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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음악은 강물처럼…세대간 벽을 넘실거린다

등록 2014-04-03 19:52수정 2014-04-04 16:14

지난달 27일 서울 도곡동 교육방송 사옥의 <이비에스 스페이스 공감> 공연장에서 정훈희(오른쪽)·김태화 부부가 함께 노래하고 있다. 이들은 개관 10돌맞이 특별기획 ‘다시, 공감’ 첫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교육방송 제공
지난달 27일 서울 도곡동 교육방송 사옥의 <이비에스 스페이스 공감> 공연장에서 정훈희(오른쪽)·김태화 부부가 함께 노래하고 있다. 이들은 개관 10돌맞이 특별기획 ‘다시, 공감’ 첫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교육방송 제공
[문화‘랑’] 새 도약 꿈꾸는 EBS ‘스페이스 공감’
인디밴드나 재즈 음악인들의 단골무대였던 <교육방송>‘공감’은 지난해 프로그램 대폭 축소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다시, 공감’ 시리즈는 이달 꼭 만 10살이 되는 이 프로그램이 여러 세대를 아우르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첫 무대에 가수 정훈희-김태화 부부가 섰다.
지난달 27일 저녁 서울 도곡동 교육방송 사옥의 1층 로비는 유독 중장년층 사람들로 붐볐다. 이날 저녁 7시30분부터 사옥 한켠에 마련된 공연장에서 열리는 <이비에스(EBS) 스페이스 공감>(이하 공감) 무대를 보려고 온 이들이다. <공감>에는 보통 실력파 인디 밴드나 재즈 음악인들이 출연해 공연하고, 이를 녹화·편집해 방영한다. 때문에 20~30대 젊은 음악팬들이 주된 관객이다.

평소와 달리 50~60대 중장년층이 대거 몰린 이유는 이날 출연자가 정훈희·김태화 부부였기 때문이다. 1960~70년대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디바 중 하나였던 정훈희(63)와 한국 로커 1세대 김태화(59)는 1979년 결혼하며 숱한 화제를 뿌렸다. 이후에도 둘은 각기 가수로 활동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부부는 요즘 부산 기장군 바닷가에서 라이브 카페 ‘꽃밭에서’를 운영하며 주말마다 노래한다. 이들의 노래를 들으려고 전국에서 몰려든다고 한다.

이날 공연은 <공감>이 개관 10돌을 맞아 마련한 특별기획 시리즈 ‘다시, 공감’의 첫 무대다. 제작진은 “좋은 음악은 세대를 초월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좋은 음악인은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며 “‘다시, 공감’은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는 자리, 또 누군가에겐 그저 흘러간 옛 가수로 인식되는 음악인을 재조명하는 값진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민정홍 피디는 “<공감>이 좀더 폭넓은 관객과 시청자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지도 반영됐다”고 전했다.

라이브 공연장 개관 10돌 맞아
“좀 더 넓은 관객층에 다가가자”
정훈희·김태화 부부 초청무대에
중장년 관객 우르르…떼창까지
“당신 말이 내 말” 공감 하모니

누군가에겐 추억 되살려주고
누군가에겐 옛 음악인 재조명
매달 한 번 ‘다시, 공감’ 열기로

정훈희가 먼저 파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뜨겁게 박수를 치는 관객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해금의 애절한 선율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래요 눈물이 아직 내 안에/ 마르지 않아 흐르고 있죠.” 정훈희는 국악을 접목해 편곡한 ‘연가’를 불렀다. 그는 공연 전 대기실에서 기자와 만나 “전에는 한 많은 노래보다 밝은 노래를 좋아했는데, 언젠가부터 나이 들고 눈물이 많아지니 우리 민요나 해금·가야금·태평소 소리가 좋아지더라”고 말했다. 정훈희는 이어 1970년대 초 방송된 드라마 <꽃동네 새동네>의 주제가 ‘꽃동네 새동네’를 무반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내 관객들도 따라 부르기 시작해 록 페스티벌에서나 볼 법한 ‘떼창’이 이뤄졌다.

