음악인이 직접 와서 “부루다 콘서트 모델로 한국과 아시아에서 공연할 수 있겠느냐”고 상담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앞으로 외국 음악인의 내한공연이나 국내 음악인의 외국 공연도 이런 방식으로 추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이제이에스(JJS)미디어도 팬들이 원하는 음악인을 초대하는 콘서트 메이킹 플랫폼 ‘마이 뮤직 테이스트’를 SXSW에서 선보였다. 팬들이 누리집이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특정 음악인의 공연을 요청하면, 얼마나 모이느냐에 따라 공연을 연다. 공연 기획 전에 미리 흥행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한다는 게 강점이다. 지난해 말 일본 재즈힙합 음악인 리플러스, 디제이 치카, 히데타케 타카야마의 내한공연을 처음 연 데 이어, 다음달부터 국내 아이돌 그룹 루나플라이의 남미 5개국 투어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넥슨의 인기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개발자 출신인 이재석(30) 대표는 지난해 11월 이 플랫폼을 출범했다. 이 대표는 “SXSW 이후 홍콩 업체가 투자 의향을 밝히고 외국 유명 페스티벌에서도 협업을 제의하는 등 반응이 오고 있다”며 “케이팝 가수들이 북미·남미 등 외국 투어를 하는 데 발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스틴/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제이제이에스미디어의 이재석 대표가 외국 음악산업 관계자들과 상담하고 있다. 제이제이에스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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