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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사라지고 살아남은 우리 곁의 건축물들

등록 2014-09-25 19:31수정 2014-09-25 21:27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마련된 ‘장소의 재탄생: 한국근대건축의 충돌과 확장’ 전시 공간. ‘수장고 개념’을 차용한 이 전시에선 주요 근대건축물 모형과 도면, 사진 등 1천여점의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마련된 ‘장소의 재탄생: 한국근대건축의 충돌과 확장’ 전시 공간. ‘수장고 개념’을 차용한 이 전시에선 주요 근대건축물 모형과 도면, 사진 등 1천여점의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장소의 재탄생…’ 전시회

조선총독부·경성역·공간사옥 등
정치·경제적 이유로 헐리거나
기능 바꿔 새 생명 얻은
근대 건축물의 역사 집중조명
수백 년, 때로는 ‘천년 세월’의 무게를 켜켜이 떠안고 도심 곳곳에 살아 남은 유럽의 건축물은 깊은 정취를 자아내며 그 도시에 품격과 역사를 더한다. 반면 서울, 천만명 이상이 똬리 튼 메가시티에선 불과 반세기 전에 대지로 솟구친 근대건축물조차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조선총독부, 화신백화점, 국도극장, 스카라극장… 한때 익숙했던 도심 풍경은 정치·경제적 판단에 따라 우리 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옛 경성역사, 경성부청 등 몇몇 근대건축물은 얼굴인 파사드를 그대로 유지한 채 기능을 바꿔 과거의 기억을 되살린다. 세운상가는 건축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현대건축의 모태로 도심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쉰다. 이렇듯 우리에게 익숙했던 서울과 수도권의 근대건축물이 역사적 사건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사라지고, 변형되고, 일부 보존됐는지 살피는 전시회가 23일 시작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기획한 ‘장소의 재탄생:한국근대건축의 충돌과 확장’이다.

먼저 <사라진 기억>(제 1섹션)에선 조선총독부처럼 ‘태생의 불손함’이 강조되어 정치적으로 강제 퇴출된 건축물, 더 이상의 기능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헐린 화신백화점, 국도극장, 스카라극장 등의 생성과 소멸을 보여준다.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조선총독부 배치 평면도, 서울역사박물관의 화신백화점 조망도, 국도·스카라 극장 등에 대한 신문기사와 각종 자료를 통해 관람객들은 우리 곁에서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진 근대건축물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다.

<풍경의 재현>(제 2섹션)은 일제 강점기에 우리 전통 건축과 충돌하면서 도입된 서양의 양식주의 건축물 가운데 파사드를 그대로 유지하며 미술관, 예술극장, 도서관 등으로 기능을 바꿔 생존한 건축물을 집중 조명한다. 서울역에서 문화역서울 284로 변신한 경성역(1925년), 일민미술관이 된 동아일보 사옥(1926년), 서울시청에서 서울도서관으로 탈바꿈한 경성부청(1926년),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정착한 대법원(1928년), 국립극장 시절을 거쳐 이제 명동예술극장이 된 명치좌(1934년) 등이 대표적이다.

<주체의 귀환>(제 3섹션)은 최근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문을 연 김수근의 공간사옥(1977년)과 2002년 선유도공원으로 개장한 선유정수장(1978년), 중앙대 도서관으로 변신한 우남도서관(1959년)처럼 감춰진 건축가의 이름과 함께 다시 생명력을 얻은 근대건축물을 탐구한다. <권력의 이양>(제 4섹션)에선 국가재건최고회의(1961년), 국군기무사령부(1971년) 등 정권 및 종교 지도자 등의 권력을 상징하던 건축물의 변천을, <연결된 미래>(제 5섹션)는 김수근의 대표작인 세운상가, 김중업의 삼일빌딩 등 논란을 거치며 여전히 현대 건축의 모태로 작동하는 유명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살핀다.

전시를 기획한 정다영 학예연구사는 “생성, 변화, 활용되는 모디니즘 건축물의 내밀한 얘기를 통해 보존과 소멸의 경계는 어디인지, 또 그것을 결정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가치는 어떤 사회적 합의를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수장고 개념’을 차용한 이번 전시에는 세운상가 등 주요 건축물 모형과 관련 영상, 드로잉, 설계도면, 사진 등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 1천여점이 선보인다. 12월14일까지 (02)3701-9500.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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