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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기억으로 보듬는 참사의 흔적

등록 2014-05-06 19:33수정 2014-05-06 21:10

사진 아라리오 갤러리 제공.
사진 아라리오 갤러리 제공.
아오노 후미아키 ‘환생, 쓰나미의 기억’

쓰나미 현장서 수집한 물건
혼합·복원 거쳐 작품으로 환생
파괴 전의 의미, 보존하려는 시도
“세월호 피해자께 위로 전하고파”
참화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희생자의 애닯은 사연이 눈물을 자아내고, 인간 군상에 대한 회의, 실망, 분노도 뒤섞인다.

그래서일까. 그는 무척 조심스러웠다.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데 이런 비극이 발생해…. 큰 슬픔을 느낀다. 세월호 피해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슬프다. ”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환생, 쓰나미의 기억’을 열고 있는 설치작가 아오노 후미아키(46).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가 세월호 사건과 중첩되어 해석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전시를 총괄하는 디렉터 주연화씨도 조심스레 덧붙인다. “일본에서도 쓰나미를 미술 작품으로 다루는 건 일종의 금기다. 기록 사진이나 진혼을 위한 공연의 소재가 될 뿐이다. 그런데 아오노는 버려진 물건에 생명을 주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고, 처가가 쓰나미에 쓸려갔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본에서도 지난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를 소재로 작품활동을 하는 것은 쉽사리 용인되지 않는다. 2만명의 희생자를 냈고, 원자력발전소 피해 등 여전히 그 상처가 덧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장소에서 버려진 물건을 수집해 복원이라는 예술행위로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작품활동을 해온 그는 참화를 작품의 주요 테마로 잡았다. 평범하게 존재하던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충격 앞에서 파괴된 것들이 담고 있는 의미를 부각하고, 비록 사라졌지만 파괴되기 전의 의미와 함께 예술작품으로 영원히 기억을 보존하려는 시도라고 그는 설명한다. 처가가 쓰나미에 휩쓸린 작가 스스로‘예술을 통한 삶의 치유’를 선택한 셈이다.

작품 재료는 대지진과 쓰나미 현장에 남은 수많은 흔적들이다. 패트병, 장판, 신발, 타일, 공책까지 정성스레 끌어모았다. 그리고 혼합, 합체, 복원, 수리 등을 거쳐 기억을 보존하는 다양한 작품으로 ‘환생’시켰다.

일본 대지진 뒤 미야기현 나토리시에서 수습한 구두에 합판으로 만든 다리 모양의 오브제를 연결했다. 일그러진 구두를 통해 누군가와 함께 거닐었던 세상, 참화 당시의 처참함, 마지막 생존의 몸부림을 전하는 듯한 작품이다.

10여점의 좌식 테이블은 가족과 연결하는 일종의 기억 장치다. 2011년 거대한 쓰나미가 삼켜버린 미야코현 처가집. 그가 그곳에 갔을 때 처가는 마루바닥 장판 밖에 남지 않은 폐허였다. 그는 아내와의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무릎을 꿇었던 장판과 몇몇 타일조각을 수습해왔다. 이 잔해들은 합체돼 푸른 빛이 도는 탁자(사진)로 환생했다. “지진으로 인해 엉망이 된 삶을 계속해서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술인도 예외가 아니다. 테이블로 만들어 잊지않고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한 가족이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 꽃을 피웠던 행복한 기억을 붙잡아 둔 작품이다.

그의 작품을 본다면 세월호의 비극을 겪고 있는 우리가 조금이나마 위로 받을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아픔을 더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떤 불행도 ‘냄비처럼’ 들끓다 이내 잊고 마는 그런 게 아니어야 한다는 것, 그 흔적까지 온전히 기억하며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작품들은 가르쳐 준다. 6월1일까지. 02-541-5701

신승근 기자skshin@hani.co.kr, 사진 아라리오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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