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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뮤지컬로 만나는 ‘세기의 라이벌’

등록 2014-07-15 19:05수정 2014-07-15 21:26

‘모차르트!’ 박은태
3단 고음 소유자
“성악 레슨 8년째 받아”

‘살리에르’ 정상윤
창작 뮤지컬 전문가
“캐릭터 창조 희열 커”
올여름 비슷한 듯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뮤지컬 두 편이 관객들을 찾아왔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제목 그대로 세기의 라이벌로 불렸던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그의 그늘에 가렸던 비운의 작곡가 ‘살리에르’의 삶을 담는다.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셈. 공교롭게도 두 공연 모두 서울 세종문화회관(대극장과 엠씨어터)에서 열린다. 뮤지컬 <모차르트!> 주역 박은태(33)와 <살리에르> 주역 정상윤(33)을 만났다.

박은태
“이번이 네번째 모차르트 연기
그를 죽인 건 부담감이었을 수도”

■ 모차르트 박은태 3옥타브 G(솔)를 넘나드는 고음 때문에 관객들 사이에서 ‘미친 가창력’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박은태이지만, 사실 스태프들은 그를 ‘타고난 천재라기보단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라고 표현한다. 박은태는 지금도 ‘성악 레슨’을 받는다. “노래가 좋아 뮤지컬을 시작했지만, 기초가 너무 부족했어요. 8년 넘게 성악 레슨을 받고 있는데, 이젠 ‘취미’같이 돼 버렸네요.”

박은태는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기’를 즐겼지만, 예상 외로 천장을 뚫는 듯한 ‘고음’과는 거리가 멀었단다. “학창시절 야다, 김경호 등 폭발적 가창력의 가수들이 인기였는데, 전 노래방 가면 단 한 곡도 부를 수가 없었어요. 고음이 안 돼서. 집에 와 이불 쓰고 혼자 고래고래 소리치며 연습하곤 했죠. 뮤지컬 시작하고 그 ‘삽질’이 도움이 된 듯해요.”

대학 시절엔 강변가요제(2001)에 출전해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수를 꿈꾸며 앨범도 한 장 냈지만, 거기까지였다. 앨범이 실패하고 이어 군에 입대하게 되면서 그의 꿈은 멀어져 갔다. “피가 끓는다고 하죠? 무대 맛을 안 봤으면 모르겠는데, 한 번 맛을 보니 포기가 안 되더라고요. 고생 끝에 기획사 추천으로 2006년 뮤지컬 <라이온 킹> 앙상블 오디션을 보면서 뮤지컬계에 입문했죠.”

‘범인’인 박은태와 ‘천재’ 모차르트 사이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모차르트는 그 당시 ‘대스타’였어요. 모두 그가 그리는 음표 하나하나에 집중했죠. 그 부담감이 어땠을까요? 저는 2010년 이후 네번째 모차르트를 연기하는데, 사람들이 매 시즌 더 많은 것을 기대하죠. 처음엔 모차르트가 ‘천재성’ 때문에 미쳐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 부담감이 모차르트를 죽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 박은태는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신인상, 남우조연상에 이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그는 “기쁨보다는 ‘숙제’를 받아든 것처럼 묵직한 느낌”이라고 했다. 수상 이후 방송출연 섭외도 크게 늘었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단다. “뮤지컬은 값이 비싸 ‘가격탄력성’이 높아요. 배우가 조금만 부족하면 팬들이 분노하죠. 제 최대치는 항상 100이에요. 뮤지컬에 100을 다 쏟아 부어도 부족한데, 한눈을 팔 수 없잖아요. 그런데, 가격탄력성 맞죠? 저 경영학과 출신이라 틀리면 창피한데….” 8월3일까지.

정상윤
“살리에르, 나와 우리에 대한 얘기
모든 일개미를 위한 위로랄까”

■ 살리에르 정상윤 정상윤은 ‘창작 초연 전문배우’다. <제이에스에이>(JSA), <풍월주>, <삼천>, <블랙메리포핀스>, <파리의 연인> 그리고 이번 <살리에르>까지. 라이선스 대작에 견줘 성공 가능성이 적은 창작 작품을 주로 선택하는 이유를 그는 “만들어가는 재미 때문”이라고 했다. “존재하지 않았던 한 캐릭터를 내가 창조해나간다는 희열이 크죠. 창작 뮤지컬에 일조한다는 자부심도 조금 있고요. 무엇보다 연출님들이 창작할 때마다 자꾸 부르네요. 내가 미덥나?”

정상윤은 경쾌하고 여유만만하다. “노래보단 연기력이 좋다”는 말에 “원래 음역 폭이 넓은 편이다. 이번 작품에서 고음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답하고, “배우치곤 얼굴이 평범하다”는 말엔 “다리는 진짜 끝내주게 예쁘다. 여장남자 역할 자신 있다”고 받아치는 식이다.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 정상윤이 연기하는 ‘열폭남’ 살리에르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뮤지컬 <살리에르>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대문호 푸시킨의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를 원작으로 한다. “질투에는 여러 종류가 있죠. 싫어해서 질투하고, 좋아해서 질투하고…. 사실 살리에르는 그 누구보다 모차르트를 사랑했다고 생각해요. 단지 모차르트를 통해 스스로 별볼일 없는 인간임을 깨닫게 되며 괴로워하는 남자죠.”

연출가들에게 ‘캐릭터 분석 능력이 가장 좋은 배우’라는 평가를 듣는 정상윤. 실제로는 천재인 모차르트에 가까울까, 노력파인 살리에르에 가까울까? “타고난 재능이 있다 해도 끊임없이 갈고닦지 않으면 천재성도 녹이 슬죠. 가장 좋은 건 타고난 재능에다 노력까지 보태는 건데…. 제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흐흐.”

먼저 막이 오른 <모차르트!>와 비교되면서 부담감도 클 듯하다. 대작 라이선스와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대결이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살리에르>는 특정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우리에 대한 이야기예요. 특히 한국 사람들은 조금 더 높이 올라가려고 발버둥치잖아요. ‘나도 저랬었지’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봐요. 모든 일개미를 위한 위로랄까?” 눈을 반짝이며 작품 설명을 하던 정상윤은 한 마디를 보탠다. “<모차르트!> 보러 온 분들이 옆에서 하는 <살리에르>도 보셨으면 좋겠네요. 흐흐.”

너무 진지하다가 갑자기 장난스럽기도 한 그. “도대체 본 모습을 모르겠다”는 말을 건네니 “본 모습을 알 수 없는 것이 배우의 진정한 매력”이란다. 22일~8월31일까지.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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