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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들의 ‘음감회’
가수들의 ‘음감회’
요즘 가요 기사들을 보면, 가수들의 음악감상회(음감회) 소식이 자주 눈에 뜨입니다. 지난 24일에는 오랜만에 컴백한 조성모가 음감회를 열었고요, 오는 31일에는 곧 발표될 이소라 정규 8집 음감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지난달에는 록 밴드 넬도 새 앨범 발표에 앞서 음감회를 열었지요.
음감회는 가수가 신곡을 직접 라이브로 선보이는 쇼케이스와는 다릅니다. 녹음된 신곡을 오디오 시스템으로 틀어주는 행사이지요. 보통 신곡이 정식으로 공개되기 이전에 언론 관계자, 팬 등에게 미리 들려준다는 취지로 마련됩니다. 쇼케이스보다는 준비하는 데 부담이 덜한 편이죠.
또다른 목적도 있습니다.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언론에 최대한 많이 노출되고자 하는 의도가 그것입니다. 예전에는 가수가 새 앨범을 발매하면서 보통 언론과 개별 인터뷰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매체 등의 수가 너무 많아져 개별 인터뷰가 힘들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몇몇 매체만 인터뷰하면 다른 매체들이 항의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고육책으로 만들어낸 게 기자간담회입니다. 모든 매체를 모아 한번에 해결하는 것이죠. 여기에 음감회라는 명분을 달면 더욱 특별해집니다. 음감회를 열면 당장 포털사이트에 관련 기사들이 쏟아집니다. 잘하면 실시간급상승검색어 상위권에 오를 수도 있겠죠. 이런 관심은 온라인 음원 판매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최근 봇물을 이루는 음감회에 아쉬움도 있습니다. 음악은 한번 들어선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몇번은 들어야 감이 오죠. 음감회에서 단 한번 듣는 것만으로 음악에 대한 평가를 내리긴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음감회 기사를 보면 음악 자체에 대한 얘기보다는 가수가 무슨 얘기를 했나에만 쏠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반적인 기자간담회 기사와 다를 바 없는 셈이죠.
물론 지난해 조용필이 새 앨범 쇼케이스에 앞서 전문가들을 초청해 마련한 음감회나 이소라 본인이 참여하지 않는 가운데 여는 음감회처럼 음악감상 자체에 목적을 둔 행사도 있습니다. 뭐가 됐든, 자신의 음악이 더 많은 대중에게 들려졌으면 하는 바람만은 그 어떤 가수라도 같지 않을까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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