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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카세트테이프, 참을 수 없는 아날로그의 매력

등록 2014-04-08 19:36수정 2014-04-09 18:11

브라운아이드소울 4집 <생크 유어 솔-사이드 에이> 티저영상. 산타뮤직 제공
브라운아이드소울 4집 <생크 유어 솔-사이드 에이> 티저영상. 산타뮤직 제공
김광석 50돌 헌정 테이프 동나
브라운아이드소울 2만장 매진
불싸조, 테이프만 1000장 찍어 완판
카세트테이프 왠지 멋진 걸로 인식
1980년대까지만 해도 카세트테이프 음반 한두 개쯤 없는 집이 없었다. 엘피(LP)는 비싸기도 하거니와 턴테이블 등 고가의 오디오 장비를 장만해야 하는데다 집에서만 들을 수 있었기에 장벽이 높았다. 이에 비해 값이 싸고 휴대성도 좋은 카세트테이프는 만인의 친구였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시디(CD)가 일반화되면서 카세트테이프는 서서히 밀려나 이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존재가 됐다.

카세트테이프가 돌아왔다. 최근 카세트테이프로 신보를 발매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김광석 탄생 50돌을 맞아 헌정 앨범 <김광석 오마쥬 나의 노래 파트1>을 이달 초 발매한 페이퍼레코드는 시디와 카세트테이프를 묶은 한정판 1000세트를 선보였다. 이는 예매를 받자마자 모두 나갔다. 한대수, 조동희, 선우정아, 김목인 등 선후배 가수들이 고인의 노래를 재해석해 부른 곡들을 담은 앨범은 분명 동시대성을 띄지만, 김광석이 활동하던 시절의 추억을 되살린다는 의미로 카세트테이프를 제작한 것이다. 최성철 페이퍼레코드 이사는 “제작단가가 시디보다 1.5배 들었지만 팬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카세트테이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CD와 카세트테이프를 함께 낸 김광석 탄생 50돌 기념 헌정 앨범 <김광석 오마쥬 나의 노래 파트1>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CD와 카세트테이프를 함께 낸 김광석 탄생 50돌 기념 헌정 앨범 <김광석 오마쥬 나의 노래 파트1>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최근 김광석(사진) 탄생 50돌 기념 헌정 앨범이 발매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김광석(사진) 탄생 50돌 기념 헌정 앨범이 발매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앞서 남성 4인조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은 지난 2월 발표한 4집 <생크 유어 솔-사이드 에이>를 시디와 카세트테이프를 묶은 한정판으로도 발매했다. 2만장이나 냈는데도 이 역시 예약판매 즉시 매진됐다. 지난 2010년 3집을 발표했을 때는 엘피로도 선보였다. 소속사인 산타뮤직의 고기호 이사는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나얼이 음악의 흐름을 찾아 그 시절의 소리를 재현하는 데 애착을 갖고 있다”며 “3집 때는 1960~70년대 네오솔 스타일의 음악을 해서 엘피를 제작했고, 4집 때는 1990년대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했기에 카세트테이프를 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인디 밴드 불싸조는 지난 2012년 말 3집을 카세트테이프로만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시디와 디지털 음원으로는 발표하지 않고, 카세트테이프 딱 1000장만 찍었는데 예약판매로 모두 나갔다. 불싸조의 리더 한상철은 “우리 음악이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어서 수고스럽더라도 정말로 듣고 싶어하는 분들만 들으라는 의미에서 카세트테이프로만 냈다”고 말했다.

브라운아이드소울 4집
브라운아이드소울 4집

노라 존스(사진)와 그린데이의 빌리 조 암스트롱의 듀엣 앨범이 카세트테이프로도 발매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노라 존스(사진)와 그린데이의 빌리 조 암스트롱의 듀엣 앨범이 카세트테이프로도 발매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최근 외국에서도 이런 흐름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적인 팝 재즈 가수 노라 존스와 펑크록 밴드 그린데이의 빌리 조 암스트롱(보컬·기타)은 지난해 11월 듀엣 앨범 <포에벌리>를 내면서 미국 내에서 카세트테이프 한정판을 선보였다. 영화 <500일의 썸머>의 여주인공으로 유명한 배우 주이 디샤넬이 참여한 듀오 ‘시 앤드 힘’(She & Him)도 최근 카세트테이프를 발매했다.

불싸조의 한상철은 “미국에서 예전엔 엘피를 찍는 게 이른바 ‘쿨’한(멋진) 걸로 인식됐는데, 2000년대 중반 이후 엘피 발매가 일반화되면서 이제는 카세트테이프를 찍는 게 쿨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미국에는 카세트테이프 공장이 별로 없어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몇몇 음악인들에게 국내 공장을 소개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아직 고속도로휴게소 등에서 판매하는 트로트 테이프나 어학용 테이프 등을 제작하는 공장이 많이 있다고 그는 전했다.

하지만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할 수 있는 도구는 흔치 않은 편이다. 트럭이나 오래된 차의 카오디오,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 등이 있긴 하지만, 새 제품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실제로 음악을 듣는 용도보다는 좋아하는 음악인의 희귀한 발매품을 소장한다는 개념으로 카세트테이프를 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기호 산타뮤직 이사는 “디지털 음원 시대를 맞아 음악을 소장한다는 개념이 점점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겹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주는 카세트테이프를 소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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