가야금 전주로 문을 여는 ‘꽃밭에서’를 부를 때는 간주가 흐르는 동안 한 관객이 노란 프리지어 꽃다발을 정훈희에게 안겼다. 정훈희는 1981년 발표한 이 노래로 결혼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1990년대 중반 조관우가 가성을 이용한 팔세토 창법으로 다시 불러 또 한번 크게 사랑받은 노래이기도 하다. 1975년 칠레국제가요제에서 3위와 최고가수상을 안겨준 노래 ‘무인도’에 이어, 흔들흔들 춤을 추며 ‘그 사람 바보야’까지 부른 정훈희는 “미친 듯이 사랑해 35년째 같이 살고 있는 남자 김태화를 소개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무대를 내려갔다.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나온 김태화는 ‘마스크’로 뜨거운 무대를 이어갔다. 2009년 발표한 앨범 <마스크>의 타이틀곡으로, 부활의 김태원이 작곡하고 이외수 작가가 가사를 붙였다. 1970년대 초반 강렬한 하드록과 몽환적인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쏟아낸 밴드 ‘라스트 찬스’의 멤버로 함께 활동했던 김석규(기타)와 노승준(건반)이 연주를 맡아 더욱 힘이 난 듯한 김태화는 천생 로커였다. 1980년 이장희의 도움으로 발표한 솔로 앨범의 히트곡 ‘안녕’ 등 감미로운 노래를 몇곡 부르더니 다시 ‘김치 블루스’ 등 원초적인 로큰롤로 무대를 달궜다.

“제가 부산 라이브 카페에서는 다른 가수의 노래를 주로 부릅니다. 노래하기 쉬워요. 그런데 여기 와서 오랜만에 제 스타일의 노래를 부르려고 운동도 하고 했는데도 숨이 차네요. 하하~. 그래도 이 나이에 이렇게 부를 수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가 히트곡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부르기 시작하자 아내 정훈희가 다시 나와 듀엣을 이뤘다. 둘의 아름다운 화음은 ‘우리는 하나’로 이어졌다. “기쁠 땐 기쁨을 하나로/ 슬플 땐 슬픔을 하나로/ 함께 가는 길 행복하여라/ 당신이 곁에 있으니.” 1989년 결혼 10돌을 기념해 부부가 함께 발표한 앨범 <우리는 하나>의 타이틀곡이다. 문득 대기실에서 부부와 인터뷰를 할 때 김태화가 한 말이 떠올랐다. “우리 둘 다 얘기할 필요가 있나? 당신 말이 내 말이고, 내 말이 당신 말이지.”

“나이 60에 꺼진 불도 다시 보면서 이 밤을 불태워보렵니다”라고 말해 좌중에게 웃음을 안긴 정훈희는 김태화와 함께 ‘불타는 밤’을 마지막곡으로 불렀다. 무대가 끝나도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앙코르”를 외쳤다. 결국 김태화 혼자 나와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들려준 ‘석별’이 끝나고 나서야 관객들은 행복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얼굴로 공연장을 나섰다. 이날 공연 실황은 5월1일 밤 12시5분 방송된다. <공감>은 ‘다시, 공감’ 시리즈 무대를 매달 한번씩 열 계획이다.

<공감>의 가장 큰 특징은 무대 위 가수와 관객이 마치 하나처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대와 객석 사이 공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붙어 있어 관객은 가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다. 이런 생생한 분위기는 방송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2004년 4월1일 ‘신영옥과 슈퍼밴드’로 첫 무대를 선보인 뒤로 10년 동안 35만명 넘는 누적 관객들이 2300여회 공연에서 <공감>과 함께 숨쉬고 손뼉치고 울고 웃었다. 공연 관람은 무료이며, 관객은 누리집(www.ebsspace.com)에서 신청한 이들 중 추첨으로 선정한다.

위기도 있었다. 지난해 말 <교육방송> 사쪽이 갑자기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공감> 공연 횟수를 주 5일에서 2일로, 제작 피디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이겠다는 결정을 내려 제작진과 노동조합이 거세게 반발했다. 음악인들은 <공감> 축소 반대 공연을 펼쳤고, 음악팬들은 서명 운동을 벌였다. 결국 주 4일 공연과 제작 피디 2명에 프리랜서 피디 1명이 합류하는 타협안으로 귀결됐다.

<공감>은 4월 한달 동안 개관 10돌 특집 무대를 이어간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이승환, 시나위, 김창완, 전인권, 잠비나이, 이디오테잎, 이상은 등이 공연한다. 오는 14일에는 서울 홍대앞 카페 ‘커먼 인 블루’에서 ‘대중음악과 미디어의 역할에 관한 음악포럼’도 연다. 또 <공감>의 10년 역사를 돌아보는 기념 서적도 이달 말 출간할 계획이다. ‘그곳에 가면 진짜 음악이 있다’는 슬로건으로 지난 10년간 최고의 라이브 무대를 추구해온 <공감>은 앞으로 10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슬로건을 공모한다. 채택된 1명에겐 1년 동안 <공감>의 모든 공연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음악·공연·방송이 상생하는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공감>은 이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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