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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세월호 아픔, 대중음악은 위로가 안 되나요?

등록 2014-04-27 19:10수정 2014-04-27 21:16

‘뷰티풀 민트 라이프’(이하 뷰민라) 공연 포스터
‘뷰티풀 민트 라이프’(이하 뷰민라) 공연 포스터
고양시, 축제 하루 전날 일방취소
‘뷰민라’ 공연장 없어 축제 무산돼
재단 “슬픔 뒤로한 채 협조 어려워”
주최쪽 “음악 본질은 위로·희망”
SNS서도 ‘애도 방법 강요’ 논란
지난 26~27일과 5월 3~4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음악축제 ‘뷰티풀 민트 라이프’(이하 뷰민라·사진)가 행사 하루 전인 25일 저녁 갑자기 취소돼 논란이 일고 있다.

주최사인 민트페이퍼는 25일 밤 9시께 누리집에 올린 글을 통해 “(공연장을 제공하는) 고양문화재단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로 (뷰민라) 진행이 불가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고양문화재단은 이날 오후 6시께 민트페이퍼에 공문을 보내 “공공기관으로서 재단은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그 가족들의 슬픔을 뒤로한 채 어떤 형태로든 ‘뷰민라’의 정상진행에 협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취소를 통보했다. 이에 민트페이퍼는 “음향, 조명, 무대, 영상 시스템, 부스 등을 설치하고 리허설을 마치기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급하게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한 데 대해 유감”이라며 반발했지만, 행사는 끝내 취소됐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그린플러그드,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안산밸리 록페스티벌 등 몇몇 음악축제와 공연들이 잇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하지만 뷰민라는 연기나 취소 대신 행사를 축소해 진행할 뜻을 밝혀왔다. 민트페이퍼의 이종현 프로듀서는 지난 22일 누리집에 “음악과 공연이라는 것의 본질이 경우에 따라서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정화하고 희망을 줄 수 있으며 그렇기에 그 어떤 문화보다도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썼다. 민트페이퍼는 지난 24일 관객·출연진·참여업체 이름으로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성금 5000만원을 전달하고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양문화재단이 주최사와 합의 없이 ‘하루 전 취소 통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데는 정치적 부담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백성운 고양시장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25일 오전 성명서를 내어 “고양시와 문화재단은 세월호 통곡 속에서 맥주를 마시며 온몸을 들썩거리게 하는 음악 페스티벌과 관련해 100만 고양시민들께 정중히 사과하라”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최성 현 고양시장을 겨냥했다. 이에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쟁점화될 것을 우려한 고양시가 급박하게 취소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놓고 에스엔에스(SNS)에서 논란이 번지고 있다. 하루 전까지 공연을 준비해온 음악인, 스태프, 예매 관객뿐 아니라 다른 많은 음악인과 음악팬들도 분노하고 허탈해하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고양아람누리에서 지난 19일 세계적인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의 내한공연이 성황리에 치러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음악 홀대론’이 퍼져나가고 있다. “유독 대중음악만을 ‘딴따라’로 비하하는 것 아니냐”, “치유와 위안을 주는 음악의 기능을 무시한다”, “가수들 또한 각자 위치에서 할 일을 하며 나름의 애도를 하는 것인데, 왜 자신만의 잣대를 들이대며 ‘애도의 방법’을 강요하느냐”는 등의 의견이 줄을 잇는다.

음악평론가 김성대씨는 “인류학자 메리엄이 제시한 ‘음악의 10가지 기능’에 따르면, 음악은 말로 할 수 없는 감정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서 기능하고 사회 통합에도 기여한다”며 “음악과 공연을 단지 ‘놀고먹는 소비 행위’로 규정하는 건 편협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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