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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작지만 강렬한 무대…백미는 음악

등록 2014-08-06 18:54수정 2014-08-06 20:48

사진 에이치제이컬쳐 제공.
사진 에이치제이컬쳐 제공.
[리뷰 l 살리에르: 질투의 속삭임]
‘젤라스’ 역할·거울로 채운 무대
살리에르 내면 극적으로 드러내
‘시기와 질투는 언제나 남을 쏘려다가 자신을 쏜다’(맹자)고 했던가. ‘천재’ 모차르트에 대한 ‘범인’ 살리에르의 질투는 모차르트뿐 아니라 그 자신의 삶 역시 파멸로 이끌고 만다. 지난달 말 세종문화회관 엠(M)씨어터에서 막이 오른 창작 뮤지컬 <살리에르: 질투의 속삭임>은 이렇게 세상에 단 1% 뿐인 천재를 동경하고 때론 질투에 못 이겨 자멸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뮤지컬 <살리에르>는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시기해 독살했다’는 소문을 바탕으로 쓰여진 푸시킨의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를 원작으로 한다. 대중들에게는 밀로시 포르만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1984)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줄거리다. 하지만 뮤지컬 <살리에르>는 독창적인 무대장치와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오가는 절묘한 넘버, 배우들의 호연을 바탕으로 영화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한다.

잘 알려진 이야기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살리에르>는 실존 인물인 살리에르, 모차르트 외에 ‘젤라스’(질투)라는 인물을 내세운다. 젤라스는 모차르트에 대한 동경이 질투로 바뀌고, 결국 모차르트를 독살하는 살리에르의 심리를 대변한다. 때론 살리에르를 독려하기도 하고, 때론 비웃기도 하면서 그를 극단으로 몰고 간다. 독립적인 ‘제3의 인물’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또 다른 살리에르의 모습인 셈. 젤라스를 통해 관객은 좀 더 입체적이고 극적인 방식으로 살리에르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유명 음악가들의 이야기인만큼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음악’이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인 레퀴엠의 ‘라크리모사’(눈물의 날)를 변주한 오프닝부터 귀에 감긴다. 이 오프닝은 첫번째 넘버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4성부의 성악과 첼로·오르간을 바탕으로 한 ‘라크리모사’와 원래부터 한 음악인 듯 잘 어우러진다. 또 앙상블이 부르는 ‘소문’, 극에 달한 살리에르의 질투와 자아분열을 보여주는 ‘신이시여’ 등 어느 한 곡도 군더더기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뒤쪽 전체를 거울로 채운 무대도 인상적이다. 별다른 소품 없이 뒷모습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모차르트에 대한 동경과 질투 사이에서 분열하는 살리에르의 내면을 확실하게 표현해낸다. 웅장한 무대장치를 쓸 수 없는 소극장 뮤지컬의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바꿔낸 연출의 묘미다. 배우들의 호연 역시 빛을 발한다. 정상윤은 점잖은 궁정 악장에서 시기심과 죄책감에 발광하는 2인자로 추락하는 살리에르 역을 깊이 있게 소화해낸다. 인간 내면의 추악한 진실을 드러내는 젤라스 역의 조형균도 비밀스럽고 음산한 분위기로 무대를 압도한다.

역사는 ‘신의 사랑을 받은 자’라는 뜻의 ‘아마데우스’만을 높이 평가하고, 살리에르는 ‘2인자 증후군’이라는 패배자의 이름으로 기록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모차르트를 질투하는 살리에르에 더 가깝다.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는 본성, 그 지극히 인간적인 살리에르의 이야기이기에 여운이 더 깊은지 모른다.

소극장 창작 뮤지컬인 <살리에르>는 대작 라이선스 뮤지컬 <모차르트!>와 나란히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린 기막힌 우연. 다윗은 골리앗보다 작지만 강했다. 31일까지.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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