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걸그룹 ‘바버렛츠’. 사진 홍상균씨 제공
데뷔앨범 낸 인디 걸그룹 ‘바버렛츠’
‘옛 걸그룹 재현’ 알음알음 결성
‘헬로루키’ 탈락하고 정체성 고민
세련된 복고 화음 신선한 바람
영상 500만건 조회 ‘유튜브 스타’
‘옛 걸그룹 재현’ 알음알음 결성
‘헬로루키’ 탈락하고 정체성 고민
세련된 복고 화음 신선한 바람
영상 500만건 조회 ‘유튜브 스타’
‘이발소 가시내들’의 바람이 뜨겁다. 최근 첫 앨범을 발표한 3인조 인디 걸그룹 바버렛츠(사진) 얘기다. 반세기 전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을 하고 멋들어진 화음으로 부르는 타이틀곡 ‘가시내들’은 듣는 이를 시간여행으로 이끈다.
20세기 초 미국에선 이발소가 남성들의 사교장이었다. 누군가가 노래하면 다른 누군가가 화음을 넣곤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남성 4중창 중심의 ‘바버샵 하모니’다. 이의 여성 버전을 뜻하는 이름의 바버렛츠는 2012년 결성됐다.
애초 그룹을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가요 코러스 세션과 아르앤비·솔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활동하던 안신애는 ‘미스터 샌드맨’을 불러보고 싶었다. 1950년대 미국 여성 4인조 그룹 더 코데츠의 히트곡이다. 주변에 연락해 김은혜, 박소희를 불러모았다. 악보도 없고 합창에 익숙하지도 않았던 이들은 유튜브 영상을 15초씩 끊어 보며 연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수 있게 되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이후 정식으로 팀을 이뤄 서울 홍대앞 클럽을 중심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1930~40년대 큰 사랑을 받으며 걸그룹의 원조가 된 미국 앤드류 시스터즈와 1950~60년대 한국 출신으로 미국까지 진출했던 김 시스터즈를 모델로 삼았다.
지난해 5월 <교육방송> 음악 프로그램 <이비에스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경연대회 ‘헬로 루키’ 월별 본선에 진출했다. 이미 여러 공연을 통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던 터라 우승은 떼어놓은 당상이라 여기던 이들에게 심사위원인 박은석 음악평론가가 물었다. “옛날 걸그룹을 재현하는 것을 빼면 바버렛츠만의 색깔은 뭡니까?” 뒤통수를 맞은 듯한 표정으로 안신애가 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찾고 있는 중입니다.” 탈락한 뒤 국밥집에서 소주를 들이켰다.
“그 질문이 잊혀지지 않더라고요. 이후 자작곡도 많이 만들고 팀의 색깔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어요. 지금도 답을 찾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셋이 계속 부딪히고 고민하고 연습하다 보니 그게 자연스럽게 색깔을 만들어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안신애)
그런 고민과 연습의 결과물이 이번에 발표한 데뷔 앨범 <바버렛츠 소곡집 #1>이다. ‘가시내들’, ‘한 여름밤의 꿈’ 등 고풍스러운 자작곡 6곡과 이난영의 곡을 리메이크한 ‘봄맞이’, 뉴질랜드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영국 가수 코진 앨리스가 선물해준 곡 ‘쿠커리츄’ 등을 담았다. 복고적이면서도 세련된 화음을 담은 앨범은 전자음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오히려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앨범을 내기 전부터 이들은 유튜브 스타였다. 특히 동영상 경연 사이트(vube.com)에 올린 ‘비 마이 베이비’ 영상은 조회수 500만 건을 넘겼다. 유럽, 남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곳곳의 누리꾼들은 댓글로 “앨범 언제 나오냐”는 문의를 해왔다. 외국의 케이팝 블로거들은 샤이니, 엑소 등과 함께 이들의 영상을 소개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케이팝과는 좀 다른데, 무척 재밌다”고 평했다. 이들은 최근 절, 어린이대공원 등을 배경으로 촬영한 ‘가시내들’ 뮤직비디오도 유튜브에 올렸다. 한복을 입고 발랄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피식피식 웃음이 새나온다.
“외국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나가보는 게 꿈이에요. 우리가 좋아하는 브루노 마스, 자넬 모네 같은 가수들을 대기실에서 만나면 ‘안녕, 우린 바버렛츠야’라고 인사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요. 호호.”(김은혜)
바버렛츠는 7월6일 오후 3시와 6시 서울 홍대앞 벨로주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한다. 합동공연은 많이 했지만, 단독공연은 처음이다. “율동까지 곁들여 클래식 인디 걸그룹의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1544-1555.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인디 걸그룹 ‘바버렛츠’. 사진 에그플랜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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