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 도료로 생동감 색칠-조명디자이너 주성근
무대위아래사람들
조명디자이너는 빛의 마술사이다. 빛과 어둠으로 무대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무대에 어울리는 색깔을 입히고 배우들의 개성과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분위기를 조절함으로써 공연에 입체감을 준다.
주성근(41·라이팅 콘체르토 대표)씨는 조명디자이너다. 그는 6일부터 대학로 블랙박스씨어터에서 해럴드 핀터(75)의 작품 4개를 공연하는 ‘핀터페스티벌’의 출품작인 추리극 <핫 하우스>(20~25일 공연)의 조명디자인을 맡고 있다.
삼풍서 조명작업 하던중 붕괴
구사일생뒤 ‘나만의 빛’ 몰입 “조명은 작품에 색깔을 입히고 생동감을 불어넣는 무대연출입니다. 극에 얼마만큼 맞게 조명디자인을 하냐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뛰어난 조명디자이너는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어야 하지요. 그러려면 작품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그 장면에 맞는 색깔과 빛의 세기, 각도를 결정해야만 합니다.” 그가 15년 동안 공연현장에서 몸으로 체득한 조명디자인론이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1990년 부산 눌원아트홀의 조명감독을 시작으로 연극계에 본격적인 발을 디뎠다. 주로 대학 연극의 조명을 맡다가 1990년 연희당 거리패 이윤택 연출의 <오구>에서 조명디자이너로 데뷔했다. 그 뒤 강영걸 연출의 <돈내지 맙시다> <하느님 비상이에요> 등에서 조명디자인을 맡았다. 1992년에 서울로 올라와 서울 삼풍백화점 안 삼풍아트홀에서 진행하던 김기덕의 ‘두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 라디오 프로그램 공개방송의 조명 일을 맡았다. 남는 시간은 주로 대학로에서 선배인 이창직(서울시립극단 배우)씨의 도움을 받으며 전문 조명디자인을 배워나갔다. 자신이 생기자 지난 1994년 10월에는 친한 동료와 후배들과 함께 조명디자인 전문회사인 라이팅 콘체르토를 설립했다.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이론공부도 하고, 각국의 조명자료를 수집하면서 더욱 무섭게 조명디자인을 파고들었다. 그러다 1995년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조명디자이너의 삶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5층 삼풍아트홀에서 근무하던 그는 백화점 건물이 무너질 때 5층에서 떨어졌다. 눈을 떠보니 다행히 하늘이 보였다. 그러나 척추가 부러져 여섯달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병실에서 투병생활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먼저 목숨을 잃은 친구들이 생각나고 살아 있는 것이 죄인 같았죠. 다시 움직일 수 있다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마 그 일이 현재까지 조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그는 1년에 7~8개씩 15년째 조명디자이너로 일하면서 100여개의 작품에 참여했다. 2002년 밀양연극제 대상 수상작인 극단 여행자의 <한 여름밤의 꿈>과 <환>, 2002~2004년 극단 갖가지의 뮤지컬 <카르멘>, 99년 장수봉 연출의 오페라 <토스카> <라트라비에타>, 99년 국립극장 소극장 오페라 페스티벌, 2004년 뮤지컬 <안악지애사>, 2000년 북한 무용수 백향주의 <최승희 춤> 공연 등이 그의 솜씨다. 2001년 일본 문화성 초청으로 일본 도쿄 퍼블릭시어터 등에서 츠지모토(일본조명가협회 상무)와 재일동포 김영수(일본 극단 문학좌 조명디자이너)에게 1년간 배운 조명디자인 이론과 철학은 현재의 밑거름이 되었다. 특히 지난해 작고한 츠지모토가 “조명디자이너는 공연에 대한 사랑과 감각, 순발력, 기술을 고루 갖추어야 한다”는 충고를 늘 잊지 않고 있다. 2000년 극단 여행자(대표 양정웅)의 창단에 참여해 고문을 맡고 있는 그는 요즘 작품 제작에 관여하면서 새로운 후배들을 발굴하는 일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는 송한봉씨에게 극단 장독대의 <어제의 용사들> 연출을 맡겨 공연을 올렸다. 