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자(63)씨
34년만에 새앨범, 김추자 기자회견
“간첩이네 뭐네 연예계 힘들었다
이제 소화할 자신 생겨 노래”
새달 컴백 콘서트 열고 전국투어
트로트 첫 녹음…“몸도 흔들거예요”
“간첩이네 뭐네 연예계 힘들었다
이제 소화할 자신 생겨 노래”
새달 컴백 콘서트 열고 전국투어
트로트 첫 녹음…“몸도 흔들거예요”
“원조 디바니, 전설이니, 국보급 존재니, 이런 수식어는 다 빼줘요. 너무 흔하게 쓰이기도 하고, 나한테는 어색하고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김추자’로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김추자(63·사진)씨는 거침이 없었다. 새달 2일 34년 만의 새 앨범 <이츠 낫 투 레이트…몰라주고 말았어> 발매를 앞두고 27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한 그는 솔직하고 당당한 발언을 이어갔다.
“오랜 세월 한결같이 사랑해준 분들께 보답하기 위해 더 ‘늦기 전에’ 무대로 돌아온 김추자입니다. 30년 넘게 평범한 아내와 엄마로 살다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생각에 감회가 새롭고 설레네요. 무대 위에서 팬 여러분과 즐거운 마음으로 만나고 싶어요.”
김씨는 새달 28~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컴백 콘서트 ‘늦기 전에’를 한다. 이후 7월6일 고향인 춘천을 시작으로 전국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 사단의 가수로 1969년 데뷔했다. 데뷔곡 ‘늦기 전에’를 시작으로 ‘커피 한잔’, ‘거짓말이야’,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 ‘님은 먼 곳에’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70년대를 주름잡았다. 남진, 나훈아, 이미자 등의 트로트와 최희준, 패티김 등의 스탠더드팝이 양분하던 가요시장에서 록, 사이키델릭, 솔 같은 서구적 어법의 음악을 선보이며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콧소리가 섞인 몽환적인 창법과 육감적인 춤은 그를 ‘최초의 댄스 가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회견에 동석한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당시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김추자의 인기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씨는 80년 5집을 내고는 1년 뒤 결혼과 함께 돌연 가요계를 떠났다.
“연예계 생활이 힘들었어요. 간첩이네 뭐네, 이런 얘기까지 들었을 때는 정말 노래하고 싶지 않았죠. 결혼 이후가 더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다시 돌아오기로 마음먹은 건 이제는 연예계 생활을 소화할 자신이 생겼고, 더 늦기 전에, 목소리가 더 망가지기 전에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지금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외동딸이 “엄마 노래해. 늙지 않았고 주름도 없어. 엄마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줘”라며 용기를 준 것도 힘이 됐다고 한다.
새 앨범에는 신씨가 과거에 만들어둔 5곡과 이봉조·김희갑·정혜정씨가 만든 4곡을 담았다. 녹음에는 한상원(기타), 송홍섭(베이스), 정원영(건반), 배수연(드럼) 등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참여했다.
이날 미리 공개한 수록곡 가운데 타이틀곡인 ‘몰라주고 말았어’는 흥겨운 펑키 리듬이 돋보였고, 강렬한 록 ‘가버린 사람아’에선 김씨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빛났다. ‘봄비’(박인수)를 떠올리게 하는 발라드 ‘고독한 마음’은 애잔했고, 이봉조의 트로트 ‘하늘을 바라보소’는 구슬펐다. 수록곡을 재생하는 동안 김씨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흔들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살림살이 하는 동안 집에서 내내 라디오를 들었어요. ‘요새 트렌드는 이렇구나, 이 가수는 노래를 잘하네, 내가 불렀다면 이렇게 불렀을 텐데’ 하며 흥얼흥얼 따라불렀죠. 음악을 늘 옆에 두고 살아서 오랜만에 녹음하는데도 전혀 어려움이 없었어요. 예전처럼 몸도 흔들 거예요. 공연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그는 “트로트는 이번에 처음 녹음했는데, 내가 원래 창을 해서 트로트를 잘 부른다”며 “흑인음악인 솔과 ‘뽕짝’ 모두 한을 기본으로 한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음에는 트로트 앨범을 내보고 싶다”고 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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