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극장협회 토마스 드로즈다 대표
비엔나극장협회 토마스 드로즈다 대표
‘모차르트’ 개막 맞춰 방한
웅장한 음악·현지화로 인기
시 재정지원 덕 세계 ‘우뚝’
“한국, 아이돌 출연 인상적”
‘모차르트’ 개막 맞춰 방한
웅장한 음악·현지화로 인기
시 재정지원 덕 세계 ‘우뚝’
“한국, 아이돌 출연 인상적”
최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해 연일 매진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모차르트>는 대표적인 ‘비엔나(오스트리아) 뮤지컬’이다. <모차르트> 외에도 <레베카>, <엘리자벳>, <황태자 루돌프> 등 비엔나 뮤지컬들은 최근 3~4년 사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뮤지컬 위주였던 한국 뮤지컬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이들 뮤지컬을 제작한 ‘빈(비엔나)극장협회’(VBW) 토마스 드로즈다(49·사진) 대표는 13일 인터뷰에서 “한국은 주 관객층이 20~30대의 젊은층이라는 점, 뮤지컬 전문 배우 외에도 아이돌이나 스타 가수들이 무대에 선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라고 했다. 그는 <모차르트> 재공연 개막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터다.
“<모차르트> 2010년 초연 때엔 김준수, 이번 시즌에는 박효신이 무대에 섭니다. 가수들이 가창력뿐 아니라 뛰어난 연기로 아시아 팬들까지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니 부러움마저 들더군요. 오스트리아에는 이런 활동 폭을 가진 팝스타들이 없습니다.” 드로즈다 대표는 ‘아이돌 마케팅’을 한국 뮤지컬 시장 특유의 강점으로 꼽았다. 또 주로 40~50대 관객이 많은 오스트리아와 비교해 젊은 관객의 비중이 높은 한국이 부럽다고도 했다.
뮤지컬의 역사가 50여년으로 비교적 짧고, 작품 수도 많은 것은 아니지만 오스트리아 뮤지컬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성공을 거뒀으며, 최근에는 중국에까지 진출했다.
이렇게 오스트리아 뮤지컬이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이유를 드로즈다 대표는 ‘웅장한 음악’과 ‘드라마가 강한 스토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엔나는 음악의 본고장입니다. 브로드웨이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인 24~35인조 오케스트라가 항상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하죠. 또 오스트리아의 역사에 인류 보편적인 철학적 성찰, 인간의 본질에 관한 탐구를 가미해 묵직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인기 요인으로 그는 ‘확실한 현지화 전략’을 꼽았다. 비엔나극장협회는 음악과 스토리의 뼈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해외 프로덕션의 상황에 맞게 변형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우리는 각 나라의 시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현지 아티스트와 스태프들의 아이디어를 존중하죠. 같은 작품이라도 공연되는 나라마다 다른 버전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큰 행운입니다.”
비엔나 뮤지컬이 세계적 반열에 오른 데는 비엔나 시의 재정지원이 큰 버팀목이 됐다. 1987년 유서 깊은 3곳의 극장이 합병을 하면서 탄생한 비엔나극장협회는 매해 운영 예산의 30~35%가량을 시로부터 지원받는다. “큰돈이 드는 대작들은 개별 업체가 모든 위험부담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의 재정지원이 있기에 실험적인 작품들도 맘껏 도전해볼 수 있죠.” 이런 지원 덕에 협회는 한 작품에 3~5년 이상의 기간을 투자하고, 무대 리허설 기간만 6~8주를 거치는 등 작품의 질적 향상에 온 힘을 쏟을 수 있다. 시는 예산 지원을 하긴 하지만 작품의 소재나 주제 등에 대해 일체의 간섭을 하지 않는 등 자율성을 보장한다.
비엔나 뮤지컬이 첫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한국을 찾는다는 드로즈다 대표는 “오리지널과 비교해 굉장히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들이 포함돼 있어 놀랍다”며 “한국 프로듀서와 스태프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해 오스트리아가 10년 걸린 발전을 5년 안에 이뤄내고 있다”고 감탄했다. 이어 그는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댄스 오브 더 뱀파이어>와 최신작 <노부인의 방문>이 하루빨리 한국 무대에 오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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