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표 언론인
언론인 성한표씨 첫 개인사진전
언론인 성한표(72·사진)씨가 고희를 넘어 사진전을 연다. <황소> 제목으로 29일부터 서울 효자로 갤러리 메타포에서 보름 동안 열린다.
그는 1969년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해 75년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 해직된 뒤 88년 <한겨레> 창간에 참여해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주간 등을 지냈다. <에스비에스>(SBS)에서 7년 동안 뉴스비평도 진행했다.
어쩌다 사진이라는 ‘외도’를 하게 됐을까? 출발은 건축이었다. “줄곧 정치 관련 시사칼럼 등을 써왔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런 글은 생명력이 없어 보였다. 누군가 건축 평론을 해보면 어떠냐고 제언해줬다. 이거다 싶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평생 글을 써왔으니 둘을 결합하면 될 듯했다. 그런데 건축평론을 시작하니 사진이 필요했다. 건축 사진은 쉬운 게 아니었다. 사진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는 3년쯤 전부터 각종 사진학교를 다녔는데, 사진은 새로운 세계였다. 건축 사진은 다음으로 미루고, 사람 사진에 도전했다. “무엇엔가 열중하는 사람의 표정이 아름다웠다.” 이런 노력이 쌓여, 지난해 봄엔 난생처음 사진 단체전에서 사람 표정을 담은 4점의 작품을 내걸었다.
그러다 지난해 가을 진주 남강축제에 갔다가, 우연히 소싸움을 구경하면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데 소에게서 표정을 ‘발견’했다. 소는 눈이 어질다고 했는데, 슬픔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는 현실에 거의 없다는 것, 생후 30개월 안에 ‘쇠고기’로 도축장에 끌려가야 한다는 사정도 새삼 깨닫게 됐다. 그때부터 1년 동안 소의 표정을 찾아다녔다. 충북 음성 도축장에서 ‘다음 세상’을 앞둔 소의 눈에 맺혀 있는 눈물도 포착했다. 이런 작업을 결산하려 작품 26점을 골라 이번에 내건 것이다.
“소싸움에서 이겨야 도축장에 끌려가지 않는다. 싸움소의 슬픈 눈을 보면서 우리네 삶을 떠올렸다. 오늘은 간신히 이겼지만 언제 더 강한 상대에게 밀려날지 모른다.”
사진작가로 변신한 언론인은 인생의 후배들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기가 신나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 어떤 일에든 몰두하는 생활을 했으면 한다. 등산도 몰두하면 달라진다.”
글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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