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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3시간 내내 목터져라 애국가…길가던 시민 자작시 낭송도

등록 2014-05-11 15:18수정 2014-05-12 09:19

가수 사이(왼쪽)와 김영찬씨가  11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 걷고 싶은 거리에서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들의 선언을 한 뒤 거리공연을 하고 있다.김봉규 선임기자<A href="mailto:bong9@hani.co.kr">bong9@hani.co.kr</A>
가수 사이(왼쪽)와 김영찬씨가 11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 걷고 싶은 거리에서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들의 선언을 한 뒤 거리공연을 하고 있다.김봉규 선임기자bong9@hani.co.kr
음악인들 서울 홍대앞 곳곳 추모공연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작곡가 김민경씨는 3시간 내내 목이 터져라 애국가를 불렀다. 지난 10일 낮 서울 홍대앞 주차장거리에서였다. 그는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들의 선언’에 참여하고자 이날 거리로 나섰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각종 공연이 취소되는 등 ‘가만히 있기’를 강요받아온 음악인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무능한 정부에 항의하고, “절대 잊지 말자”고 다짐하자는 취지로 10~11일 오후 2~5시 홍대앞 일대에서 자발적인 거리공연에 나선 것이다.

김씨는 “거리공연은 처음”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뜻으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인 영화감독 얀 켈로크는 이 광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음악과 정치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며 “지금 이 노래에 대단한 힘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디 밴드 한음파의 이정훈과 눈뜨고코베인의 연리목.
인디 밴드 한음파의 이정훈과 눈뜨고코베인의 연리목.
이날 홍대앞 곳곳에서는 음악과 노란 리본, 세월호 참사 관련 손팻말로 물결쳤다. 부부 음악인인 인디 밴드 한음파의 이정훈과 눈뜨고코베인의 연리목이 몽골 전통악기 마두금과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시민이 옆에 섰다. 보안업에 종사하며 ‘박정경’이라는 필명으로 시를 쓴다는 박선장(61)씨다. 이날 소식을 예고한 <한겨레> 기사(▷ 가야금으로…기타로…“가만히 있지 말자” )를 보고 나왔다는 박씨는 자작시 ‘옷을 벗게나’를 낭송했다. “약자를 짓밟고 한줌 강자들의 들러리가 되었던/ 누더기 옷을 이제는 치워버리게나/ 그대가 이겨내야 할 상대는/ 국민이 아니다(그대 자신이다)/ 그대 과거의 한풀이에/ 국민이 희생되고 볼모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

싱어송라이터 조동희, 연극인 한은주.
싱어송라이터 조동희, 연극인 한은주.
민중가수 손병휘는 세월호 참사를 보고 만든 자작곡 ‘잊지 않을거야’를 선보였다. “너의 음성, 너의 웃음, 재잘거림 잊지 않을게/… 절대 잊지 않기를 바래. 용서하지 않기를 바래. 바보같은 무책임한 게걸스런 어른 따위들!” 싱어송라이터 조동희는 “아이들이 생각나서 곧 발표할 예정인 신곡의 가사를 바꿨다”며 ‘유리별’을 불렀다. 옆에서는 연극인 한은주가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의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일부 대목을 붓글씨로 쓰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날 홍대입구역부터 걷고 싶은 거리, 주차장거리, 홍대 가로수길, 합정역까지 곳곳에서 사이, 정민아, 백자, 문진오, 이광석, 시와, 하이미스터메모리, 박혜리, 소리꾼 박인애 등 수십명의 음악인들이 거리공연을 했다.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들의 선언’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musiciansmanifesto)를 통해 86팀의 음악인들이 참가 신청을 했다고 한다.

거리공연을 하는 음악인 앞에는 음료수, 빵, 꽃 등이 놓여 있었다. 길가던 시민들이 응원의 뜻으로 사다준 것이었다. 한 시민은 음악인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저희가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홧팅!”이라는 글귀를 붙인 수제쿠키를 나눠주었다. 록 밴드 게이트 플라워즈의 보컬리스트 박근홍은 이정훈·연리목 부부에게 초밥을 사다주며 응원했다.

이날 거리공연을 처음 제안한 가야금 연주자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정민아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력해하다가 지난달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했고, 이번 거리공연까지 제안하게 됐다”며 “제안한 지 며칠 만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동참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공동 제안자인 싱어송라이터 사이는 “거리공연을 제안한 것은 세월호 참사가 잊혀질까봐 두려워서였다”며 “또다시 요즘처럼 시들해지는 분위기가 느껴지면 언제라도 이런 자리를 또 마련하겠다”고 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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