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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재즈 동네 이단아 “재즈 뮤지션? 제 음악 재즈 아닌데요”

등록 2014-03-30 20:19수정 2016-05-31 11:34

“네일아트에 관심이 많아서 이번 공연 끝나면 꼭 배우려고요.” 2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엘아이지아트홀에서 만난 재즈 뮤지션 김오키씨는 시종일관 독특한 말투와 표정으로 분위기를 돋웠다. 그는 과거 한국방송 개그맨 공채시험에도 도전했단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네일아트에 관심이 많아서 이번 공연 끝나면 꼭 배우려고요.” 2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엘아이지아트홀에서 만난 재즈 뮤지션 김오키씨는 시종일관 독특한 말투와 표정으로 분위기를 돋웠다. 그는 과거 한국방송 개그맨 공채시험에도 도전했단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오키 음악대작전 공연
김오키(36)는 덥수룩한 수염에 안경을 끼고, 거꾸로 눌러쓴 모자에 엉덩이 밑으로 내려온 청바지 차림으로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재즈 뮤지션 같지 않은 차림”이라는 말에 그는 “제가 하는 음악은 재즈가 아닌데요?”라고 말해 기자를 당황케 했다. (그는 2014년 한국대중음악상 ‘재즈 앤 크로스오버 최우수 연주상’을 받았다.)

옷차림이 말해주듯 그는 재즈 동네에서 “주변부의 주변부”, “도발적인 이단아”로 불린다. 한번도 정식 음악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 고교 시절 춤을 좋아해 이태원 ‘문나이트’클럽을 드나들며 ‘비보이’로 활동했다. 젝스키스와 구본승의 백댄서를 할 만큼 나름 유명했다. “잘 추진 못했어요. 그때 비보이 수준이 지금처럼 세계적이지 못했거든요. 미국·일본의 춤을 보고 대충 따라 하는 정도였죠. 그나마 군 입대로 비보이 활동도 접었죠.”

제대 후 돈을 벌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던 그는 25살에 운명적으로 재즈에 입문하게 된다. 캐넌볼 애덜리의 앨범에 삽입된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 멜로디를 듣고 넋이 나갈 만큼 반했던 것. “트럼펫 소리를 듣고 색소폰일 거라고 ‘굳게 믿고’ 색소폰을 배웠어요. 두달 동안 학원에 다니면서. 하하하.” 이 때문에 늘 ‘두달 만에 색소폰을 마스터한 천재’라는 전설적인 소문이 따라다녔다. 그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학교 등 정식 교육기관을 거치지 않았을 뿐, 실용음악을 전공한 외국인, 프로 연주자들을 따라다니며 나름 끊임없이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내일부터 연말까지 5차례
만우절·중동전 등 주제로
소외된 기념일 정해 콘서트

의식있는 아티스트라고요?
제 분노, 제 인권에 대해
색소폰으로 막 불었을뿐

재즈계에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첫 앨범 <천사의 분노>를 내면서부터다. 성난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거친 색소폰 연주가 인상적이다. 조세희 작가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이 앨범은 여러모로 ‘분노’로 가득한 느낌이 든다. “어느 날 라디오 교육방송에서 낭독해주는 <난쏘공>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난쏘공>에서 느낀 ‘분노’와 ‘깨달음’에는 제 경험이 많이 작용한 듯해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학창시절 ‘왕따’를 당하거나 돈을 뜯긴 경험도 있고, 가난 때문에 차별도 당했다고 했다. “제가 음악으로 인권을 이야기한다고 ‘의식 있는 아티스트’처럼 여기는데, 사실 전 제 분노, 제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예요. 물론 ‘나’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우리’로 확대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요.”

그는 올해 엘아이지(LIG)아트홀의 협력 아티스트로 선정돼 4월1일부터 ‘김오키의 음악 대작전’이라는 이름으로 5번의 공연을 펼친다. 소외된 기념일을 선정해 그날의 의미와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재발견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릴레이 콘서트다. 4월1일 ‘만우절: 우리 이제 그만 속읍시다’를 시작으로 ‘1차 중동전쟁: 우리 모두 난민이오’(5월16일), ‘오키나와 위령의 날: 사랑과 평화’(6월23일), ‘롯데 한국시리즈 첫 우승: 승리는 너의 것’(10월9일), ‘인권의 날: 우리 모두 같은 인간 아니었소’(12월10일)가 차례로 이어진다.

각각의 기념일에는 나름의 취지와 뜻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매일 속고 있다는 거예요. 그게 정치인, 유명인, 다단계일 수도 있겠죠? 만우절 콘서트는 그런 현실을 비틀어 본 거예요. 롯데 한국시리즈 우승은 당시 ‘3에스(S) 정책’(섹스, 스포츠, 스크린)을 펼치던 전두환 군사정권을 비꼬는 거죠. 그 경기를 통해 국민의 눈을 제대로 가려버린 너(전두환)의 승리라는 의미로.” ‘심오하다’고 칭찬하자 “원래 문예창작을 전공하려 했다”고 너스레를 떤다. ‘오키’란 이름도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풍광 좋은 일본의 ‘오키나와’에서 따온 것이지만, ‘오케이’라는 긍정적 의미도 있지 않냐며 자랑을 보탠다.

그는 앞으로도 ‘인권’, ‘사랑과 평화’ 등을 주제로 한 음악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2집은 ‘난민’을 다룬다. 집이 없어 떠도는 전세 난민, 마음 둘 곳을 잃어버린 정신적 난민 등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난민이라는 생각에 잡은 주제란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오월의 형제들’이라는 곡도 수록됐다. 요즘엔 5월 중 앨범을 발매하고, 일본으로 진출하기 위한 ‘작전’을 짜고 있단다.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하고 큰 공연도 열게 된 소감을 물었다. 대답이 걸작이다. “최우수 연주자상을 받은 게 이해가 안 돼요. 전 (색소폰을) 아무렇게나 불고 싶은 대로 막 불거든요? 제가 하는 음악을 재즈라고도 생각 안 해요. 재즈라는 장르에 갇히긴 싫어요. 아, 또 한 가지. 상금이 없는 것이 아쉬워요. 상패 대신 돈을 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멤버들과 삼겹살이나 좀 구워 먹게. 하하하.” 서울 마포구 합정동 엘아이지아트홀. 1544-3922.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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