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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옷벗은 여장 남자’ 마류밍의 행위예술

등록 2014-09-11 20:08수정 2014-09-11 21:56

반수면상태서 세상을 향해 발언
중국 최고 행위예술가 작품 48점
학고재 갤러리 내달 5일까지 전시
여자의 얼굴에 남자의 몸을 한 인물이 수면제에 취한 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의자에 앉아 있다. 쭈뼛쭈뼛, 지켜보던 사람들이 하나둘 다가와 옆자리에 앉기도 하고, 그의 손을 자신의 어깨에 걸친 뒤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생물학적 성별을 확인하려는 듯 특정 부위를 유심히 살피고, 과감하게 그의 몸을 더듬거나 걸터앉는 관객도 있다. 중국 최고의 행위예술가로 평가받는 마류밍(44)이 1998년부터 전세계를 돌며 펼친 ‘반수면 상태의 여장 나체 퍼포먼스’ 연작 <펀·마류밍>이다.

짙은 화장에 장신구로 치장한 마류밍은 1994년 생감자와 감자를 그린 그림을 냄비에 삶는 퍼포먼스 <펀·마류밍의 런치>를 발표한 뒤 체포돼 2개월 동안 유치장 신세를 졌다. 학고재 갤러리 제공
짙은 화장에 장신구로 치장한 마류밍은 1994년 생감자와 감자를 그린 그림을 냄비에 삶는 퍼포먼스 <펀·마류밍의 런치>를 발표한 뒤 체포돼 2개월 동안 유치장 신세를 졌다. 학고재 갤러리 제공
작품 속 등장 인물은 분명 남성인 작가 자신이다. 하지만 펀·마류밍은 여성, ‘그녀’로 표현된다. 더욱이 퍼포먼스 당시를 작가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했다. “약을 먹은 반수면 상태여서, 누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나중에 녹화 영상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다.” 작품 속 인물은 다채로운 나체 퍼포먼스를 펼쳐온 마류밍이 만들어낸 일종의 ‘예술적 자아’다. 중국 여성 이름에 흔한 ‘향기로울 분(芬)’과 ‘나눌 분(分)’의 중국어 발음 ‘펀’을 자신의 이름 앞에 붙여 자신과 분리된 여성을 만든 뒤, 그를 통해 세상을 향해 발언하고, 관객과 함께 퍼포먼스를 완성하는 것이다.

왜 이런 예술을 할까. “옷을 벗는 방식이지만, 누드를 보여주려는 게 아니다. 나는 ‘신체의 개방’을 얘기하고 싶었다.” 지금은 중국을 대표하는 행위예술가로 우뚝 섰지만, 경직된 중국 사회에서 그는 상당한 논란을 겪었다.

1991년 후베이미술대학 유화과를 졸업한 그는 93년 무명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베이징 외곽 동촌에 정착하면서 ‘여장 나체 퍼포먼스’를 본격화했다. 94년 짙은 화장에 귀걸이를 한 나체로 냄비에 생감자와 감자를 그린 그림을 삶는 퍼포먼스 <펀·마류밍의 런치>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공안당국에 체포돼 2개월 동안 옥살이를 한다. ‘황색 선전’이라는 이유였다.

다채로운 ‘여장 나체 퍼포먼스’로 신체해방을 외쳐온 마류밍은 이제 퍼포먼스 순간을 회화로 포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학고재 갤러리 제공
다채로운 ‘여장 나체 퍼포먼스’로 신체해방을 외쳐온 마류밍은 이제 퍼포먼스 순간을 회화로 포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학고재 갤러리 제공
하지만 그의 퍼포먼스는 발전을 거듭한다. 95년 벌거벗은 동료 작가 8명과 함께 산 정상에 올라가 엎드린 상태로 몸을 겹쳐 산의 해발고도를 높이는 <이름 없는 산 1m 높이기>, 98년 나체로 화장하며 만리장성을 횡단하는 <펀·마류밍 만리장성을 걷다>로 큰 명성을 얻었다. <이름 없는…>은 큐레이터와 평론가들이 선정한 중국 행위예술 30년사의 가장 중요한 장면에 꼽혔고, <…만리장성을 걷다>는 좀더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예술적 은유로 해석되면서 99년 베네치아(베니스)비엔날레에 초대됐다. 1998년부터 시작한 반수면 여장 나체 퍼포먼스 연작 <펀·마류밍>은 뒤셀도르프, 제네바, 리옹, 몬트리올 등 전세계를 무대로 펼쳐졌다. 2000년 광주비엔날레에도 선보였다.

하지만 그는 2004년 돌연 여장 나체 퍼포먼스를 중단했다. 이제 성긴 망사 캔버스 뒷면에서 손바닥으로 물감을 밀어넣는 ‘누화법’으로 과거 퍼포먼스 순간을 입체감 있는 회화로 옮기는 작업에 주력한다. 지난 2일 만난 그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 그 순간에서 멈추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살집이 오르고, 특유의 여성스런 얼굴 표정이 사라지면서 더이상 몸을 사용할 수 없어, 캔버스에 <펀·마류밍>을 포착하는 것으로 행위예술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내 작품 하나로 사회가 변하지는 않지만 많은 작가들이 몸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계속한다면 그런 것들이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학고재 갤러리에 가면 마류밍의 나체 퍼포먼스 영상과 사진, 회화, 어린 아들의 몸과 자신의 얼굴을 조합한 조각품 등 대표작 48점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10월5일까지. (02)720-1524.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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