그는 뛰어난 조명디자인은 마지막 참여자인 관객이 평가해야 한다고 믿는다. 작품은 결국 관객의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구사일생뒤 ‘나만의 빛’ 몰입 “조명은 작품에 색깔을 입히고 생동감을 불어넣는 무대연출입니다. 극에 얼마만큼 맞게 조명디자인을 하냐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뛰어난 조명디자이너는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어야 하지요. 그러려면 작품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그 장면에 맞는 색깔과 빛의 세기, 각도를 결정해야만 합니다.” 그가 15년 동안 공연현장에서 몸으로 체득한 조명디자인론이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1990년 부산 눌원아트홀의 조명감독을 시작으로 연극계에 본격적인 발을 디뎠다. 주로 대학 연극의 조명을 맡다가 1990년 연희당 거리패 이윤택 연출의 <오구>에서 조명디자이너로 데뷔했다. 그 뒤 강영걸 연출의 <돈내지 맙시다> <하느님 비상이에요> 등에서 조명디자인을 맡았다. 1992년에 서울로 올라와 서울 삼풍백화점 안 삼풍아트홀에서 진행하던 김기덕의 ‘두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 라디오 프로그램 공개방송의 조명 일을 맡았다. 남는 시간은 주로 대학로에서 선배인 이창직(서울시립극단 배우)씨의 도움을 받으며 전문 조명디자인을 배워나갔다. 자신이 생기자 지난 1994년 10월에는 친한 동료와 후배들과 함께 조명디자인 전문회사인 라이팅 콘체르토를 설립했다.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이론공부도 하고, 각국의 조명자료를 수집하면서 더욱 무섭게 조명디자인을 파고들었다. 그러다 1995년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조명디자이너의 삶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5층 삼풍아트홀에서 근무하던 그는 백화점 건물이 무너질 때 5층에서 떨어졌다. 눈을 떠보니 다행히 하늘이 보였다. 그러나 척추가 부러져 여섯달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병실에서 투병생활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먼저 목숨을 잃은 친구들이 생각나고 살아 있는 것이 죄인 같았죠. 다시 움직일 수 있다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마 그 일이 현재까지 조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그는 1년에 7~8개씩 15년째 조명디자이너로 일하면서 100여개의 작품에 참여했다. 2002년 밀양연극제 대상 수상작인 극단 여행자의 <한 여름밤의 꿈>과 <환>, 2002~2004년 극단 갖가지의 뮤지컬 <카르멘>, 99년 장수봉 연출의 오페라 <토스카> <라트라비에타>, 99년 국립극장 소극장 오페라 페스티벌, 2004년 뮤지컬 <안악지애사>, 2000년 북한 무용수 백향주의 <최승희 춤> 공연 등이 그의 솜씨다. 2001년 일본 문화성 초청으로 일본 도쿄 퍼블릭시어터 등에서 츠지모토(일본조명가협회 상무)와 재일동포 김영수(일본 극단 문학좌 조명디자이너)에게 1년간 배운 조명디자인 이론과 철학은 현재의 밑거름이 되었다. 특히 지난해 작고한 츠지모토가 “조명디자이너는 공연에 대한 사랑과 감각, 순발력, 기술을 고루 갖추어야 한다”는 충고를 늘 잊지 않고 있다. 2000년 극단 여행자(대표 양정웅)의 창단에 참여해 고문을 맡고 있는 그는 요즘 작품 제작에 관여하면서 새로운 후배들을 발굴하는 일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는 송한봉씨에게 극단 장독대의 <어제의 용사들> 연출을 맡겨 공연을 올렸다. 그는 뛰어난 조명디자인은 마지막 참여자인 관객이 평가해야 한다고 믿는다. 작품은 결국 관객의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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