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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멋지게 마음대로 살다 간 천상병 시인의 시 노래해요”

등록 2014-05-18 18:56수정 2014-05-19 13:32

아마도이자람밴드가 지난달 26일 서울 대치동 케이티엔지(KT&G) 상상아트홀에서 <크레이지 배가본드> 앨범 발매 공연을 한 뒤 관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병성(베이스), 곰군(드럼), 이향하(퍼커션), 이자람(보컬), 이민기(기타). 붕가붕가레코드 제공
아마도이자람밴드가 지난달 26일 서울 대치동 케이티엔지(KT&G) 상상아트홀에서 <크레이지 배가본드> 앨범 발매 공연을 한 뒤 관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병성(베이스), 곰군(드럼), 이향하(퍼커션), 이자람(보컬), 이민기(기타). 붕가붕가레코드 제공
‘아마도이자람밴드’ 새 앨범

시 7편 노랫말 ‘크레이지 배가본드’
4년 전 천상병예술제 첫선 뒤 묵혀
부인 목순옥씨 무덤에 노래 헌정
“밴드 이름이 뭐죠?” 출연하기로 한 공연 주최 쪽에서 전화로 물었다. 미처 밴드 이름도 붙이기 전이었다. 엉겁결에 대답했다. “아마도… 이자람밴드가 되지 않을까요?” 나중에 포스터를 보니 이렇게 찍혀 있었다. 아마도이자람밴드. 결국 밴드의 진짜 이름이 됐다.

아마도이자람밴드는 소리꾼 이자람과 기타리스트 이민기의 의기투합으로 2005년 결성됐다. 국악을 전공하면서도 “기타 치는 사람이 멋있어 보여” 기타도 배우고 밴드 활동도 짬짬이 하던 이자람이 학교 노래패 메아리에서 알게 된 이민기를 꼬드겼다. 이자람의 국악 공연에서 북·장구 등 타악기를 치는 곰군(드럼)과 이향하(퍼커션), 영화과 학생인 강병성(베이스)이 합류하면서 지금의 5인조 밴드가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소리꾼 이자람은 ‘심청가’, ‘춘향가’ 최연소·최장기 완창으로 기네스 기록을 세우고, 이를 현대화한 판소리극 <사천가> <억척가>를 만드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민기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멤버들이 늘 바쁘다 보니 시간 맞춰 모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결성 4년 만인 2009년에야 첫 미니앨범 <슬픈 노래>를 냈고, 그로부터 4년 뒤인 2013년 정규 1집 <데뷰>를 발표했을 정도로 결과물이 뜸한 이유다.

그랬던 이들이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1년 만에 새 앨범 <크레이지 배가본드>를 내놓았다. ‘나의 가난은’, ‘은하수로 간 사나이’ 등 천상병(1930~1993) 시인의 작품을 노랫말로 한 7곡을 담았다. 사연을 듣고 보니 1년 만에 뚝딱 만든 앨범이 아니었다. 앨범의 발단은 무려 5년 전인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에서 천 시인의 시집을 왕창 주면서 곡 작업을 해보자고 제안해 왔어요. 전에는 잘 몰랐는데,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이라는 그분의 시를 읽어보니 참 좋더라고요. 그렇게 멋지게 맘대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에서 신이 났고 힘도 받았어요. 곧바로 곡을 쓰기 시작했죠.”(이자람)

2010년 봄 경기도 의정부에서 열린 천상병예술제 무대에서 새 노래들을 선보였다. 이 곡들을 당장 앨범으로 내고 싶었으나, “정규 앨범부터 먼저 낸 다음에 발표하자”고 얘기가 됐다. 결국 첫 정규 앨범은 지난해에야 나왔고, 이후 당시 선보였던 노래들을 다듬어 이번에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올봄 다시 한번 천상병예술제 무대에 섰다. 4년 전 객석을 지켰던 천 시인의 아내 목순옥씨는 더는 보이지 않았다. 2010년 8월 남편 곁으로 갔기 때문이다. “앨범을 드리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게 돼 안타까웠죠. 대신 기념사업회 분들이 묘소에 찾아가 앨범을 틀어드렸다고 하더라고요. 잘 들으셨는지 모르겠네요.”(이자람)

판소리와 밴드 음악을 동시에 하는 이자람에게 둘의 차이는 어떻게 느껴질까? “태도, 노랫말, 서술, 창법, 관객에게 다가가는 법이 달라요. 판소리를 할 때는 혼자 공연 전체를 쥐고 관객을 끌어들이고 호흡하며 리드해야 하는데, 밴드 공연 때는 멤버들 각자 맡은 바를 수행하며 편하게 즐기면 되거든요. 밴드 할 때는 마음이 편하고 즐거워요. 이거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옆에서 이민기가 거든다. “밴드가 사람 하나 살린 셈이죠.” 다섯 멤버들은 “하하 호호” 웃음보따리를 터뜨렸다.

“하나에만 미친 듯이 매달리는 것보다 다른 걸 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게 건강한 것 같아요.”(이자람)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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