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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국 뮤지컬, 브로드웨이 감동시킬 준비 됐습니까

등록 2014-08-24 19:45수정 2014-08-24 20:10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투자만 주로 하다가…
씨제이가 투자에 성공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 씨제이이앤엠 제공
씨제이가 투자에 성공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 씨제이이앤엠 제공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를 공략하라.”

최근 국내 뮤지컬 제작사들이 잇따라 미국 브로드웨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뮤지컬의 성지’로까지 불리는 브로드웨이는 진출하기도 어렵지만 성공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 하지만 브로드웨이 무대는 위험부담이 큰 만큼 성공했을 경우 막대한 경제적 이득은 물론 글로벌 시장을 직접 공략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다. 아직까지는 ‘모험’일 수밖에 없는 브로드웨이 진출에 도전장을 내민 제작사들의 시도가 과연 한국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제작 나섰지만 흥행실패…

오디뮤지컬이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해 브로드웨이에 올린 <할러 이프 야 히어 미> 포스터. 오디뮤지컬 제공
오디뮤지컬이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해 브로드웨이에 올린 <할러 이프 야 히어 미> 포스터. 오디뮤지컬 제공

■ 투자에서 제작으로 지금까지 국내 제작사의 브로드웨이 진출은 ‘제작’이 아닌 ‘투자’였다. 최근 몇년 동안 씨제이이앤엠(CJ E&M), 오디뮤지컬, 피엠시(PMC) 등은 <빅피쉬>, <드림걸즈>, <리걸리 블론드> 등 10여편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투자를 했다. 하지만 성공 사례는 거의 없었다. 변화의 시초는 씨제이가 공동 프로듀서 자격으로 투자에 참여한 <킹키부츠>의 성공이었다. 씨제이는 <킹키부츠>에 100만달러(전체 제작비의 약 8%)를 투자해 지난해 말 투자액을 전액 회수했으며, 올해부터는 매년 6억~7억 원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킹키부츠>의 성공을 바탕으로 씨제이는 미국 스태프들과 함께 뮤지컬 <어거스트 러쉬> 자체 제작에 나섰다. 지난 5월 대본과 18곡의 넘버를 완성하고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리딩 공연까지 마쳤다. 이 작품은 이르면 2016년 상반기 1200~1400석 규모의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박민선 씨제이이앤엠 공연제작투자 사업부장은 “씨제이가 원작 영화 <어거스트 러쉬> 제작 때 투자를 했는데, 이 네트워크가 뮤지컬 제작으로까지 이어졌다”며 “리드 프로듀서인 씨제이 쪽이 콘텐츠 자체에 대한 권한(라이선스)을 가지는 첫번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씨제이이앤엠은 <어거스트 러쉬> 외에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영화 <백 투 더 퓨처>, 고전소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을 뮤지컬로 만드는 등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씨제이이앤엠뿐만이 아니다. 오디뮤지컬컴퍼니 역시 지난 6월 흑인 힙합 가수 투팍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내 소리 들리면 소리쳐)를 자체 제작해 브로드웨이 팰리스 극장에 올렸다. 오디뮤지컬의 신춘수 대표가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82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어거스트 러쉬’ 2016년 무대 올려 성공신화 도전

씨제이는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어거스트 러쉬>를 제작 중이다. 사진은 원작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씨제이는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어거스트 러쉬>를 제작 중이다. 사진은 원작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 왜 브로드웨이인가 이들 제작사가 브로드웨이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의 협소성 때문이다. 최근 몇년 동안 한국 뮤지컬 시장은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국내에서 공연된 뮤지컬(어린이 공연 포함)이 2500여편에 이르렀다. 공연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제작사의 수익성은 곤두박질쳤다. 이 때문에 올해 국내 공연 예정작 가운데 <스위니 토드> <키다리 아저씨> 등 7~8편의 제작이 미뤄졌다. 얼마 전에는 <두 도시 이야기>가 임금체불 문제로 공연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날 탈출구,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공간으로 브로드웨이를 선택한 것이다.

둘째로는 브로드웨이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도 초기에는 ‘브로드웨이 흥행작’이라는 꼬리표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은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받았다는 의미로 통한다. 박민선 사업부장은 “<캣츠>나 <레미제라블>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브로드웨이에서 인정을 받은 작품들은 전세계로 팔려나가고 수십년 동안 장기공연이 가능하다”며 “브로드웨이를 공략해 흥행에 성공하면 국내 시장은 물론 일본·중국·동남아까지 한꺼번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씨제이는 중국 진출을 겨냥한 작품 역시 한국이나 중국이 아닌 브로드웨이에서 제작을 할 예정이다.

■ 성공 전략은 무엇? 하지만 브로드웨이에 입성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브로드웨이에서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은 전체의 20%를 밑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브로드웨이에 뛰어든 한국 제작사들 역시 쓴맛을 보고 있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의 <할러…>의 경우, 약 7주 공연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약 120만9000달러(12억4000만원)에 그쳤다. 800만달러(82억원)의 제작비를 고려하면 ‘참혹한 실패’인 셈이다. <할러…>는 작품성도 혹평을 받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투팍의 실제 이야기 없이 투팍 뮤지컬(할러)이란 있을 수 없다”며 스토리의 부실함을 꼬집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무조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고 보자는 식의 생각은 ‘사대주의’에 가깝다”며 “미국인에게도 통하는 스토리, 정교한 시장 분석 능력, 수준 높은 스태프 네트워크 등을 먼저 갖춘 뒤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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