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안웅철(사진)은 음악 공연 현장에서 유독 자주 마주치는 작가다. 1990년대 전설의 음악공동체 하나음악의 후신인 ‘푸른곰팡이’ 소속 가수의 공연 뒤풀이 자리엔 늘상 그가 있다. 재즈 피아노의 거장 키스 재럿부터 독창적인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 세인트 빈센트까지 다양한 내한공연 현장에서 그는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음악을 워낙 좋아해 음악을 직접 선곡하고 자신의 사진을 함께 담은 컴필레이션 앨범도 2장이나 냈다. 20년 가까이 미국 뉴욕을 여행하면서 들은 음악과 뉴욕의 추억이 연상되는 음악을 뉴욕에서 찍은 50여점의 사진과 함께 수록한 <뉴욕 스토리>를 2011년 발매했다. 이듬해에는 같은 형식으로 <런던 스토리>를 내놓았다.
그는 독일의 세계적인 재즈·클래식 레이블 이시엠(ECM)의 선택을 공식적으로 받은 한국 최초의 작가이기도 하다. 키스 재럿, 팻 메시니 등 거장 음악가들의 명반을 제작해온 이시엠은 예술성 높은 사진작품으로 앨범 표지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2월 발매한 정명훈의 피아노 솔로 앨범 표지를 위해 이시엠은 안웅철의 작품을 골랐다. 올해 독일 첼리스트 아냐 레히너와 프랑스 피아니스트 프랑수아 쿠튀리에가 듀오로 낸 이시엠 앨범 표지에도 그의 사진이 쓰였다.
안웅철이 지난 4일부터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 갤러리 펜에서 개인전 ‘마음을 짓는 집’을 열고 있다. 음악 대신 그가 선택한 주제는 집이다. “사람은 집을 짓고 집은 다시 사람을 짓는다”는 의미를 전하려고 제주도의 오래된 집들을 렌즈에 담았다. 낡은 집을 통해 그 안에 깃든 소중한 추억과 따뜻한 가족애를 일깨우고 싶었단다. 개막일에는 그와 각별한 친분이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가 축하공연을 했다. 전시회는 30일까지 열리며 입장료는 없다. (02)6255-3270.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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