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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요란했던 빈수레 ‘뮤지컬 태양왕’

등록 2014-04-16 19:30

지난주 막오른 프랑스 대작 뮤지컬 <태양왕>은 안무·연출·캐스팅 등 모든 면에서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엠케이 뮤지컬 제공
지난주 막오른 프랑스 대작 뮤지컬 <태양왕>은 안무·연출·캐스팅 등 모든 면에서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엠케이 뮤지컬 제공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었지만
뚜껑여니 ‘총체적 실패’ 평가

맥락없는 전개에 긴장감 없고
내실없이 무대장치 겉치레만
군무·캐스팅 등 모두 아쉬워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등 지난해 프랑스 대작 뮤지컬의 흥행과 맞물려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 <태양왕>이 지난주 막을 올렸다. <태양왕>은 2005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져 400여회 공연에 17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 <레베카>, <엘리자벳> 등 유럽 라이선스 뮤지컬을 한국인 취향에 맞게 바꿔 잇단 성공을 거뒀던 제작사(이엠케이)가 나섰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여니 ‘총체적 연출 실패’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왜일까?

■ 사라진 역사 <태양왕>은 17세기 프랑스 절대주의 시대의 대표주자인 루이14세의 일대기를 그가 사랑했던 3명의 여인과의 러브스토리를 통해 풀어낸다. 박인선 연출은 “철권정치를 펼친 루이14세를 힘이 아닌 예술과 인간적인 매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로 그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작품 속에서 이런 루이 14세의 매력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3명의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전개방식은 유혹적인 몸짓으로 노래 한 곡 부른 몽테스팡 부인에 반하는 식으로, 너무 허술해 설득력이 없다.

‘절대왕정’을 구축해 나가는 루이 14세의 정치적 야망과 비전에 대한 묘사도 부족하다. 루이 14세가 성인이 될 때까지 섭정을 했던 ‘마자랭 추기경’과의 치열한 두뇌싸움 따윈 등장하지 않는다. ‘보포르 공작’과 함께 추기경을 무너뜨리는 마지막 ‘반전’ 역시 제대로 된 설명없이 진행된다. 구태의연한 사랑에 집착하느라 정작 중요한 역사적 맥락이 생략돼 스토리의 긴장감이 확 떨어진 것이다.

■ 70억원은 어디로 70억원을 쏟아부은 무대와 의상 역시 화려하긴 하나 알맹이가 없다. 360여벌의 의상, 황금색으로 치장된 기둥과 커튼 등을 반복적으로 보여주지만 핵심이 돼야 할 베르사유 궁전은 프로젝팅 기법으로 허술하게 처리했다. 아이디어를 살린 효율적인 무대장치보다 쓸 데 없는 겉치장에만 신경을 쓴 탓으로 보인다.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완성도 높은 아크로배틱과 절도 있는 군무의 매력이 살아나지 않는 점은 가장 실망스럽다. 스페인과의 전투 등 군무 장면도 여럿이지만 무용수들의 스텝과 동작이 어긋나며 ‘칼 군무’와는 거리가 멀다. 동작 하나 하나에 주인공의 감정을 실으면서도 극도의 예술성을 보여줬던 <노트르담 드 파리> 같은 ‘소름돋는 안무’를 기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시원찮았던 이유다.

■ 캐스팅 실패 유럽 뮤지컬의 최대 강점인 ‘음악’ 역시 캐스팅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 특히 루이 14세 역의 안재욱은 공연 내내 실수를 할까봐 보는 사람이 아슬아슬할 지경이다. 중저음이 강점인 그에게 고음이 많은 넘버가 역부족인 탓이다. 수술과 투병으로 컨디션을 100% 회복하지 못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다. 작품 전체 분위기와 달리 가볍고 방정맞은 ‘필립’(정원영·김승대) 캐릭터 역시 ‘양념’이라기엔 어쩐지 겉도는 느낌이라 거슬린다. 그나마 김소현(프랑수아즈), 구원영(몽테스팡) 등 여배우들의 열연과 수준 높은 가창력이 작은 위안거리다.

해외에서 흥행한 라이선스 뮤지컬, 수십억을 쏟아부은 대작, 스타 배우 총출동 등의 홍보 문구만으로 관객몰이를 하던 시절은 지났다. 비슷비슷한 사랑 이야기에 기댄 뻔한 ‘외국 사극’에 환호하기엔 이미 한국 관객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졌다. 6월1일까지. 한남동 삼성블루스퀘어.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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