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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오늘 털 밀었어?” 하이힐이 당당한 남자들

등록 2014-08-12 19:10수정 2014-08-12 20:46

뮤지컬 <프리실라>의 배우 김호영(왼쪽)과 고영빈. 두 사람은 지난 7일 ‘미모 경쟁’에 불을 붙이듯 화려한 차림새로 나타났다. “형은 우아하다”(호영), “호영이는 여자보다 몸매가 좋다”(영빈)고 서로를 치켜세우던 두 사람은 기대만큼이나 예사롭지 않은 포즈를 선보였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뮤지컬 <프리실라>의 배우 김호영(왼쪽)과 고영빈. 두 사람은 지난 7일 ‘미모 경쟁’에 불을 붙이듯 화려한 차림새로 나타났다. “형은 우아하다”(호영), “호영이는 여자보다 몸매가 좋다”(영빈)고 서로를 치켜세우던 두 사람은 기대만큼이나 예사롭지 않은 포즈를 선보였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프리실라’ 여장남자 김호영·고영빈
“3~4일에 한 번은 머리털 빼고 온 몸의 털을 다 밀어요. 처음엔 1주일에 한 번 제모를 했는데, 점점 털이 빨리 자라더라고요.”(김호영) “지난주에 제모를 안 하고 무대에 섰는데, 팔을 번쩍 들어올리는 안무를 하며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더군요. 여자가 되는 건 정말 힘들어요.”(고영빈)

지난달 개막한 쇼 뮤지컬 <프리실라>에서 ‘여장남자’로 변신한 배우 김호영(아담 역)과 고영빈(버나뎃 역)은 앉자마자 ‘여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털’ 이야기를 시작으로 어느새 둘의 수다는 ‘하이힐’로 옮겨갔다. 영빈이 “호영이가 맡은 아담이 ‘핫 스터프’(Hot Stuff) 음악에 맞춰 힐을 신고 달리는 장면에선 내가 다 진땀이 난다”고 하자, 호영은 “형, 엄청난 무게의 통굽 구두가 더 힘들지 않아?”라고 말을 받는다. 둘은 “어, ‘형’이라고 하니 좀 어색하네~”라고 깔깔댔다.

뮤지컬 <프리실라>는 드래그 퀸(여장남자)을 소재로 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동명 영화가 원작. 시드니 한 클럽에서 드래그 퀸 쇼에 출연 중인 틱이 별거 중인 아내가 키우는 아들 벤을 만나기 위해 왕년의 스타 버나뎃, 트러블 메이커 아담과 함께 ‘프리실라’ 버스를 타고 2876㎞의 여행길에 오른다. 여기에 ‘라이크 어 버진’(마돈나), ‘아 윌 서바이브’(글로리아 게이너) 등 70~80년대 팝 명곡이 어우러진다.

원작은 가족애에 목마른 틱이 이야기의 중심이지만, 한국 무대에서 의외로 관객들을 열광시킨 인물은 ‘발라당 까진 철 없는 아담’과 그런 아담과 티격태격 하면서도 ‘언니 같은 포용력’을 보여주는 버나뎃이다. 호영은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논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화끈한 연기를, 영빈은 ‘더이상 우아할 수 없는 드래그 퀸’의 모습을 보여준다.

‘드래그 퀸’ 소재 호주 영화 각색
소수자들의 가족애·꿈 뮤지컬로

“여자가 되는 건 정말 힘들지만
화려한 쇼 뒤 감동코드 숨어있어”

“처음엔 스태프들 앞에서 고개도 못 들 만큼 쑥스럽더라고요. 오히려 최종 리허설 때, 완벽하게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쓰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 정도면 무대 위에서 다 사로잡을 수 있어’라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랄까? 흐흐.”(영빈) 뮤지컬 <렌트>의 엔젤, <겜블러>의 지지, <자나, 돈트>의 자나, <라카지>의 자코브, 연극 <이>의 공길 등을 연기하며 ‘여장 전문 배우’라는 별칭까지 얻은 호영은 “전작들과의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강했다”고 말했다.

여장을 하다 보니 ‘미모’에 대한 경쟁심과 부담감도 컸을 터. 올초 군대에서 제대한 호영은 “식단조절에 운동까지 ‘죽음의 몸만들기’를 했다”면서도 “군대에서 알통이 생겨서 그렇지 다리는 원래 미스코리아보다 예뻤다”고 너스레를 떤다. 반면 팔다리가 길어 ‘한국 남자 배우들 중 가장 비율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영빈은 “따로 관리는 안 했다. 대신 공연을 하며 옷과 신발의 무게 때문에 살이 4㎏ 정도 빠졌다”고 은근히 자랑을 했다.

500여벌의 의상, 200여개의 모자, 200켤레의 신발이 등장하는데다, 공연 중 무려 260번에 이르는 ‘의상 체인지’가 이뤄지는 탓에 웃지못할 실수도 많다. “1막 마지막에 신발을 못 바꿔 신어 1분 정도 무대에 늦게 나왔는데, 어휴~ 사실 식은땀도 안 나더라고요. 이미 땀에 흠뻑 젖어서.”(영빈) “저는 무대에서 넘어져 기어서 퇴장한 적 있어요.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더라고요.”(호영)

유난히 ‘소수자’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 많은 올 해. 두 배우는 화려한 쇼 속에 숨겨진 ‘감동 코드’가 이 작품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프리실라>는 단순히 드래그 퀸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애, 꿈,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에요. ”(영빈) “재미가 쌓여서 감동이 되는 작품이랄까?” 호영이 말을 보탰다.

인터뷰를 끝내고 분장실로 향하는 길. “오늘도 화끈하게 놀아볼까?”, “참, 오늘 털 밀었어?” 배역에 몰입한 탓일까? 두 배우의 수다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역삼동 엘지아트센터. 9월28일까지.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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