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가 최근 일본에 한국 록을 소개하는 책 <대한 록 탐방기>를 냈다. 그가 서울 홍대앞 옛날 가요 전문 엘피바 곱창전골에서 찍은 사진이 책 표지로 쓰였다. 게이코 오이시 제공
‘장기하와…’ 멤버 하세가와 요헤이
일본에 한국 록 소개하는 책 발간
월드 뮤직 분야에서 1~2위로 인기
95년부터 한국 밴드음악에 매료
뜨거운 감자·산울림 등과 함께 활동
“90년대 인디 1세대는 색깔 뚜렷해
요즘은 연주 잘하지만 독창성 부족”
일본에 한국 록 소개하는 책 발간
월드 뮤직 분야에서 1~2위로 인기
95년부터 한국 밴드음악에 매료
뜨거운 감자·산울림 등과 함께 활동
“90년대 인디 1세대는 색깔 뚜렷해
요즘은 연주 잘하지만 독창성 부족”
일본 도쿄에서 인디 밴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던 하세가와 요헤이(43)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것은 1995년이었다. 1960~70년대 크게 유행한 사이키델릭 록을 좋아하던 그는 “한국에도 엄청난 사이키델릭 밴드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버스를 타고 서울 광화문을 지나다 중고 레코드 가게를 발견하고 내렸다. 메카, 진레코드에 들어가 신중현, 산울림 등 이름을 적어온 음반을 샀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역마다 내려 지하상가 음반가게를 뒤지기도 했다. 표지를 보고 밴드처럼 보이는 엘피는 죄다 샀다. 그렇게 모은 엘피 50~60장을 들고 도쿄로 돌아갔다.
“들어보니 뭔가 어마어마한 게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특히 이장희, 송창식 앨범에 세션 밴드로 참여한 ‘동방의 빛’의 연주가 정말 좋았어요. 한국 음악을 제대로 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96년 곱창전골 멤버로 한국 음반사와 계약했다. 한국 음악을 하는 일본인 밴드였다. 허벅지밴드, 황신혜밴드, 델리스파이스, 위퍼 등 한국 인디 밴드들의 공연과 앨범 녹음에도 참여했다. 2000년부터 김C가 이끄는 뜨거운 감자에서 활동했다. 서울 홍대 부근에 자취방을 얻어 1년의 절반은 한국에서, 절반은 일본에서 보냈다.
2005년, 그토록 좋아하던 산울림이 8년 만에 연 공연에서 기타를 연주했다. 황신혜밴드의 김형태가 김창완에게 그를 추천한 것이다. “상상도 못하던 일이 일어난 거죠. 저에게는 폴 매카트니가 ‘너, 내 밴드에서 기타 칠래?’ 한 것과 같은 일이거든요.” 2008년 산울림의 후신 격인 김창완밴드에 정식 멤버로 들어갔다. 2011년부터는 장기하와 얼굴들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밴드 음악에 애정이 깊은 그이지만, 최근 들어 아쉬움도 느낀다. “90년대 중반 인디 1세대 밴드까지만 해도 상상력이 넘치고 색깔이 뚜렷했어요. 요즘은 음반 잘 만들고 연주 잘하는 밴드들이 많아지긴 했는데, 상상력과 독창성은 예전만 못한 것 같아요. 예전 음악을 들으면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지?’ 했는데, 요새 음악을 들으면 ‘이 밴드는 외국의 이러 이런 밴드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부터 들거든요.”
그는 최근 일본에 한국 록 음악을 소개하는 책 <대한 록 탐방기>를 냈다. <코리안 뮤직 가이드>라는 책의 지은이 오오이시 하지메가 그를 인터뷰해 정리한 책이다. 신중현의 아들인 기타리스트 신윤철, 데블스의 기타리스트 김명길, 장기하, 한국 옛노래에 천착하고 있는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와의 대담도 실었다. 지난 16일 출간 이후 일본 아마존 월드뮤직 책 분야 1~2위를 줄곧 달리고 있다.
“일본에서 한류, 케이팝만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 이전의 한국 음악 역사나 인디 음악을 몸소 겪으며 느낀 점을 생생하게 담아내 일본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요.” 이 책을 한국어판으로 내는 것도 논의중이다.
그는 지난해 장기하와 얼굴들이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자유로가요제’에 출연할 당시 ‘양평이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다. ‘양평’은 요헤이의 한자를 한국식으로 읽은 것으로, 김창완이 붙여준 한국 이름이다. ‘양평이형’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싱글녀 검색어’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웃기려고 한 건 아니고 평소대로 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싱글녀 검색어 1위라고 하지만, 전혀 실감 안 나요. 데이트 신청이 하나도 안 들어왔거든요. 그냥 검색만 하고 말았나봐요. 하하~.”
결혼 생각이 있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언젠가는 하고 싶지만, 인연이 와야죠. 놓치면 안될 것 같은 여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려요. 국적은 한국, 일본, 프랑스, 인도 어디라도 상관 없어요. 서로 마음이 통하고 음악을 좋아한다면 더없이 좋겠죠.”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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