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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어린이 뮤지컬…꼬마들 얕보지 말아요

등록 2014-05-05 19:03수정 2014-05-05 20:30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내세운 어린이 뮤지컬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어린이들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라고는 하지만 한편에서는 유행만 좇다 보니 작품의 숫자가 늘어난 것에 견줘 질적인 향상은 더딘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로보카폴리> 각 회사 제공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내세운 어린이 뮤지컬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어린이들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라고는 하지만 한편에서는 유행만 좇다 보니 작품의 숫자가 늘어난 것에 견줘 질적인 향상은 더딘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로보카폴리> 각 회사 제공
‘로보카 폴리’ ‘꼬마버스 타요’ 등
캐릭터 앞세운 어린이뮤지컬
불황 타지 않고, 제작비 저렴해
공연시장서 급격하게 성장 

작품은 많지만, 질은 천차만별
“교감 부족하고, 전문성 떨어져”
6살·7살 두 아이를 둔 ‘직장맘’ 박현정(38)씨는 최근 한 달 동안 가족 뮤지컬을 두 편이나 관람했다.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지난달에는 <로보카 폴리>를, 이번 어린이날 연휴에는 <꼬마버스 타요>를 봤다. 각종 할인제도를 최대한 이용했지만 네 명이 함께 보려니 한편당 1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지불해야 했다. 박씨는 “아이들이 얼마 전까지 번개맨에 환호했는데, 금세 또 다른 캐릭터에 빠져드니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어린이 공연이 다양해지는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너무 빨리 지나가는 유행에 휘둘리는 것은 아닌지, 정말 교육적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캐릭터를 앞세운 어린이 공연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박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많다. 최근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이나 동화책을 통해 큰 인기를 끈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이 속속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름빵>, <로보카 폴리>, <또봇> 등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관객들을 찾는 작품부터 <꼬마버스 타요>, <라바> 등 최신 유행작까지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온라인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 남창임 팀장은 “5일 현재 240여편의 가족 공연이 예매를 진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며 “캐릭터 뮤지컬이 10위권 중 7편일 정도로 요즘 대세”라고 말했다.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내세운 어린이 뮤지컬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어린이들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라고는 하지만 한편에서는 유행만 좇다 보니 작품의 숫자가 늘어난 것에 견줘 질적인 향상은 더딘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오즈의 마법사> 각 회사 제공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내세운 어린이 뮤지컬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어린이들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라고는 하지만 한편에서는 유행만 좇다 보니 작품의 숫자가 늘어난 것에 견줘 질적인 향상은 더딘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오즈의 마법사> 각 회사 제공

100여곳으로 추산되는 가족 공연 제작 업체들이 어린이 공연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이유는 이 시장이 다른 공연과는 달리 불황을 잘 타지 않기 때문이다. 1~2명의 아이만을 낳아 기르는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의 요구라면 어려운 경제사정 속에서도 쉽사리 지갑을 연다. 또 3~7살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 공연이라고는 하지만 보통은 부모들과 함께 관람을 하기 때문에 ‘가족 단위’ 관객들을 한꺼번에 공연장으로 유인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어린이 공연이 아동들의 정서발달에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교육적 효과’에 대한 부모들의 기대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성인 대상 공연보다 제작비가 더 싼 것도 어린이 공연이 크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보통 30억~100억 이상의 제작비가 소요되는 성인 뮤지컬에 견줘 어린이 뮤지컬은 적게는 5억에서 많게는 15억 정도면 제작이 가능하다. 여름·겨울방학 등 특수 시즌이 분명한 점도 업체들한텐 큰 매력이다. 제작사들은 공연 제작 뒤 4~5월 서울의 대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뒤 지방 투어를 펼친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가족 뮤지컬은 일년 내내 쉬는 날이 거의 없다.

문제는 이렇게 작품 수가 크게 는 것에 견줘 질은 관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5살짜리 딸을 둔 이재영(35)씨는 “할인을 받아도 보통 3만~5만원 정도로 가격도 싼 편이 아닌데, 가족 공연이라기엔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도 많다”며 “반짝 인기 캐릭터로 만든 작품은 유행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작품성도 부족한 듯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런 지적에 대해 상당 부분 동의한다. 작품성에 대한 고민보다는 수익을 쫓아 뛰어드는 업체들도 많다보니 작품의 질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는 것. <오즈의 마법사>, <보물섬> 등 명작동화 기반 공연을 주로 제작해 온 피엠시 키즈 이동운 팀장은 “인기가 입증된 캐릭터 공연이 마케팅 포인트가 확실하고 위험부담도 적다 보니 너도나도 뛰어드는 듯하다”며 “어린이 공연에서는 아이들과의 교감이 매우 중요한데, 최근 공연이 우후죽순 늘다 보니 어린이 공연 전문배우들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한국에서는 ‘가족 뮤지컬=아동 뮤지컬’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리 포핀스>나 <미녀와 야수> 정도 돼야 진짜 가족 뮤지컬”이라며 “현재와 같은 유행을 좇는 경향보다는 철학을 담아 만드는 가족 뮤지컬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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