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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여름휴가 포기한 ‘재능기부 화음’ 함께해요”

등록 2014-07-22 18:53수정 2014-07-22 22:08

박종원(57·가운데) 교수
박종원(57·가운데) 교수
미 위스콘신대 박종원 지휘자
5년째 합창단 ‘JW 코럴’ 꾸려
“2주 연습 영혼의 하모니 완성”
해마다 여름방학 때만 반짝 모여 신선한 화음과 감동 어린 선물을 전해주고 흩어지는 이색 프로젝트 합창단이 있다. 오는 26일 저녁 7시30분 서울 일원로 세라믹팔레스홀에서 올해로 5년째 정기공연을 앞두고 있는 제이더블유(JW) 코럴이다. ‘제이더블유’의 의미는 지휘자이자 현재 미국 위스콘신대 합창지휘과에 재직중인 박종원(57) 교수의 이름이다. 이들이 여름 2주 동안만 활동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도 한국에서 이런 합창단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

2009년 연말 베네수엘라의 젊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디브이디를 함께 보면서 박 교수가 던진 한마디가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젊은 지휘자 두다멜은 ‘음악을 통한 사회행동’을 내걸고 30년간 빈민가 아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300여개를 키워낸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음악교육 재단)의 가장 성공적인 수혜자로 세계 무대에서 조명을 받고 있다.

그때 마침 위스콘신에서 유학중이던 박 교수의 연세대 후배이자 제자인 최예지씨도 의기투합하면서 2010년 여름 창단 공연이 실현됐다. 현재 코럴의 부지휘자를 맡고 있는 최씨를 중심으로 연세대 성악과 출신들과 그 지인들이 주로 단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기꺼이 회비를 내고 후원금을 모아 공연을 성공적으로 성사시켰고, 남은 수익금으로 그해 막 창단된 안산다문화주니어합창단을 정기후원하기로 했다. 국내 유일의 재능기부 프로젝트 합창단이 탄생한 것이다.

80년대 초반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성악과 지휘, 두 분야 석사를 거쳐 미시간주립대에서 합창지휘 박사학위를 받은 박 교수는 12년 만인 1995년 모교 교회음악과 과장으로 임용돼 귀국했다. 2001년 미국으로 재이주할 때까지 그가 잠시 이끌었던 연세대 콘서트 콰이어 출신의 여성합창단 이름도 제이더블유 코럴이었다.

“단 2주 동안 연습해서 공연한다고 하면 프로 성악가들로 구성된 합창단인 줄 알지만 실제로는 아마추어 단원들이 많고, 나이도 직업도 무척 다양한 보통 시민들입니다. 회계사, 의사, 건축가, 공대 박사과정 연구원, 동화작가, 기업체 전문경영인, 수학교사 등등. 합창지휘를 배우려는 지휘자들이 그나마 여럿이고요. 음악, 영혼을 울리는 하모니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되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단원을 모으고 연습을 하는 걸까. “매년 3월 둘째 주말쯤에 스카이프 네트워크로 한국과 미국을 연결해 실시간 화상 오디션으로 단원을 뽑고, 공연팀과 프로그램이 꾸려지면 2명의 여성 부지휘자를 중심으로 파트별, 개인별 원격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휘자가 귀국하면 2주간 집중 연습으로 화음을 완성짓는 거죠.”

올여름 2주간 대여한 연습 장소인 서울 공덕교회에서 매일 저녁 2시간씩 맹연습중인 단원들은 “발성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나도 합창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던 단원들도 지휘자님이 이끄는 대로 따르다 보면 어느새 멋진 노래를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늘 반주만 하다 이번에 합창에 참가하는 한 피아니스트 단원은 “평소 인품처럼 섬세하고 따뜻한 감동을 주는 합창이 ‘박종원 음악’의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위스콘신대 아카펠라 중창단이나 대합창단을 이끌고 내한공연도 하고 있는 박 교수는 “가족들에게는 늘 미안하지만 단원들이 부르는 한 기꺼이 여름휴가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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