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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서울서 마주한 ‘밀양의 눈물’

등록 2014-07-03 18:56수정 2014-07-03 20:40

송전탑 투쟁 사진 71점 전시
통의동 ‘류가헌’서 13일까지
765㎸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한 밀양 할매 할배들의 비닐 움막은 지난달 11일 경찰의 행정대집행에 산산히 조각났다. 세월호 참사, 국무총리 인선 논란 등 다른 이슈에 이들의 싸움도 묻혔다. 그렇게 ‘잊혀진 밀양’의 할매 할배들이 서울에 왔다. 사진과 그림, 판화로.

<밀양기록프로젝트, 밀양을 살다>. 청와대가 지척인 종로구 통의동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리는 전시다. 노순택, 박승화 등 18명의 사진작가와 판화가 이윤엽, 파견미술가 전진경, 문화연대 활동가 신유아가 각자의 시각에서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을 기록했다.

류가헌 골목 어귀에선 포크레인 주걱에 올라앉은 할매, 불도저 바퀴 사이에 버티고 있는 할매들이 우리를 맞는다. 핏빛이 도는 붉은 바탕의 유화(전진경 <데모하기 좋은 나이>)다. 전진경은 “밀양에서 함께하지 못한 죄책감이 미치도록 그림 작업을 하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신유아는 화랑 앞에 밀양 버스정류장 표지판을 세웠다. “시민들이 밀양은 멀어서 못가지만 이곳에 와서라도 연대 의식을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71점의 사진 작품엔 밀양에서 평생을 살아온 할매 할배, 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그리고 한국전력과 경찰로 대변되는 국가권력의 모습이 오롯이 담겼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먼저 단장을 꼭 쥔 할매의 왼손이 클로즈업된 대형 사진(한금선 작 <밀양>)에 맞닥뜨린다. 사진속 할매가 누구인지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흰색 옥가락지를 낀 주름진 손가락이 “우리를 잊지 말라”고 외치는 듯하다. 좁은 텃밭을 일구는 할매, 흐드러진 억새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 흙바닥에 이불 틈으로 빼꼼히 나온 할매의 발, 밤새 비를 맞으며 서로의 몸을 쇠사슬로 묶고 산속 진입로를 지키는 할매들, 이른 아침 안개속에서 행정대집행을 위해 대기하는 경찰들의 모습은 서글프다.

사진 작품에는 비장함만이 담긴 게 아니다. 깊은 밤 밀양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먼곳에서 찾아온 사람들과 헤드랜턴을 켜고 둘러앉아 맥주 한잔을 들이키며 담소를 즐기는 주민들, 금니를 드러낸 채 서로 부둥켜 앉고 웃음 짓는 주름진 얼굴, 연대를 위해 찾은 수녀들의 눈에 비친 밀양…. 고단함 속에서 펼쳐진 위로와 연대, 기쁨도 함께 담겼다. 13일까지. (02)720-2010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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