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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울림과 스밈] ‘무늬만 쇄신’ 반복하는 한예종

등록 2014-03-25 19:10

유선희 기자
유선희 기자
“예술학교의 문화를 쇄신하는 기회로 삼겠다.”(김봉렬 총장),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맹세의 자리다.”(최준호 기획처장)

25일 서울 서초동 캠퍼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교수채용 비리와 관련한 ‘쇄신안’을 발표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관계자들의 태도는 결연했다. ‘사죄’, ‘자성’, ‘혁신’, ‘발본색원’ 등의 단어가 쏟아졌다.

최근 몇 년 동안 한예종은 각종 비리로 몸살을 앓았다. 이달에는 입시 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무용원 교수 채용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현자 전 한예종 무용원장과 조희문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구속됐다. 지난 해에는 교수가 제자를 성희롱한 사건으로 언론의 질타를 받았으며, 티켓강매·공연비용 강제부담 등으로 입길에 올랐다.

한예종은 이날 지금까지 불거진 비리에 대해 총장 명의의 사과문과 함께 내외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되는 ‘학교비상쇄신위원회’의 한시적 설치(5월까지)를 들고 나왔다. 쇄신위는 총장 자문기구로 운영되며, 교수채용 비리, 입시부정 등 학교 현안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쇄신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수채용 절차를 개선할 방안도 발표했다. 심사 전날 심사위원을 위촉하고, 심사위원간 불필요한 접촉을 차단하는 것과 함께 심사위원 인력풀도 기존의 2배수에서 4배수로 늘린다. 또 채용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절차를 중단하고, 전공심사 발표 뒤에도 이의신청 접수 위해 2주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현재 운영 중인 클린신고센터에서 입시비리뿐 아니라 기타 비위에 대한 민원을 접수·처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한예종의 이날 쇄신안은 ‘뒷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날 김봉렬 총장은 감사원을 거쳐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기 전에 해당 사안을 해결할 수 없었냐는 질문에 ‘학교에는 수사권이 없다’는 취지의 대답을 했다. 사전 자정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 2012년에도 박종원 당시 총장은 입시비리 혐의가 불거지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입시비리 온라인 신고센터’ 설치와 신입생 선발기준 강화를 천명했지만, 2년도 지나지 않아 상황은 ‘도돌이표’를 그리고 있다. 비리를 근본적으로 뿌리뽑을 대책이 아니라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조처만 되풀이하는 모양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입시비리 관련 대책은 없다”, “클린신고센터에 강제적 조사권이 없지 않냐”, “쇄신위가 방안을 내놔도 구속력이 없다”는 기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입시비리 근절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숙의하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가 시작이니 지켜봐 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한예종의 모토처럼 ‘미래를 여는 예술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의 비리를 청산하고 현재를 점검해야 한다. 뒤늦은 사과보다는 강력한 대책과 그에 맞는 실천을 기대한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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